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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한 증상도 없고 완치도 없다…10대도 걸리는 '치명적 질병' [건강한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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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는 시력 도둑’ 바로 알기

안압 상승 등으로 시신경 이상
대부분 초기에 뚜렷한 증상 없어
완치 불가, 약물로 증상 악화 막아

녹내장은 안압 상승 등으로 시신경에 이상이 생겨 시야 결손이 일어나는 질환이다. 증상이 두드러지지 않아 시신경이 심각하게 손상된 후에야 발병 사실을 아는 경우가 많다. 녹내장을 ‘소리 없는 시력 도둑’이라 부르는 이유다. 실명의 주요 원인인 녹내장으로부터 눈을 지키기 위해 알아둬야 할 내용을 정리해 봤다.

안압이 높아야지만 걸린다 (X)

단순히 안압이 높아야지만 녹내장에 걸린다고 아는 사람이 많다. 안압 상승이 녹내장 발생의 주요 원인인 것은 맞지만, 그 수준이 정상 범위(10~21㎜Hg)에 들어도 녹내장을 앓을 수 있다. 한양대병원 안과 이원준 교수는 “실제로 우리나라와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에서는 정상 안압 녹내장의 사례가 흔하다”고 말했다. 정상 안압 녹내장은 시신경이 정상 수준의 안압에도 취약한 구조일 때 생길 수 있다. 동일한 무게의 짐도 누군가에게는 가볍게, 다른 이들에게는 무겁게 느껴지는 상황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혈액순환 장애, 고도 근시 등도 정상 안압 녹내장의 발병 원인이 될 수 있다. 때로는 눈의 다른 질환 때문에 안압이 올라가면서 이차성 녹내장을 겪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질환으로 포도막염을 꼽을 수 있다.

대부분 초기에 뚜렷한 증상이 없다 (O)

일반적인 녹내장은 초기에 두드러진 증상이 없다. 시신경이 조금씩, 서서히 약해지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 안과 한종철 교수는 “간혹 눈이 침침하다거나 한쪽 눈의 명암, 색감이 평소와 다르다며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마저도 굉장히 예민해야 느낄 수 있는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은 병이 상당히 진행돼 시야가 제대로 보이지 않게 될 때야 뒤늦게 검사를 받는다. 안구건조증이나 시력교정술 등 다른 이유로 안과를 방문했다가 우연히 녹내장을 발견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다만 안압이 갑작스럽게 높아진다면 정상 안압 녹내장 환자보다 상대적으로 빨리 증상을 자각할 수 있다. 급성 폐쇄각 녹내장이 이에 해당한다. 폐쇄각 녹내장은 눈 속을 흐르는 액체인 방수가 정상적으로 나가는 통로가 막히면서 안압이 올라가 발생한다. 이때는 두통과 안통(眼痛), 눈 충혈 등이 나타나고 시력 저하감을 심하게 느낄 수 있다. 메스꺼움과 구토 증상까지 호소하며 응급실을 찾는 환자도 많다.

녹내장에 걸리면 무조건 실명한다 (X)

녹내장은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과 함께 ‘3대 실명 질환’으로 꼽힌다. 이로 인해 녹내장 진단을 받으면 환자들은 곧 실명된다는 두려움에 휩싸이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실명을 예방할 수 있다. 게다가 녹내장의 진행 속도가 느려 일상생활에 크게 지장을 받지 않는 사례도 존재한다. 한 교수는 “예를 들어 70대 녹내장 초기 환자인데 안압이 높지 않고 10~20년은 지나야 변화가 보일 정도라면 약물치료나 수술 없이 상황을 지켜볼 수도 있다”며 “물론 같은 상황이라도 환자가 불안해하고 불편함을 느낀다면 약을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나이 든 사람에게만 발생한다 (X)

보통 녹내장 하면 노인성 질환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고령층에서 많이 발견되긴 하나 젊은 층이라고 안심할 수는 없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를 보면 40대 미만 녹내장 환자 수는 2012년 약 11만4000명에서 2021년

13만7000명으로 늘어났다. 10대에서도 녹내장 발병 사례가 나오는 만큼 젊은 세대도 질환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는 게 좋다. 특히나 고도 근시와 가족력 같은 녹내장 위험 인자가 있다면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을 필요가 있다. 야간에 안압이 상승하거나 안압의 변동성이 크다고 판단되면 병원에 입원해 검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수술해도 완치가 어렵다 (O)

현재로서는 녹내장의 완치가 불가능하다. 이 교수는 “치료를 하더라도 손상된 시신경을 원래대로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그만큼 검진을 통해 조기에 녹내장을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녹내장이 확인되면 증상이 더 심해지지 않도록 하는 데 목표를 두고 치료가 이뤄진다. 증상 악화를 막는 대표적인 방법은 약물치료다. 안압을 낮추는 안약을 넣어 시신경 손상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안압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고 눈 충혈, 작열감(타는 듯한 느낌의 통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면 경과를 지켜보다 약을 바꾸기도 한다.

한 가지 안약으로 효과가 충분하지 않을 때는 다른 약을 여러 개 함께 쓰기도 하며 필요하다면 레이저 시술과 녹내장 수술도 이뤄질 수 있다. 이 교수는 “녹내장은 변하는 추이를 파악해 이에 맞게 대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여러 의사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본인의 상태를 가장 잘 아는 주치의와 오랜 기간 장기적으로 상태를 살펴보며 치료받기를 권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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