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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악 저출산, 공적연금 의존도 줄일 은퇴 계획 짜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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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5호 15면

당신의 연금 설계

합계출산율 0.78이라는 숫자가 우리에게 심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과연 우리 사회는 지속 가능한가? 1970년 101만명이 태어났지만 52년이 지난 2022년 출생아 수는 25만명으로 4분의 1 수준이다. 다시 반세기가 지나면 6만명대가 될 지도 모르는 한국은 전 세계 유례없는 저출산 국가다. 통계청은 지난해 9월 인구 전망에서 합계출산율이 2040년 1.19명, 2070년 1.21명으로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랬으면 정말 좋겠다.

저출산은 저성장을 의미한다. 15~64세 생산연령인구가 줄어듦에 따라 장기 경제성장률 결정요소 중 하나인 노동공급 증가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자본공급 증가율과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성장률 하락은 불가피하다. KDI는 노동공급 증가율이 2031~40년 0.3%, 2041~50년 0.7% 떨어져, 잠재 성장률은 해당 기간에 1.3%, 0.7%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출산율이 반등하지 않으면 국민소득이 줄어드는 역성장까지 갈 수 있다.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이 줄어들고, 조세수입도 줄어든다. 정부재정이 악화되므로 재정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 지출을 수입에 연동하는 구조라면 그나마 지속 가능한데, 지출이 경직적인 공적연금의 경우 지속 가능하지 않게 된다. 게다가 더 많은 은퇴세대는 노동세대로 하여금 줄어든 소득으로 더 많이 부담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만든다.

미래세대, 줄어든 소득으로 더 많이 부담

이런 이유로 연금문제는 세대간 갈등을 대표하는 이슈로 비쳐진다. 하지만, 은퇴세대나 노동세대나 모두 경제적으로 행복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2022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가구 중 은퇴가구 비율은 17% 정도인데, 생활비 중 공적연금이나 공적수혜금 의존도가 64%에 달한다. 혜택을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생활비 여유 가구는 10.3%에 불과하고 부족 가구는 57.2%에 달한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은퇴하지 않은 83%의 가구는 어떤가? 노후 준비가 되어있는 가구는 8.7%에 불과하고, 되어있지 않은 가구는 52.6%에 달한다. 은퇴가구의 해당 수치와 비교할 때 큰 차이가 없다. 대한민국 가구의 절반 이상이 일하는 동안에는 노후가 불안하고 실제 은퇴하면 생활이 쪼들리는 게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다른 어느 나라 국민들보다 열심히 일하고 있거나 일했는데 말이다.

외국과 비교해보자. 정확하게 동일한 비교는 아니지만 슈로더자산운용사가 실시한 2021년 은퇴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미국 은퇴자들 중 46%는 여유로운 반면 18% 정도는 힘들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각에 해당하는 우리나라 은퇴가구들의 비중은 10.3%, 57.2%로 여유와 부족 분포가 거의 정반대에 가깝다. 즉, 미국과 한국 은퇴세대의 생활 여유 비중은 46:10, 부족 비중은 18:57이다.

미국 미은퇴자들의 노후준비 현황을 살펴보자. 노후준비가 아주 잘 되어 있는 미 은퇴자들의 비중은 27%에 달하고, 잘 되어 있지 않다고 답한 비중은 32%이다. 각각에 해당하는 우리나라 미은퇴가구들의 비중은 8.7%, 52.6%로 현저한 격차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보통이나 기타 응답을 제외한 미국과 한국 미은퇴세대의 노후 준비 상태는 충분 27:9, 미흡 32:53이다.

연금의 소득대체율 미국 50%, 한국 35%

이러한 차이는 무엇 때문일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1년 국제연금비교에 따르면, 연금소득으로 은퇴이전 소득을 대체하는 비율(평균소득자, 세후 기준)이 미국은 50.5%인 반면, 한국은 35.4%에 그치고 있다. 미국의 연금소득이 훨씬 많다는 말인데,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은퇴 이전 자신의 소득 중 노후를 위해 강제 또는 임의로 저축하거나 기업이 부담하는 비율이 우리보다 더 높기 때문이다. 사적연금, 특히 401k로 표현되는 퇴직연금 차이가 결정적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우리나라와 미국의 비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결론은 여유로운 노후를 위해서는 우리 연금소득이 지금보다는 더 커져야 한다는 것이다. 두 가지 접근이 있을 수 있다. 60% 이상을 차지하는 공적연금을 키우거나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은 사적연금, 퇴직급여 등을 강화하는 방법이다.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우리사회의 저출산은 지금보다 나아지더라도 절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며, 공적연금 재정악화는 돌이킬 수 없다. 공적연금을 통한 연금소득 증대는 어렵다는 얘기다.

저출산구조 아래서는 공적연금을 강화하기보다 사회보장기능을 유지하고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높이면서 사적연금 등 민간의 노후준비수단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연금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민간의 노후준비수단에 대한 세제혜택 대상 확대, 대상별 공제 한도와 공제율을 인상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다. 개인들의 경우 이러한 인센티브를 활용해 노후 대비 사적 저축과 투자를 지금보다 더 확대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노후준비의 높은 공적연금 의존도에서 벗어나 개인적인 차원의 준비를 강화해야 한다. 통계청의 2021년 사회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의 노후준비 방법에서 국민연금, 직역연금 등 공적연금 비중은 65세 이상 59.5%, 65세 미만 69.3%로 너무 높다. 현재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사적연금, 퇴직급여, 주택연금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자산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도 놀리지 말아야 한다.

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 장기신용은행, 기획예산처 등에서 근무한 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모바일 연금자문회사 웰스가이드를 설립해 ‘좋은 사회를 위한 금융’이라는 미션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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