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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변비·혈변 생기면 대장암 의심하라”

중앙일보

입력

김태일 세브란스병원 교수

‘대장암 명의’ 김태일 세브란스병원 교수를 만났습니다.

‘대장암 명의’ 김태일 세브란스병원 교수를 만났습니다.

김태일(57)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대장 속 숨은 용종을 찾는 데 20년을 쏟았다. 2003년 펠로(전임의) 때부터 일주일에 약 40명의 환자에게 대장내시경을 했다고 한다. 어림잡아 4만 명. 숙련된 ‘매의 눈’으로 암을 찾거나 그 싹을 잘랐다. 용종은 대장 점막이 비정상적으로 자라 혹처럼 된 것이다. 성인 약 30%에서 관찰된다. 대장내시경을 한 뒤 용종을 뗐다는 이들이 주변에 한둘씩은 꼭 있는 이유다.

통상 1㎝ 이상이면 고위험 용종으로 본다. 김 교수는 “크기가 크면서 점막이 울퉁불퉁하거나 표면 색깔이 정상 점막과 다르고 궤양·출혈이 있다면 암에 가깝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했다. 개수가 3~5개 이상이거나 조직 소견상 융모 형태의 세포가 많아도 고위험 용종에 해당한다. 대장암의 80%는 샘종(선종)성 폴립(나쁜 용종) 단계를 거친다. 용종을 발견하는 것만큼 제거가 중요한 이유다.

한국은 대장암 발생률이 높은 나라 중 하나다. 2021년 대장암 사망자는 인구 10만 명당 17.5명으로 폐암(36.8명), 간암(20명) 다음이다. 젊은 층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게 최근 트렌드다. 내시경 후 특이 소견이 없다면 다음번 내시경은 7~10년 뒤에 해도 좋다고 했다. 용종을 뗀 경우라면 다르다. 고위험 용종을 제거한 경우 3년 주기로 내시경을 해보는 게 좋다. 만약 떼어낸 용종 크기가 2~3㎝ 정도 되고 한 번에 절제가 안 돼 나눠서 뗀 경우라면 주기를 확 단축해 6개월 뒤에 다시 볼 것을 권고했다. 가족력이 있다면 1~2년에 한 번씩 자주 해야 할 수 있다. 통상 직계가족(부모님, 형제, 자매, 자녀) 중 대장암 환자가 한 명 있으면 대장암 발생 위험이 1.5배, 2명 이상이라면 2.5배 오른다고 한다. 조부모 같은 친척(삼촌, 고모, 이모, 조카, 손자, 조부모 형제) 중 대장암 환자가 있으면 1.3배 증가한다.

용종이 별로 없어도 유전적으로 위험한 경우가 있다. 유전성 비폴립증 대장암인 린치증후군이다. 이런 환자는 특정 유전자를 교정해 주는 유전자에 선천적인 문제가 있어 암 발병을 막지 못한다. 이 경우 20대부터 대장내시경을 하는 게 좋고 대장암이 아니더라도 비뇨기계 암이나 난소암, 자궁내막암, 위암 등의 발병 위험이 크기 때문에 관련한 산부인과 검진 등을 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태일 교수가 뽑은 ‘나쁜 대장 용종’

김태일 교수가 뽑은 ‘나쁜 대장 용종’

대장암은 대부분 초기 증상을 못 느낀다. 배가 아프고 혈변·흑색변을 보거나 배에 덩어리 같은 게 만져지면 의심해볼 수 있다. 김 교수는 “복통이 잠깐 있다가 없어지는 게 아니고 한동안 지속한다거나 갑자기 어느 날 변비가 생기고 혈변이 있으면 혼자 ‘괜찮겠지’ 넘기지 말고 꼭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대변이 가늘어지거나 잔변감이 있고 복부에 가스가 자주 차는 느낌도 증상 중 하나다. 식욕이 떨어지거나 체중이 감소하고 단순히 피곤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대장암은 4기라 해도 수술해볼 수 있다고 한다. 김 교수는 “대장암은 주로 간·폐로 전이되는데, 전이가 많지 않고 암 위치가 나쁘지 않으면서 절제했을 때 남은 간·폐 기능이 괜찮다면 수술할 범위가 얼마든지 넓어진다”고 말했다. 또 “수술을 바로 못 하는 경우 항암제를 써 암 크기를 줄인 뒤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특히 고위험군이 암에 걸리지 않게 중간에서 고리를 끊는 연구에 관심이 많다. 유전, 환경적으로 대장암에 걸릴 소인을 찾아내 암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어떤 약을 쓰면 용종이 덜, 늦게 자라게 하는지 등도 연구한다. 그가 생각하는 명의는 병을 잘 치료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대개 치료에만 집중하지만 명의라면 암 예방부터 치료까지 역할의 스펙트럼이 넓다. 새 약제 개발 연구부터 유전성 암 예방, 미래 치료 방향 연구까지 관련된 분야를 종합적으로 다룰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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