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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가 지휘했던 브레멘 필, 첫 내한…그의 숨결 전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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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독일 브레멘 필하모닉이 한독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22일부터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 이번 공연에서는 브람스 음악만을 들려준다. [사진 라보라예술기획]

독일 브레멘 필하모닉이 한독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22일부터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 이번 공연에서는 브람스 음악만을 들려준다. [사진 라보라예술기획]

독일 그림 형제의 동화 ‘브레멘 음악대’는 나이 들어 각자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당나귀·개·고양이·닭이 힘을 합쳐 도둑을 혼내주고 음악대를 결성하는 이야기다. 그 동화로 친숙한 독일 북부 도시 브레멘의 오케스트라가 처음으로 내한공연한다. 22일 부산문화회관, 23일 세종 예술의전당,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26일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공연하는 일정이다. 한독 수교 140주년을 기념한 내한 투어다.

브레멘 필하모닉의 역사는 2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68년 브람스가 브레멘 필하모닉을 지휘해 걸작 교회음악인 ‘독일 레퀴엠’을 브레멘 교회에서 초연한 인연으로 브람스와 특별한 유대감을 갖고 있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도 브람스 작품만을 연주한다. ‘대학축전서곡’으로 시작해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 협주곡을 거쳐 교향곡 4번으로 막을 내리는 브람스의 성찬이다. 이중 협주곡은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 한국인 첫 우승자인 임지영과 파블로 카잘스 첼로 콩쿠르에서 우승한 문태국이 연주한다.

마르코 레토냐

마르코 레토냐

이번 내한 투어의 지휘봉을 잡은 브레멘 필하모닉 음악감독 마르코 레토냐를 서면 인터뷰했다. 슬로베니아 출신인 레토냐는 2017년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과 함께 처음 내한했고, 지난해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에서 서울시향을 지휘했다. “한국에서의 공연은 언제나 특별하다. 한국의 클래식 팬들은 박식하고 콘서트홀에서 보내는 시간을 즐긴다”며 “이번에 한국에서 브람스의 숨결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브레멘 필하모닉은 시민에 의해 창설된 초기부터 귀족·주교들로부터 독립적이었기에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특징이 있다”며 “덜 알려진 작품들, 재발견한 곡, 신작에 대해 열린 태도와 높은 예술적 수준, 호기심, 과감성이 악단의 특기”라고 했다. 단원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것도 그런 진취적인 음악 전통이라고 소개했다.

브람스에 대해 “그도 결국 사람이었고 가끔씩 자기 자신과 자신의 작품에 의문을 품었던, 상처받기 쉬운 존재였다”면서, 협주곡에 얽힌 사연을 들려줬다.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초연했던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아힘은 브람스와 둘도 없는 친구였다. 그러나 요아힘의 이혼 과정에서 브람스가 친구가 아닌 친구의 아내 편을 들면서 둘은 불편한 사이가 된다. 이중 협주곡은 두 사람의 서먹한 관계가 봉합되는 계기였다. 클라라 슈만이 ‘화해의 협주곡’이라 불렀던 것도 그 때문이다.

“브람스는 이중 협주곡을 쓰면서 흥분했던 것 같아요. 요아힘에게 이 곡을 자랑하고 싶어서 견딜 수 없다고 썼거든요. 이 작품을 ‘거인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이라 불렀어요. 바이올린과 첼로가, 5옥타브가 넘는 범위를 넘나들며 한 악기처럼 연주해야 하거든요. 두 독주자가 한 명의 연주자처럼 화합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탁월한 두 한국인 연주자인 임지영과 문태국은 좋은 선택입니다.”

레토냐의 지휘에 대해 해외 언론들은 ‘높은 수준의 비전’을 보여주는 ‘매우 정제된 스타일’이라고 평가한다. 그 비결에 대해 레토냐는 “작품 자체와 오케스트라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총보의 음표뿐만 아니라 많은 요소들을 면밀히 검토한다. 특히 작곡가의 영혼이 오케스트라의 정신과 들어맞아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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