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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장률 선방…한국엔 아쉬운 성적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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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중국의 ‘위드 코로나’ 원년인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4.5%(전년 대비)를 기록했다.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성적표’다. 하지만 소비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하면서 한국 경제가 온기를 느끼기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18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로이터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4.0%)를 웃도는 수치다. 4%대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4.8%) 이후 1년 만이다. 이번 발표는 중국이 지난해 말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지한 이후 나온 첫 경제 성적표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쏠렸다.

1분기 성장률은 소비가 견인한 ‘소비주도성장’으로 평가된다. 중국의 소매판매는 올해 1분기 전년 동기보다 5.8% 증가했다. 지난달에만 소매판매가 10.6 % 늘어 2021년 6월(12.1%) 이후 두 자릿수 증가 폭을 기록했다. ‘리오프닝’이 시작되면서 중국인이 쇼핑·외식·여행 등에서 적극적으로 소비한 결과다.

중국 GDP의 65.4%(2021년)에 달하는 소비가 살아나는 것은 중국 정부가 설정한 올해 성장률 목표 5% 달성에도 청신호가 들어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후이 산 골드만삭스 중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리오프닝 이후의 반등을 보여준다”며 “중국 경제가 올해 6%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내수보다 산업 생산의 회복은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1분기 산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늘었다. 지난달 산업생산은 3.9% 증가했는데, 시장 전망치(4.4%)를 밑도는 수준이다. 특히 이날 나온 중국의 3월 광공업 생산 통계 중 반도체 생산은 전년보다 3% 감소했다. 미국의 대중국 첨단 반도체 수출 금지 조치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농촌을 제외한 공장·도로·전력망·부동산 등 자본투자에 대한 변화를 보여주는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1분기 5.1%로 전망치(5.7%)를 하회했다. 여기에 부동산투자 증가율이 1분기에도 여전히 -5.8%를 기록하고 있고, 실업률이 크게 개선되고 있지 못한 점이 불안정한 요소로 꼽힌다. 1분기 도시실업률은 5.5%로 지난해 4분기보다 0.1%포인트 낮아지는 데 그쳤고, 16~24세 청년실업률은 19.6%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중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한국 경제가 당장 ‘리오프닝’ 효과를 누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지금은 소비를 중심으로 경기 회복이 시작되고 있는 단계인데, 생산과 투자 회복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는 점에서다.

특히 산업생산의 부진이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 기대감을 꺾는 요소다. 한국은 중국에 주로 중간재 제품을 많이 판매하기 때문이다. 테크 중심의 전 세계 경기 침체 가능성도 전망을 회의적으로 만들고 있다. 한국 중간재가 중국을 거쳐 최종 소비되는 곳이 미국 등 선진국인데, 이들 경기가 하반기부터 침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와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수출이 예전 같은 수준으로 늘어나긴 어렵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 회복도 어려울 수 있다”며 “정부가 기업의 수출 길을 터주고, 장기적으로는 중국과의 기술 우위를 점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2분기부터는 국내 경기에 도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내 ‘보복소비’가 본격화하고, 중국 정부의 부양 효과가 가시화하면 한국의 대중국 수출도 회복한다는 전망이다.

주원 실장은 “2분기부터는 중국의 리오프닝으로 인한 낙수 효과가 기대된다”고 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도 “시차를 고려하면 한국은 하반기쯤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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