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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정년 연장' 연금개혁법안 즉각 서명…법제화 마무리

중앙일보

입력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사진)이 15일(현지시간) 정년 2년 연장 등의 내용을 담은 연금개혁 법안에 서명했다. A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사진)이 15일(현지시간) 정년 2년 연장 등의 내용을 담은 연금개혁 법안에 서명했다. A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연장해 연금을 늦게 받는 내용을 담은 연금개혁 법안에 서명했다. 이로써 지난 3개월간 프랑스 사회를 격랑에 휩싸이게 했던 연금개혁 법안이 전격 공포됐다. 그러나 야당과 노동계 반발이 격화하며 사회 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프랑스24 등에 따르면 이날 마크롱 대통령이 연금개혁 법안에 공식 서명하면서 법적 절차를 마무리했다. 법안은 프랑스 관보에 게재돼 법적 효력을 갖게 됐다. 오는 9월 1일 시행될 방침이다.

대통령 서명은 한국의 헌법재판소 격인 프랑스 헌법위원회의 부분 합헌 결정 이후 위헌 판결된 부분을 제외하고 10여 시간 만에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헌법위원회의 합헌성 판결 이후 대통령은 15일 내에 새 법을 승인하면 된다. 전날 오후 헌법위원회는 가장 논란이 됐던 '정년 2년 연장' 등 핵심 조항들과 헌법 49조 3항을 이용해 의회 표결을 건너뛴 것 등이 헌법과 합치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만, 헌법위원회는 고령 노동자를 위한 특별 계약을 신설하고 55세 이상인 노동자의 수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등 6개 조항은 위헌으로 보고 삭제했다. 야당 측이 제안한 국민 투표 제안도 반려했다.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는 판결 후 "제도적이고 민주적인 여정의 끝"이라면서 "정부는 더 많은 개혁을 더 빨리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5일(현지시간) 프랑스 서부 도시 렌에서 프랑스 정부의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대통령의 서명 이후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프랑스 서부 도시 렌에서 프랑스 정부의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대통령의 서명 이후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헌법위원회가 사실상 합헌 결정을 내리자 프랑스내 반대 민심은 더욱 들끓었다. 북서부 도시 렌에선 분노한 시위대가 경찰서를 불태우는 등 반대 시위가 격화했다. 수도 파리엔 시민 수천 명이 몰려들어 시위를 벌이자 경찰이 곳곳에 펜스를 설치하고 최루탄을 던지며 시위대와 대치했다. 반대 시위와 파업을 이끄는 프랑스 노동조합 연대는 마크롱 대통령에게 법안에 서명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그런데도 마크롱 대통령이 즉각 서명을 감행하자 노동계는 자신들을 무시했다고 판단, 노동절인 5월 1일 총파업을 예고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강성 좌파 성향 노조 노동총동맹(CGT) 위원장은 "완전히 수치스러운 결정"이라며 "마크롱이 또다시 우리 면전에서 문을 쾅 닫은 셈"이라고 비판했다. 4월 20일과 28일에도 철도 노조 등을 중심으로 부분 파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야당도 정부의 강행 처리에 강력 비판했다. 극좌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프랑수아 뤼팽 의원은 트위터에 "정부가 연금개혁 법안을 도둑처럼 한밤중에 공표했다"고 규탄했다. 극우 성향 국민연합(RN)은 "연금개혁을 막기 위한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보른 총리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면서 달래기에 나섰다.

현지 언론들은 "연금개혁 법제화는 마무리됐어도 마크롱 대통령의 정치적 리스크는 여전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앞서 여소야대 하원에서 연금개혁안 부결 가능성이 커지자 지난달 16일 마크롱 대통령은 의회 표결 없이 입법안을 추진할 수 있게 하는 헌법 49조 3항을 발동하면서 야권과 노조 단체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이러한 정부의 강행 입법에 반대 민심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국민 3분의 2 이상이 정년 연장을 담은 연금개혁 법안에 반대하고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도 사상 최저 수준에 근접해 있다.

15일 프랑스 서부 도시 렌에서 프랑스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개혁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15일 프랑스 서부 도시 렌에서 프랑스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개혁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마크롱 대통령이 국민 다수의 반대에도 연금 개혁을 강행하려는 건 이대로 가다간 저출산 고령화로 연금 적자가 눈덩이처럼 크게 불어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연금자문위원회(COR)에 따르면 프랑스 연금 재정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올해 18억 유로(약 2조5000억원) 적자로 돌아서고, 2030년 135억 유로(약 19조원) 적자, 2050년 439억 유로(약 61조원) 적자가 예상된다.

법적 절차를 끝낸 새로운 연금개혁 법안에 따라 현행 62세인 정년은 2030년까지 64세로 2년 연장된다. 연금을 100% 받기 위해 기여해야 하는 기간도 42년에서 2027년까지 43년으로 1년 늘어난다. 대신 올 9월부터 최소 연금 수령액이 최저임금의 75% 선(월 1015유로·약 135만원)에서 85%인 월 1200유로(약 160만원)로 올라간다.

마크롱 대통령은 오는 17일 오후 연금개혁 법안을 두고 대국민 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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