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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계영의 중국 프리즘] 공안(公安)이 이윤을 낳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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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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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중 봉쇄, 기술기업 제재에 대한 중국의 대응책은 봉쇄망의 약화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첨단기술 기업 제재가 인권 보호를 중심으로 하는 이데올로기적 맥락에서 이루어지고 있어, 신장위구르 자치구에 대한 비판적 국제 여론을 잠재우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래서일까? 중국은 2017년 이래 100만명 이상의 위구르인을 재교육 캠프에 수감해왔지만 최근 재교육 캠프의 상당수가 폐쇄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근 회교 국가의 종교 지도자들이 신장을 방문하고 중국의 반(反)테러 및 극단주의 완화정책 성과를 높이 평가하기도 하였다. 중국은 지금 신장 지역의 정상화를 외부세계에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신장지역 문제를 둘러싼 상호제재 사태 이후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던 EU-중국 간 포괄적 투자협정(CAI)을 중국은 상호보복 철회 제안을 통해 다시 본 궤도에 올리려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조치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기술패권 경쟁은 단순한 경제적 이해득실의 차원을 넘어선 이데올로기 경쟁의 맥락 속에서 진행 중이며, 그 근저에는 중국 공산당과 기술기업간의 불가분의 관계, 공생 구조가 놓여있기 때문이다.

당의 기술기업 영도(領導)와 신장 위구르 자치구

중국의 기술기업들이 당의 영도에 따르는 통치 및 글로벌 기술 리더십의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중국에는 당-(사영)기술기업 간 공생관계, 더 나아가 일종의 정실 자본주의가 자리를 잡고 있다. 당은 기술기업과의 공생으로 경제적 측면에서는 ‘혁신’과 ‘글로벌 기술 리더십’을, 정치적 측면에서는 첨단기술을 이용한 ‘선전과 감시’로 체제를 강화하고자 한다.

중국에는 70% 이상의 사영기업 내부에 당 기층조직이 존재해 기업의 정치적 영도 역할을 수행하며 사영 기업가 셋 중 하나는 당원이다. 그리고 중국 민간‧국영기업에는 130만개 이상의 당 위원회가 존재해 국가 안보와 같은 기업의 사회적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2019년을 기준으로 대표적 기술기업들인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에 각각 200개, 89개, 300개 이상의 당 세포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기술 기업은 당이 추구하는 목표를 지원함으로써 이윤을 추구하는데 그 가장 극명한 예가 바로 신장 지역 통제를 위한 감시기술 제공이다. 사실 신장에서 구현된 디지털 인클로저는 중국 기술기업들의 성장에 큰 기회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런 바일러의 ’신장 위구르 디스토피아‘(2022.11)에 따르면 재교육 캠프는 ‘주변 격리, 내부 격리, 보호 방어, 안전한 복도 및 기타 시설과 장비를 완벽하게 하고, 보안기구와 보안 장비, 영상 감시, 원 버튼 경보장치 등과 같은 장비가 적재적소에 기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곳곳에 설치된 안면인식과 감정 인식 기술이 수감자들의 감정 상태를 모니터링해 왔다고 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첨단기술로 무장한 기업들의 참여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신장 위구르인 감시‧처벌 시스템으로 알려진 메그비(Megvii)의 통합작업플랫폼(Integrated Joint Operation Platform)은 소위 극단주의 또는 범죄 의사를 가진 개인의 예측‧식별에 동원되어 불과 일주일 만에 신장지구 약 2만 4412명의 용의자를 지목해 총 1만 5683명이 캠프로 이송되고 706명을 수감하는 기록 달성을 가능하게 하였다고 한다.

메그비의 안면인식 기능은 신장 무슬림의 고해상도 안면 스캔 정보 등 14억 중국인들의 신분증으로 구축된 공안부 DB 훈련을 통해 0.8초 만에 안면 일치 여부를 판별하고, 최대 30만명 대상자와 관련된 알림 정보의 등록과 기록을 가능하게 해 준다. 메이야 피코(Meiya Pico)는 스마트폰을 추적 장치로 바꿔 주는 기술로 유명하다. 메이야 피코의 MFSocket 앱이 설치된 폰이 포렌식 기능을 갖춘 디바이스에 연결되면 모든 개인 정보 추출이 가능해 경찰에 광범위하게 이용된다.

아이플라이텍(IFYTEK), 센스타임(Sensetime), 다후아(Dahua), 국유기업인 하이크비전(HikVision) 등 카메라 및 안면인식 기업들도 실시간 추적 카메라 시스템 구축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 이 기업들을 필두로 당의 신장정책(援疆政策)에는 약 1000여 개의 보안 기업들의 제품 및 서비스가 신장 지역 공장에서 활용되었고 다후아, 아이플라이텍, 메그비, 센스타임, 메이야 피코, 하이크비전 등은 모두 음성‧안면인식이나 빅데이터 분석, 행위 매핑(Mapping)의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부상하였다.

이러한 성과는 공안과의 협력이 없이는 불가능하였을 것이다. 공안기관-기업간 데이터 공유로 당국은 예비 범죄자 식별과 감시, 협력 기업은 이용자 파악 기술 축적을 이룰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공안 수요 충족을 위한 공공부문의 인공지능 분야 투자와 공공구매는 중국의 인공지능 혁신에 큰 기여를 해 왔다. 마틴 베라자(Martin Beraja) 등의 실증 연구는 당-정부 사업 참여기업들이 그렇지 못한 기업들에 비해 매출, 시장 점유율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두었음을 실증적으로 밝혀내기도 하였다.

즉, 기술 기업은 협조의 대가로 기술 경쟁력과 이윤을, 당-정부는 기업의 도움으로 통제‧감시의 효율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중국 전역에 디지털 인클로저 구축이 심화될수록 중국 기술 산업도 발전하고 글로벌 진출도 용이해짐은 물론이다. 이미 중국은 안면인식 기술의 세계 최대 수출국이며 세계 수준의 기술 보유기업도 대부분 중국 기술기업들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전면적이고 은밀한 방식의 국가 권력 확장이 진행 중인 것이다.

신장지구 인권탄압을 이유로 중국의 대표적인 인공지능 기업들이 미국의 제재명단에 포함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중국 기술기업들은 당-기업 간의 독특한 공생관계로 인하여 이데올로기적 맥락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술패권 경쟁의 최전선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국의 장기적 공안 수요와 기술 권위주의

향후에도 기술기업들과 당-정부간 공생, 특히 공안에의 수요가 중국 기술기업들의 성장과 글로벌 진출에 결정적일 전망이다. 특히 스마트 시티 사업은 중국 국내의 공안 수요는 물론이고 중국 기업들의 기술 권위주의 수출의 전개과정에 결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현재 중국 첨단기술 기업들은 정부 및 공공기관(경찰 등)에 Skynet project(天网工程), Sharp Eyes project(雪亮工程)와 같은 CCTV 시스템과 안면인식, 빅데이터 분석 수단을 결합한 감시 시스템의 현대화에 참여하고 있다. CCTV 시스템은 스마트 시티의 구성 요소의 일부에 불과하며 일단 특정 개인이 카메라로 식별되면 해당 개인의 통신, 이주, 금융, 숙박, 소비, 운전, 행정위반 등 행위 정보에 소셜 데이터까지 통합되면 각 개인에 대한 완벽한 프로파일링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센스타임의 카메라로 식별된 일반 국민이 경찰 데이터베이스와 연동되면 범죄자 여부를 알 수 있다. 공공기관의 CCTV 시스템 운영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정치적 자유 및 공공부문의 투명성이 제약되고 정보의 통제가 이루어지는 사회에서는 기술 남용의 소지가 크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신장과 같은 특수 지역을 제외하면 아직 중국의 첨단 감시 시스템은 보편화되어 있지는 않다. 또한 이러한 시스템이 의료, 치안 등의 공공 서비스 제공에도 기여함은 물론이다. 문제는 첨단 기술과 상호 연동된 스마트 시티 플랫폼이 완성될 경우 강력한 사회 통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첨단 기술은 해방의 도구이자 억압과 통제의 수단이기도 한 것이다.

스마트 시티는 중국 국내는 물론이고 글로벌 차원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이미 100개국 이상 국가에 화웨이, 하이크비전. 다후아, ZTE 등 중국기업들이 스마트 시티 관련 제품‧솔루션을 수출하고 있어 감시 시스템 확산에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권위주의 국가에서는 개인정보에의 접근 권한, 검문소 등 물리적인 감시 시스템, 권한 남용에 대한 법적 보호, 전체 데이터 세트의 깊이(생체 정보 등) 등에서 중국식 시스템이 서구에 비해 훨씬 높은 강도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짐바브웨는 중국식 시스템 수출의 대표적인 부정적 사례이다. 짐바브웨 국민의 생체 데이터가 짐바브웨 국민의 동의 없이 중국 기업 클라우드워크(CloudWalk)에 넘겨져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 발전에 기여하고, 데이터 제공의 대가로 클라우드워크 시스템이 짐바브웨 각지에 이식되고, 화웨이와 ZTE의 통신장비가 수출된 것이다.

기술권위주의와 가치의 문제

2018년에 시진핑 주석이 방문해 거대 도시의 스마트한 관리의 중요성을 설파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632 미터 상하이 타워는 사무실, 공장, 거주단지 어디에서나 작동하는 카메라와 경찰, 그리고 빅데이터가 결합된 중국 첨단 미래도시의 이상향을 대변한다.

이미 60여개의 도시 관리 애플리케이션이 작동 중인 상하이의 ‘도시 두뇌’(City Brain)는 도시의 각종 위험과 문제점을 선제적으로 해결해주는 중국판 마이너리티 리포트 실현의 중심이 될 것이라 선전되고 있다(상하이일보, 2022. 6. 1).

중국이 첨단 관리 시스템을 얼마나 감시와 통제에 이용할 것인지는 당이 체감하는 체제 안정에의 위협에 좌우될 것이다. 경제적으로 침체하고 중국몽 실현 가능성이 낮아져 정통성이 훼손될수록 당은 통제의 고삐를 조이고 기술 권위주의의 수출에 매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시나리오의 현실화가 세계에 바람직하지 않음은 물론이다.

공안이 이윤을 낳지만 바로 그러한 공생관계가 동시에 세계의 분열을 촉진하고 가치를 둘러싼 대립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가 공동주최국으로 참여한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이데올로기, 권위주의에 대한 방어라는 가치의 문제가 점차 중요해지는 세계를 반영한다. 이제 우리는 경제적 이익뿐만 가치 수호도 국익이 될 수 있는지를 심각하게 자문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최계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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