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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의 월세화’ 멈칫…금리 낮아지니 전세 비중 다시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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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최근 전세자금대출 금리의 하단이 3%대까지 떨어지면서 서울 전·월세 시장에서 전세 비중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금리 인상에 따라 급락하던 전셋값도 하락세가 둔화하는 모습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 1만8597건 가운데 전세 거래는 1만1622건으로, 그 비중이 62.5%였다.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비중이 60%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8월(60.4%) 이후 7개월 만이다. 강서구(73.9%), 도봉구(72.2%), 강동구(71.5%) 등 서울 일부 자치구에서는 전세 비중이 70% 이상으로 올랐다.

지난해 금리가 치솟으면서 임대차 수요가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나타났다. 55% 이상을 유지하던 전세 비중은 지난해 12월엔 48.0%까지 내렸다.

하지만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지난해 말보다 하락하면서 전세 시장으로 임대차 수요가 회귀하는 모습이다. 실제 5대 시중은행의 전세대출금리는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모두 하단이 3%대로 떨어졌다. 변동의 경우 3.74~5.96%, 고정은 3.46~5.86%다. 전세자금대출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지난해 12월 4.34%로 최고점을 찍은 후 올해 3월까지 3개월간 0.81%포인트 하락했다.

전세 매물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파트실거래가(아실)의 통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4만3044건으로 한 달 전 4만7323건보다 9.0% 감소했다. 가격 하락세도 둔화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 하락률은 0.20%로 12주 연속 낙폭이 줄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신축 아파트 입주 영향으로 전셋값이 크게 내렸던 마포구, 동작구, 강남구 일대에서는 전셋값이 반등하는 사례도 포착된다. 동작구 흑석동 흑석리버파크자이 전용 59㎡는 지난 1월 4억7000만원(13층)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는데, 이달 2일에는 1억3000만원 오른 6억원(13층)에 계약이 체결됐다. 마포구 아현동의 마포더클래시 전용 59㎡ 역시 지난 1월 5억7000~8000만원대에 거래되던 게 지난달에는 6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주변 대형 단지(개포자이프레지던스) 입주로 전셋값이 크게 떨어졌던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84㎡도 지난 2월 최저 9억원(12층)에 신규 계약이 이뤄졌는데, 지난 10일에는 11억5000만원(2층)까지 가격이 반등했다. 흑석동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신규 입주 아파트의 전세 매물이 일부 소진되면서 가격도 소폭 오르는 분위기”라며 “최근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낮아지면서 월세와 비교해본 뒤 전세를 선택하는 손님도 전보다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임대차 3법의 부작용으로 전셋값이 30% 이상 급등하는 등 임대차 시장이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이다 최근 급등분을 반납하고 제자리를 찾는 과정이었다”며 “올해까지 큰 폭의 하락 없이 지금 가격 수준을 유지하면서 전세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내년까지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입주 물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전셋값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서초·강남·송파구 등 강남 3구와 강동구의 올해 입주 예정 물량은 1만2402가구로 지난해 (3592가구)보다 3배 이상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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