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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전 사업가 통해 돈 조달" 강래구, 돈봉투 일부 인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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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자금을 마련하고 전달한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으로부터 혐의를 일부 인정하는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확인됐다. 강 회장은 ‘대전 지역 사업가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핵심 공여자 중 한 명인 강 회장이 현금 살포 의혹을 인정함에 따라 돈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민주당 의원 10~20명에 대해서도 소환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핵심 공여자' 혐의 인정…수사 속도낼 듯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지난 16일 강 회장을 소환해 불법자금을 조성한 경위와 출처, 돈을 전달한 명단 등을 집중 추궁했다. 강 회장은 2021년 3~4월 송영길 당대표 후보 캠프에서 조직 담당으로 활동하며 캠프 관계자들에게 현금을 돌릴 것을 계획하고 실행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강 회장이 송영길 캠프에 전달된 현금 9400만원 중 8000만원을 마련했다고 보고 있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왼쪽),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 뉴스1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왼쪽),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 뉴스1

강 회장은 “대전 지역 사업가들에게서 돈을 조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강 회장과 함께 돈봉투를 만들어 전달한 혐의를 받는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조사에서도 비슷한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이 확보한 강 회장과 이 전 부총장 간의 통화녹음에는 두 사람이 송 전 대표 당선을 위해 금품 살포를 공모한 내용이 담겨 있다.

검찰이 확보한 녹취 파일에는 이 전 부총장이 강 회장에게 “송영길 대표가 ‘(강)래구가 돈 많이 썼냐’고 묻더라”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 조사에서 송 전 대표와 통화를 한 사실이 있다고 인정하는 진술도 받았다.

검찰은 이런 녹취 내용과 진술로 미뤄볼 때 송 전 대표가 불법 정치 자금 조성을 보고받아 알고 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강래구, 수자원공사 납품 대가로 금품 받은 정황도

민주당 대전 동구 지역위원장 출신인 강 회장은 19대~20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낙선했다. 2019년 12월부터 대전에 본사를 둔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를 맡고 있다. 검찰은 강 회장이 상임감사 지위를 이용해 이권에 개입한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있다.

앞서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의 10억원대 금품수수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사업가 박모씨가 이정근 전 부총장뿐 아니라 강래구 회장에게도 수백만원을 줬다”는 관계자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이 전 부총장은 2020년 하반기 수력발전업체 영업 업무를 맡은 박씨에게 강 회장을 소개했다고 한다. 검찰은 강 회장이 감사 지위를 앞세워 해당 업체 납품사 선정을 도와주겠다며 돈을 받았는지 수사 중이다.

통화녹음에 “홍(영표) 쪽에서 의원들한테 뿌리니까"

2021년 4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홍영표(왼쪽부터), 송영길, 우원식 후보가 TV토론회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2021년 4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홍영표(왼쪽부터), 송영길, 우원식 후보가 TV토론회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검찰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막판까지 송영길 후보와 홍영표 후보의 접전이 이어지자, 수도권과 호남 등의 지지세를 얻으려고 현금이 살포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확보한 통화녹음에는 송 전 대표의 경쟁 상대였던 홍영표 의원 캠프도 동료 의원들에게 현금을 뿌렸다는 주장이 나온다. 강 회장이 이 전 부총장에게 “지금 홍(영표) 쪽에서 의원들한테 뿌리니까”라며 “고민을 하고 있다. 필요하다면 돈이 최고 쉬운 건데”라고 말한 대목이다.

해당 발언에 따르면 송영길 캠프뿐 아니라 전당대회 전반에 불법 자금이 동원된 정황이다. 다만 검찰은 현 시점에서 이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수사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단순히 녹음에 나온 내용만으로는 수사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자금 공여자나 캠프 내부 관계자 진술이 뒷받침돼야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7일 돈봉투 의혹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이 대표는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당 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국민의힘은 당사에 ‘돈봉투 제보센터’를 설치해 제보를 수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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