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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쟁 끝 안난다" 기밀문서 담긴 美의 우크라戰 전망

중앙일보

입력

미국 정부에서 유출된 기밀 문건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올해 안에 종식될 가능성이 없으며 2024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미 정보당국의 분석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온라인에 유출된 미국 기밀 문건 중 미공개 문서를 입수했다며 이를 분석해 공개했다. 해당 문서는 미 국방정보국(DIA)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모은 자료와 이를 토대로 내린 결론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문서 내용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국은 올해 안에 어느 쪽도 확실한 승기를 잡지 못한 상태에서 평화회담도 거부한 채 지리한 소모전을 지속한다는 게 골자다. 이밖에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도네츠크 지역 최전방인 바흐무트에서 러시아군을 향해 포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이 도네츠크 지역 최전방인 바흐무트에서 러시아군을 향해 포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① 평화회담은 없다

해당 문서에 따르면, DIA는 우크라이나가 상당한 영토를 탈환하고 러시아군에 전쟁 수행이 불가능할 정도의 타격을 입힌다 해도 평화회담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결론 내렸다. WP는 “문서엔 ‘예상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분석한 결과, 2023년 안에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은 없다’고 명시됐다”고 전했다.

이 같은 결론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의 무기와 장비 등 병력에 대한 미국의 면밀한 조사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문서는 현재 양측이 모두 ‘효과적인 작전을 수행하기엔 병력과 보급품이 부족한 상태’이며, ‘미미한 영토 이익’이라도 달성된다면 전쟁을 끝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는 상태라고도 전했다. 다만 “현재 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는, 어느 쪽도 결정적 이득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 교착상태를 지속하는 것”이라고 결론냈다.

② 우크라, 러 본토 공격 가능성

소모전이 지속될 경우, 우크라이나 측은 내부 비판이 거세져 ‘지도부 교체’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고도 기술됐다. WP는 “이 내용이 정치적·군사적 맥락에서 리더십 변화를 언급하는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면서도 “현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군대 수장인 발레리 잘루즈니 장군 사이에 긴장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또 장기전 수행을 위해 더 많은 젊은이들을 최전선으로 보낼 것이며,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습 의지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우크라이나의 분위기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 하여금 전쟁을 격화하거나 중국이 치명적 살상 무기를 러시아에 제공할 명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③ "러, 추가 동원…핵 사용 가능성 미미"

러시아에 대해선 교착 상태로 인해 전투력이 급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통합하려는 노력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이번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에 상당한 타격을 가하고 많은 영토를 점령하는 게 1차 목표다. 이를 달성했을 땐 우크라이나의 정권 교체와 같은 추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만 “러시아가 핵을 사용할 가능성은 여전히 낮으며, 추가 전투 작전을 위해 ‘새로운 국가 동원령’이 발표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독일마셜펀드의 헤더 콘리 회장은 “이번 전쟁은 어느 쪽이 먼저 자원이 바닥나는지를 겨루는 양상”이라며 “어느 한쪽이 자원이 고갈된 후에야 협상이 시작될 것이라는 DIA의 주장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WP는 이 문건에 대해 논평을 요청했지만 DIA는 이를 거부했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부 대변인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그는 12일 참수 장면이 담긴 끔찍한 영상에 대해 러시아를 비난하며 "이 폭력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그는 12일 참수 장면이 담긴 끔찍한 영상에 대해 러시아를 비난하며 "이 폭력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P=연합뉴스

참수 동영상 파문…국제사회, 러 비난

한편,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 포로를 참수한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이 11일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퍼지면서 국제사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1분 40초 분량의 영상엔 참수를 격려하는 목소리와 “(자른) 머리를 사령관에게 보내자”는 발언이 담겨 있다. 영상 속 피해자의 군복엔 우크라이나군을 상징하는 삼지창 표식이 붙어있다.

미국의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이번 영상에서 참수를 저지른 이들이 러시아 민간 용병기업인 바그너 그룹이라고 지목했다. ISW는 “바그너그룹이 바흐무트에서 이 같은 전쟁범죄를 계속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2일 화상연설에서 “이는 러시아의 민낯”이라며 “점령군을 박살내고, 살인자들에게 형을 선고하고, 악마들의 나라를 심판하기 위한 재판소를 설립해야 한다”며 각국 정상을 향해 호소했다. 우크라이나 안보국(SBU)는 이번 사안에 대해 전쟁범죄 수사에 착수했다. SBU는 “러시아 점령군의 짐승같은 면모가 드러났다”며 “이 인간 같지 않은 자들을 찾아내고야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유엔에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국제 사회도 일제히 러시아를 비판했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OHCHR) 인권감시단은 “우크라이나 전쟁 포로로 보이는 남성을 잔인하게 참수하는 모습”이라며 “끔찍하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나빌라 마스랄리 유럽연합(EU) 대변인은 영상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러시아 공격의 비인간적 실상에 대한 잔인한 상기”라며 “EU는 전쟁범죄의 모든 가해자 및 공범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다짐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용병 바그너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바그너 전사자들의 묘지 앞에 서 있다. AFP=연합뉴스

러시아 용병 바그너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바그너 전사자들의 묘지 앞에 서 있다. AFP=연합뉴스

하지만 크렘린궁은 이들 영상에 대해 “영상의 진위 파악이 우선”이라며 선을 그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 영상에 대해 “끔찍하다”면서도 “우리가 살고 있는 거짓의 세계에서는 영상이 진짜인지 확인하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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