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CPI 이어 PPI도 하향세, 긴축 중단 기대감에 증시 훈풍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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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5호 05면

미 인플레 둔화 조짐

1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이날 코스피는 2571.49포인트, 원·달러 환율은 1298.9원에 거래를 마쳤다. [뉴스1]

1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이날 코스피는 2571.49포인트, 원·달러 환율은 1298.9원에 거래를 마쳤다. [뉴스1]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다. 미국이 조만간 통화 긴축을 중단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미국과 한국 증시도 훈풍을 맞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미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의 3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했다. 2월 PPI 상승률은 4.9%였다. 한 달 만에 상승 폭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3월 PPI는 전월에 비해서는 0.5% 하락으로 반전해, 2020년 4월 이후 약 3년 만에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PPI는 도매 물가에 해당해 소비자물가지수(CPI)의 방향성을 나타내는 선행 지표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향후 미국의 CPI도 계속 하향세를 보이면서 지난해부터 시장을 옥죈 인플레이션 상황이 크게 해소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로 하루 전인 12일에 미 노동부가 발표한 미국의 3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5%, 전월 대비 0.1% 올라 모두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앞서 발표된 미국의 전년 동월 대비 CPI 상승률은 2월 6%, 1월 6.4%였다. 지난해 6월 9.1%로 정점을 찍은 뒤 7~9월 8%대, 10~11월 7%대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경제 지표가 잇따라 나오면서 미국 증시는 활짝 웃었다. 이날 미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1.14% 오른 3만4029.69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33% 상승한 4146.22로, 나스닥은 1.99% 오른 1만2166.27로 각각 장을 마감했다.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지난 2월 15일 이후 최고치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한국 증시와 원화 가치 역시 동반 상승하고 있다. 14일 코스피는 전장 대비 0.38% 오른 2571.49로, 코스닥은 1.07% 오른 903.84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187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와 함께 서울 외환시장에서 이날 원·달러 환율은 11.5원 내려간 1298.9원에 거래를 마쳤다. 2거래일 연속 하락으로, 종가 기준 지난달 28일(1298.8원) 이후 약 보름 만에 다시 1300원선 아래로 내려왔다. 환율 하락은 원화 가치 상승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박 해소 기대감에 당분간 국내 증시와 환율이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준금리에 대한 기대치가 추가로 하락하면 환율도 빠르게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 지표의 회복이 2분기 원화 강세를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 연구원은 “지난달 이후로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효과가 본격화하면서 중국 경제성장률이 반등함에 따라 원화는 강세 전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섣부른 낙관론은 금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3월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5.6%, 전월 대비 0.4% 상승해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을 나타냈다. 근원 CPI는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 가격을 제외한 집계치다. 인플레이션 추이를 분석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지표다.

미국 고용 시장의 침체 조짐도 부담스럽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4월 2~8일, 현지시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전주보다 1만1000건 늘어난 23만9000건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월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미국 정보기술(IT) 업계에서 빨라진 정리해고 행보가 각 업계로 확산하는 등 최근 고용 시장이 침체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인플레 압력이 줄어드는 것은 호재지만 경기 자체가 고꾸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상황을 여전히 조심스럽게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14일(한국시간)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4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경기 둔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 경제 상황을 석 달째 ‘경기 둔화’ 국면으로 판단한 것이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해 6월 그린북에서 ‘경기 둔화 우려’로 진단한 이후 12월까지 비슷한 평가를 유지했다. 그러다가 올 들어 ‘경기 둔화 우려 확대’(1월호), ‘경기 둔화’(2월호) 진단을 공식화했다.

기재부는 이달 진단의 근거로 수출·설비 투자 부진 등 제조 업황 악화를 들었다. 한국의 2월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3.2% 감소했다. 3월 수출도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주력 제품의 판매 부진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6% 줄었다. 반면 기재부는 내수에선 대면 활동 부문을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2월 서비스업 생산이 전월 대비 0.7%, 소매판매는 5.3%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시장은 미 연준(Fed)이 다음달 2~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어떻게 결정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단은 연준이 다음달 0.25%포인트 인상을 끝으로 올해 금리 인상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LPL파이낸셜의 퀸스 크로스비 수석전략가는 “이번에 발표된 (미국의) CPI와 PPI는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정책이 끝을 향하고 있음을 확실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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