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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2년 전 민주당 전대 돈살포 의혹, 진상 명백히 밝혀져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9000만원 20개 봉투로 의원들에게 뿌려진 정황 참담

검찰도 투명하고 공정한 수사로 음모론 차단하길

2021년 5월 송영길 의원을 대표로 선출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에게 최대 20여 개의 돈봉투가 살포됐다는 의혹이 터져나왔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 수사2부는 그제 송영길 전 대표 측근인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압도적 의석을 가진 집권여당(당시)의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금권선거로 치러졌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 자체가 참담한 일이다.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정황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압수수색 대상도 20여 곳에 달한다. 법원이 납득할 만한 물증을 제시하지 못했다면 이런 대규모 압수수색이 실현되긴 어려웠을 것이다. 검찰은 이미 10억여원의 금품수수 혐의로 4년6개월 징역형을 선고(1심)받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이 민주당 전·현직 의원과 청와대 관계자, 장·차관 등과 주고받은 전화 녹취록 3만 건을 토대로 정황을 확보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강래구 당시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가 이 전 부총장을 통해 불법 정치자금 9000만원을 윤관석 의원에게 건넸고, 이 돈 가운데 6000만원은 300만원씩 봉투에 넣어 의원들에게, 3000만원은 50만원씩 대의원들에게 전달됐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강 감사가 “관석이 형이 ‘의원들 좀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얘기하더라” “봉투 10개가 준비됐으니 윤 의원에게 전달해 달라”고 말한 녹음파일도 확보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윤 의원이 먼저 돈봉투 전달을 지시했을 의혹이 제기된다. 이뿐이 아니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이 송 전 대표 보좌관 박모씨에게 “윤. 전달했음”이라고 보낸 메시지도 포착해 송 전 대표가 돈봉투 살포에 연루됐을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수사의 종착지가 송 전 대표를 향할 경우 민주당은 이재명 현 대표에 이어 직전 대표였던 송 전 의원까지 사법리스크의 수렁에 빠질 우려를 안게 된다.

윤 의원 등은 “피의자들 진술에만 의존한 야당 탄압”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의 녹취록을 근거로 노웅래 의원이 6000만원을 받은 정황을 포착해 기소했다. 이 전 부총장의 한국복합물류 상임고문 취업 과정에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개입했다는 의혹도 녹취록을 통해 불거져 수사가 진행 중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검찰 수사를 무조건 ‘야당 탄압’ ‘사실무근’이라고 몰아 뭉개는 행태만 반복하고 있으니 볼썽사납다. 정말 결백하다면 녹취록 등에서 드러난 의혹을 구체적으로 반박해 국민을 납득시키는 것이 순리다. 검찰도 어깨가 무겁다. 제1 야당 중진 의원들의 금품 살포 의혹에 대한 수사가 갖는 무게를 인식하고, 투명한 수사만이 정치적 논란과 음모론을 차단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