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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방북 요청 전달 받았다"..."모른다"던 안부수 법정 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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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울그룹과 경기도가 대북 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북측과의 소통 채널 역할을 했던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회장이 ‘이재명-김성태 통화’ 목격담 등을 법정에서 털어놨다. 대북 소통의 핵심 역할을 맡았던 안 회장이 지난 1월 재판 당시 “모른다”고 일관하던 태도와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면서, 그간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의 관계 등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방어 전략이 흔들릴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8년 11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왼쪽)가 경기도 성남 제2판교테크노밸리를 방문한 이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아태위) 부위원장(왼쪽 둘째) 등 북한 대표단과 기념촬영하는 모습. 오른쪽은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 아태위는 당시 쌍방울그룹의 대북 사업 창구였다. [뉴스1]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아태위) 부위원장 겸 조국통일연구원 원장(왼쪽)을 비롯한 북한 대표단이 15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제2판교테크노벨리를 방문해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이화영 평화부지사(오른쪽)에게 영접을 받고 있다. 뉴스1

2018년 11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왼쪽)가 경기도 성남 제2판교테크노밸리를 방문한 이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아태위) 부위원장(왼쪽 둘째) 등 북한 대표단과 기념촬영하는 모습. 오른쪽은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 아태위는 당시 쌍방울그룹의 대북 사업 창구였다. [뉴스1]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아태위) 부위원장 겸 조국통일연구원 원장(왼쪽)을 비롯한 북한 대표단이 15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제2판교테크노벨리를 방문해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이화영 평화부지사(오른쪽)에게 영접을 받고 있다. 뉴스1

안 회장은 18일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신진우) 심리로 열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뇌물·정치자금법·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출석해 ‘이재명 지사 방북비용을 쌍방울그룹에서 북한에 전달한 사실을 아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북측에서 500만달러를 요구했다가 200만달러인지 300만달러로 낮췄다는 얘기를 북측 인사에게 들었다”고 말했다. 안 회장은 그러면서 “‘이재명 지사가 방북을 희망한다는 요청을 북한에 전달해달라’는 이 전 부지사의 요청을 여러 차례 받았다”며 “3번 친서를 받아서 2번 전달했고, 마지막 친서는 경기도지사 방북 초청 건이라고 했더니 북측에서 무슨 내용인지 안다고 안 줘도 된다고 해서 전달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안 회장이 이 전 부지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안 회장은 지난 1월 16일 재판에서도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당시에는 스마트팜 비용 대납 의혹과 북측의 산림녹화를 위한 정원수 지원 배경 등에 대해 “경기도와의 연관성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대답했다. 방북비용 대납 등에 대해선 언급조차 없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의 국외출장보고서에 담긴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 송명철 조선아태위 부실장 등과의 2019년 1월17일 중국 선양 출장 당시 만찬 사진. 경기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의 국외출장보고서에 담긴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 송명철 조선아태위 부실장 등과의 2019년 1월17일 중국 선양 출장 당시 만찬 사진. 경기도

하지만 3개월 만에 다시 앉은 증인석에서 안 회장은 2018년 9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이 전 부지사와 경기도 평화협력국 공무원들, 김 전 회장 등 쌍방울그룹 임원들과 북측 인사들을 접촉해 대북사업을 논의했던 내용들을 자세히 털어놨다.

특히 이 전 부지사와 김 전 회장이 나란히 앉아 송명철 조선아태평화위원회(조선아태위) 부실장과 조정철 참사를 만났던 2019년 1월17일에 있었던 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안 회장은 “이화영 부지사가 스마트팜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송명철이 화를 내면서 ‘이화영 선생은 약속도 안 지키고 어딜 뻔뻔스럽게 왔냐’고 짜증을 냈다”며 “이때 김성태 회장이 ‘우리 형인데, 나도 여기서 나가겠다’고 해서 험악한 분위기가 이어지다가 회의를 간단히 하고 저녁 회식을 하러 갔다”고 말했다.

함께 이동한 회식 장소에서 이 전 부지사가 본인 휴대전화로 이재명 당시 지사에게 전화를 걸어 김 전 회장과 통화를 하게 했다는 증언도 했다. 안 회장은 “김성태 회장이 전화를 받고 ‘예예’ 하면서 통화를 해서 누구냐고 물어봤더니 이재명이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안 회장은 “북한과의 만남을 주선하고 공항에서 호텔까지 이동하는 방법, 회의장 임대, 식사비용까지 전부 내가 계산했다는 (신모 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 증언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아태협은 기업이 아니라 돈이 없다”고 덧붙였다.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현재는 삭제됐다. 안부수 페이스북 화면 캡처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현재는 삭제됐다. 안부수 페이스북 화면 캡처

안 회장은 그간 이같은 말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 전 부지사가 구속되기 이틀 전에 집 앞으로 찾아왔다. 언론보도가 나오고 시끄러워 (허위 진술 요구를) 받아들이고 김 전 회장을 내가 오래 전부터 알았던 걸로 증언할테니 이 전 부지사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3개월 만에 재차 나선 법정 증언에서 진술 태도를 180도 뒤집은 이유에 대해선 “이러한 사실을 나만 아는 게 아니고 내가 숨긴다고 덮어지는 것도 아니다”라며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지사는 상당히 친분이 있고 의형제 같은 관계였고, 아태협이 쌍방울그룹에 신세를 지고 있었으니까 해야 할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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