"냉이 볶으면 오징어향" 뻔한 맛에 반전 주는 '클래스' 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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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표 우리 맛 특강에서 만든 음식들. 사진 샘표

샘표 우리 맛 특강에서 만든 음식들. 사진 샘표

당근을 채 썰어 만든 프랑스식 피클 ‘당근 라페’, 냉이를 센 불에 볶아 해산물 향을 낸 ‘냉이 김밥’, 애호박 청으로 상큼한 향을 첨가한 ‘애호박 에이드’….

지난 14일 서울 중구 샘표 본사에서 열린 ‘우리 맛 특강’에서 선보인 음식들이다. 봄나물 등 흔히 볼 수 있는 채소로 만들었지만, 맛은 특별했다. 웰컴 주스로 내놓은 애호박 에이드를 맛본 참가자들이 “사과 주스가 아니었느냐”며 놀라워할 정도였다.

최근 식품업계가 먹거리에 진심인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잇달아 열고 있다. 먹는 즐거움을 위해 ‘배움’에도 열정적인 MZ 소비자들을 겨냥해서다. 맥주부터 비건(채식) 커피, 봄나물까지 강의 주제도 다양해졌다.

지난 14일 서울 중구 샘표 본사 1층에서 우리 맛 특강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샘표

지난 14일 서울 중구 샘표 본사 1층에서 우리 맛 특강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샘표

샘표 주최 ‘우리 맛 특강’ 인기

19일 샘표에 따르면 지난 14~15일 이틀간 총 4회 열린 우리 맛 특강은 참가비 2만원을 내야 하는 유료 행사였지만 120명 예약이 금세 마감됐다. 참가자들은 봄나물을 삶아서 무치는 방법, 나물 고유의 풍미를 살리는 다양한 조리법 등을 체험했다.

샘표 우리 맛 연구팀은 “당근과 버섯은 써는 방향에 따라 향미와 식감이 크게 달라진다”고 설명하며 소셜미디어(SNS)상 화제인 당근 라페를 시연했다. 냉이를 기름에 볶으면 오징어 같은 해산물 향이 난다는 꿀팁을 전수하기도 했다. 이 밖에 고기 없이 무로 감칠맛을 낸 무 사골국, 병아리콩으로 10분 만에 만든 순식물성 마요네즈 등을 선보였다. 특강에 참석한 정다정(33)씨는 “채소도 부위별로 맛이 다르다는 점이 신기했다”며 “무 사골국, 냉이 김밥 등을 시식하며 채소 요리는 맛이 없다는 편견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오비맥주가 이태원에서 진행한 ‘비어 마스터 클래스’. 사진 오비맥주

오비맥주가 이태원에서 진행한 ‘비어 마스터 클래스’. 사진 오비맥주

맥주·커피 등 강의 주제 다양

오비맥주는 이달 26일까지 ‘비어 마스터 클래스’라는 맥주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침체한 이태원 상권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인근의 라운지 바 등에서 실시한다. 클래스는 총 5회로, 회마다 MZ 소비자 등 30명 정도를 모집했다.

오비맥주의 맥주 전문 강사가 맥주의 기원과 양조법, 종류별 음용법 등 맥주를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브랜드별 맥주를 비교해 시음할 수도 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페어링(술과 음식 궁합) 팁 등 맥주를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매일유업은 첫 번째 ‘비건 커피 클래스’를 선보였다. 귀리 음료인 ‘어메이징 오트’를 활용한 다양한 레시피를 알려주는 자리였다. 3가지 커피 원두에 대한 기초 강좌를 진행하고, 어메이징 오트와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어메이징 오트 카카오톡 채널 고객을 대상으로 클래스를 진행했고, 앞으로도 고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지속해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매일유업이 주최한 어메이징 오트 커피 클래스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매일유업

지난 2월 매일유업이 주최한 어메이징 오트 커피 클래스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매일유업

“MZ, 먹거리 정보에 시간 투자”

식품업계의 다양한 특강 프로그램은 레시피 교육을 선호하는 MZ 소비자를 겨냥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샘표 관계자는 “아는 만큼 음식을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는 걸 경험한 MZ세대는 음식에 대한 정제된 정보에 시간과 에너지를 기꺼이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특강에서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아니지만, 브랜드와 제품을 노출하는 홍보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샘표가 우리 맛 특강 이후인 지난 17일 선착순 500명 한정으로 판매한 ‘우리 맛 연구 체험 팩’은 2시간 만에 동났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SNS에서 특강 내용이나 특별한 레시피가 입소문을 타면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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