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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만 겨우 움직인 청년…4명에 생명 주며 '자유의 몸' 됐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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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문섭 씨. 사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곽문섭 씨. 사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골격근 퇴화로 근육이 약해지는 질환인 근이양증을 앓던 청년이 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생명을 주고 떠났다.

17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곽문섭(27) 씨는 지난달 24일 영남대학교병원에서 폐장, 간장, 신장(왼쪽, 오른쪽)을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6살 때 근이양증을 진단받은 곽씨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걷기가 힘들어 휠체어를 타고 학교를 다녔다.

그는 손가락으로 마우스를 움직일 정도의 근력만 남아있었지만 가족들의 응원과 정성으로 경북대학교 컴퓨터학부를 졸업했고 졸업 뒤에는 직장 생활을 했다.

곽씨는 항상 긍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평소에도 “긍정적인 생각만 했더니 행운이 따른다”면서 늘 밝은 모습으로 재능기부를 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해왔다.

그러던 지난 3월 10일, 곽씨는 집에서 심정지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뇌사상태에 빠졌다.

가족들은 장기 기증을 결정했다. 곽씨의 일부가 누군가의 몸에서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하고 지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곽씨의 어머니 서경숙씨는 “늘 양보하고 기다리라며 자유롭게 해주지 못한 게 미안하다. 어릴 적부터 엄마가 울까 봐 코만 살피던 아들. 엄마를 위해 태어나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씨는 “엄마에게 태어나준, 짧지만 열정적인 삶을 산 아들아.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말고 행복하고 자유롭게 살아줘. 엄마는 따뜻하고 이쁜 봄날 먼 여행을 떠났다고 생각할 게”라고 했다.

손가인 기증원 사회복지사는 “나에게 닥친 어려움에도 그 역경이 있기에 더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는 기증자의 생각에 감동을 받았다. 생명나눔이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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