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명예교수가 쓴 『초거대위협』이 최근 국내에 나왔다. 루비니는 주택시장을 진앙지로 한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했다고 평가받는다. 경제 비관론자를 가리키는 ‘닥터 둠’이라고 불린다. 루비니는 부채 증가와 스태그플레이션, 통화 붕괴, 고령화와 연금 부담 등 10가지 초거대 위협이 “서로 겹치고 서로 강화한다. 우리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며 “행복한 결말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용하다는 점쟁이는 앞일을 맞힌다고 한다. 더 용하다는 점쟁이는 미래를 내다보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 미래에 불상사가 예견될 경우 피하는 법을 알려준다. 피하지 못하더라도 피해를 줄이는 길을 귀띔해준다.
경제학자에 대해 비슷하게 말할 수 있다. 향후 경제를 정확히 예측하는 사람을 뛰어난 경제학자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말 훌륭한 경제학자는 경제에 잠복한 위험 요인을 짚어 보인 뒤 충격을 제거하거나 줄이는 방안을 제안한다. 또는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고 잠재력을 키우는 길을 제시한다.
침체를 피하거나 줄이는 방법에 집중해 이 책을 읽어보자. 이 독서법은 이 책에 국한되지 않는다. 위기를 점치는 주장 모두에 적용해야 한다. 파국의 회피나 경감 방법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그 주장은 ‘위기 운명론’이 된다. 그러나 경제는 어떤 파탄에 운명처럼 좌초하지 않는다. 경제의 경로는 참여자의 의사결정과 행위에 따라 바뀐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경제학자가 치과의사 수준으로 겸손하고 능력이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라고 말했다. 경제학자는 겸손하지 않더라도 치과의사처럼 문제를 해결하거나 적어도 줄이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는 맬서스의 『인구론』을 읽은 역사학자 토머스 칼라일이 경제학의 한계를 지적하며 던진 ‘음울한(dismal) 과학’이라는 오랜 비판에서 경제학이 벗어나는 길이기도 하다.
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