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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한국 너무 소심…나토총장 간청에도 우크라 포탄 미지원"

중앙일보

입력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최근 미국의 기밀 문건 유출 사태는 한국의 소극적인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태도를 부각시킨 계기가 됐다고 주장하는 오피니언이 실렸다.

13일자(현지시간) FT 지면엔 '한국의 외교 정책이 서구 우방의 인내심을 시험한다'는 제하의 오피니언이 게재됐다. 필자는 크리스찬 데이비스 FT 서울지국장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실린 크리스찬 데이비스의 오피니언. 디지털 버전의 같은 오피니언에선 제목이 '미 국방부 기밀 유출로 한국의 소심한 외교 정책이 부각됐다'고 달렸다. FT 홈페이지 캡처

파이낸셜타임스(FT)에 실린 크리스찬 데이비스의 오피니언. 디지털 버전의 같은 오피니언에선 제목이 '미 국방부 기밀 유출로 한국의 소심한 외교 정책이 부각됐다'고 달렸다. FT 홈페이지 캡처

그는 "이번 문건 유출 사태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이번 일이 한국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지원에 너무 소심하다(timid)는 것을 서방 동맹국들에게 상기시켜 준 점"이라고 했다.

최근 온라인에 유출된 미 문건엔 한국 정부의 외교·안보 최고위 당국자들이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우회 지원하는 문제 등을 놓고 고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알려졌지만, 한국 정부는 "관련 부분은 사실이 아니며, 위조됐다"는 입장이다.

한국은 전쟁 중인 국가에 살상 무기는 제공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에 경제적·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으며 서구가 주도하는 대러시아 제재에도 대부분 동참하고 있다.

크리스찬 데이비스의 오피니언이 실린 FT 지면. FT 지면 캡처

크리스찬 데이비스의 오피니언이 실린 FT 지면. FT 지면 캡처

하지만 데이비스는 "한국은 키이우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탄약 더미에 앉아 있지만, 올초 방한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NATO) 사무총장이 사실상 간청을 한(begged) 후에도 여전히 우크라이나를 의미있는 방식으로 지원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책을 바꿀 경우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수 있다는 한국의 우려가 "타당하다(legitimate)"곤 인정했다. 눈부신 경제적·정치적 발전을 이룬 한국은 서방 국가들에 필수 불가결한 파트너가 됐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는 '2030 세계 엑스포'의 부산 유치를 위한 한국의 노력을 두고 "동맹국들이 전쟁 여파로 정치적·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근시안적이고, 이기적인 태도로 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한국의 한 고위 관리가 자신에게 우크라이나를 '매우 멀리 떨어진 곳(very far away)'이라고 말한 것을 지적하며, 한국전쟁 당시 한국은 여러 국가로부터 도움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부산에 있는 유엔 한국전 참전 묘지를 방문하면 미국·영국·프랑스·캐나다·콜롬비아·에티오피아 등 한국에서 전사한 군인의 묘를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폴란드가 한국으로부터 구매한 K9 자주포. 연합뉴스

폴란드가 한국으로부터 구매한 K9 자주포. 연합뉴스

반면 데이비스의 오피니언엔 그의 글이 다소 서구의 시각에만 치우쳤다는 반박성 댓글들도 달렸다.

한 독자는 "한국이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칸에 군대를 파병하는 등 해외 전쟁에서 미국의 적극적인 파트너였단 사실을 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한국으로선 북한 문제 때문에 러시아를 적대시만 할 수 없다. 이는 유럽이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고려해 대만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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