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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리야스 벗고 커플룩 입을까…댕댕이 옷장 무시 못 할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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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경기도 용인에 사는 회사원 최유경(42)씨는 지난겨울 반려견 포메라니안을 위해 패딩 세 벌을 샀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두 번씩 산책을 하는데, 날씨가 추울 때는 패딩을 꼭 입혀야해서다. 그나마 추위를 많이 타지 않고 털이 긴 강아지라 적게 구비한 편이라고 한다. 최씨는 “요즘에는 강아지용 옷장을 따로 만들 정도로 옷을 사는 견주들이 주변에 많다”고 귀띔했다.

반려동물 용품 셀렉트 숍 비엔비엔이 전개하는 패션 브랜드 '마르디 메크르디' 펫컬렉션, '마르디 메크르디 쥬디’의 2023 봄 컬렉션. 사진 비엔비엔

반려동물 용품 셀렉트 숍 비엔비엔이 전개하는 패션 브랜드 '마르디 메크르디' 펫컬렉션, '마르디 메크르디 쥬디’의 2023 봄 컬렉션. 사진 비엔비엔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펨족(Pet+Family)이 증가하면서 ‘펫 패션’이 패션가의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내복 브랜드가 강아지용 실내복을 내는가 하면, 캐주얼 의류 브랜드가 반려견 전용 의류 라인을 출시하기도 한다. 그동안 반려동물 패션 카테고리가 소규모 전문 업체 위주로 전개돼왔다면, 이제는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패션 업체들이 새롭게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려견도 빨간 내복에 메리야스  

속옷 전문업체 BYC가 반려견을 위한 항균 개리야스(개+메리야스) ‘데오니아’를 출시한다고 13일 밝혔다. 반려견용 러닝셔츠로 실내 또는 실외에서 입을 수 있으며 천연 소재에 항균 기능을 추가했다는 설명이다. BYC의 개리야스는 지난해 5월 첫 출시돼 반려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반려견용 러닝셔츠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로, 출시 나흘 만에 온라인몰의 전 제품이 모두 품절됐을 정도로 인기였다.

BYC가 출시한 반려견용 실내복 개리야스. 사진 BYC

BYC가 출시한 반려견용 실내복 개리야스. 사진 BYC

같은 해 10월 선보인 반려견용 보디히트(발열 내의) 3종 역시 사전 예약이 조기 마감됐으며, 1차 출시 후 3주 뒤 전 제품이 완판됐다. BYC 관계자는 “특히 반려견용 ‘빨간 내복’이 인기가 높아서 급하게 초기 물량의 2배 이상으로 추가 발주했고, 현재까지 70% 이상 판매가 완료됐다”고 말했다.

반려견과 반려견주, ‘커플룩’도 등장

패션 기업 LF의 대표 브랜드 ‘헤지스’는 지난달 말 반려견 의류 라인을 론칭했다. 브랜드의 인기 상품인 ‘아이코닉 시리즈’를 반려견 의류 라인으로 확대, 반려견용 피케 티셔츠·케이블 니트·옥스포드 셔츠 등을 선보였다. 견주와 반려견이 비슷한 차림새로 옷을 입는 이른바 ‘시밀러룩(similar look)’이 최신 트렌드로 떠오른 만큼 이를 반영한 것이다.

의류 브랜드 헤지스는 기존 베스트셀러인 니트, 셔츠 등의 디자인을 그대로 적용한 반려견용 의류 라인을 내놨다. 사진 LF

의류 브랜드 헤지스는 기존 베스트셀러인 니트, 셔츠 등의 디자인을 그대로 적용한 반려견용 의류 라인을 내놨다. 사진 LF

윤정희 헤지스 사업부장(전무)은 “최근 반려견 의류에 대한 요구사항이 단순한 보온성·식별 가능성을 넘어, 패션성·동질감을 추구하는 식으로 심화하고 있다”며 “현재 두 가지로만 출시되는 반려견용 의류 사이즈를 대형견 사이즈까지 확대하고, 겨울에 입을 수 있는 패딩 라인 등 아이템도 다양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소녀시대 서현이 최근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에 올린 사진. 반려견과 비슷한 차림새인, 이른바 '시밀러 룩'을 선보였다. 사진 서현 인스타그램 캡처

소녀시대 서현이 최근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에 올린 사진. 반려견과 비슷한 차림새인, 이른바 '시밀러 룩'을 선보였다. 사진 서현 인스타그램 캡처

무신사 펫 카테고리 40% 성장

무신사는 지난 2015년부터 의류 위주의 반려동물 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최근에는 견주와 반려견이 비슷한 스타일이나 브랜드를 입는 추세로, 무신사 반려동물 의류 월간 브랜드 랭킹 1위에 엠엘비(MLB), 2위에 예일이 오르는 등 기성 패션 브랜드의 선호도가 높다. 패션기업 F&F가 운영하는 캐주얼 브랜드 MLB는 지난 2020년 펫 라인을 론칭, 볼캡과 패딩, 티셔츠 등을 선보이고 있다. 무신사에 따르면 지난해 펫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대비 40%, 이 가운데 의류는 95% 신장했다.

무신사 펫 카테고리 월간 랭킹. 폴로 랄프로렌, MLB, 예일 등 기성 패션 브랜드의 인기가 높다. 사진 무신사

무신사 펫 카테고리 월간 랭킹. 폴로 랄프로렌, MLB, 예일 등 기성 패션 브랜드의 인기가 높다. 사진 무신사

기존 브랜드 확장에 유리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반려동물 제품과 서비스 등 관련 시장 규모는 매년 평균 14.5% 성장해 올해 4조57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오는 2027년에는 6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반려동물 시장 확대는 1인 가구 증가, 고령화 등 인구구조의 변화가 주요 배경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특히 반려동물 패션 트렌드는 아동복의 패션 트렌드와 유사한 모양새를 띄고 있다. 과거에는 아동복에 특화한 전문 브랜드들의 제품이 인기였다면, 최근에는 부모와 맞춰 입는 커플룩이 대세로 부상하면서 성인 브랜드에서 유·아동 라인을 확대하는 추세다. 반려견 패션도 비슷한 방식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 의류 라인만으로 큰 매출을 일으킨다기보다, 기존 의류 라인과의 동반 구매 등 브랜드 확장에 나서는 전략”이라며 “동물 친화적 반려문화 자체가 세련된 라이프스타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에 이미지 구축에도 도움이 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패션브랜드 예일이 출시한 반려동물 컬렉션. 사진 무신사

패션브랜드 예일이 출시한 반려동물 컬렉션. 사진 무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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