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시진핑 취임 후 한국기업 첫 방문…광저우 LG디스플레이 시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2일 중국 광저우의 LG 디스플레이 공장 찾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생산 현황을 살피고 있다. 신화사

12일 중국 광저우의 LG 디스플레이 공장 찾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생산 현황을 살피고 있다. 신화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광저우(廣州)에 위치한 LG 디스플레이(중국명 樂金顯示光電) 공장을 깜짝 시찰했다. 중국을 글로벌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미국의 동맹 결속이 가속하는 상황에서 집권 3기 첫 외자 기업 방문처로 한국 기업을 택했다. 한국과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 것이자 미국에 맞서 ‘중국 시장’을 환기시키는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13일 중국 관영 신화사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광저우 LG 디스플레이와 광저우자동차 산하의 전기차 브랜드인 광치아이온(廣汽埃安) 공장을 찾아 현지의 대외 개방 추진, 제조업의 질적 발전, 과학기술 혁신 추진 상황 등을 파악하고 기업대표, 연구자 등과 교류했다. 특히 LG 디스플레이 공장을 시찰하며 “외국 투자자는 기회를 잡아 중국으로 오고, 중국 시장에 뿌리를 내려 기업 발전이 새롭게 빛나는 시대를 창조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신화사가 보도했다. 시 주석은 이곳에서 약 1시간 동안 브리핑을 받고 관계자들과 대화하면서 한중간의 우의를 강조하는 덕담을 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이 전했다.

2012년 집권 이래 시 주석이 한국 기업의 현지 공장을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리커창(李克强) 전 총리는 부총리 시절 우시(無錫)의 SK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을 방문했고, 2019년 10월 14일 시안(西安)의 삼성 반도체 공장을 찾았지만, 시 주석은 외국 기업을 찾는 일이 거의 없었다. 현지에서도 지난주까지 총리 혹은 성급 고위 지도자의 방문을 통보 받고 준비했다가 막판에 시 주석의 방문을 통보받았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한중 경제협력 필요성, 한중관계가 개선되는 추세 등을 반영한 것"이라며 "긍정적"이라고 평했다.

12일 중국 광저우의 LG 디스플레이 공장 찾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생산 라인을 살피고 있다. 신화사

12일 중국 광저우의 LG 디스플레이 공장 찾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생산 라인을 살피고 있다. 신화사

주로 TV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만드는 광저우 LG디스플레이 생산기지는 LG디스플레이의 해외 주요 생산기지 중 하나이자, 광저우에서 가장 큰 외자기업 중 하나다. 전체 면적이 약 70만㎡에 이른다.

광저우가 속한 광둥성은 중국 개혁개방 1번지로 꼽히는 곳으로 지난 2020년 한국 국내총생산(GDP)을 능가한 중국의 경제 선진 지역이다. 지난 2012년 12월 시 주석이 총서기에 취임했을 때 첫 지방 시찰을 한 곳이기도 하다. 시 주석이 집권 3기 첫 지방시찰로 다시 광둥성을 택하면서 ‘대외 개방’을 통한 경제성장 의지를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시 주석은 이날 외자 유치를 강조하면서 외국 기업들에게 “광둥·홍콩·마카오 빅베이(Big Bay)로 와서 중국 시장에 뿌리를 내리길 바란다”고 했다.

올 들어 미·중 전략 경쟁이 격화하면서 기술과 시장 탈동조화(de-coupling)가 빠르게 진행되자 중국은 외자기업 유치를 강조하며 대책을 서둘러 왔다. 지난달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확정한 올해 정부업무보고도 “외자기업의 우려를 즉시 해결하고, 외자기업을 자국민 대우하며, 외자기업 서비스를 개선해 대표적인 프로젝트의 실제 건설을 추진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LG디스플레이를 선택한 데 대해선 한국을 상대적으로 ‘유연한 고리’로 봤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박기순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는 “중국이 껄끄러운 미국·일본·유럽연합(EU)과 달리 관계개선의 여지가 있고 또한 중간자적 입장에서 양측 관계 개선에 일정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한국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이 보낸 긍정적인 신호를 활용해 한국에 대한 기울어진 산업정책 등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경제외교를 펼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시찰에는 차이치(蔡奇) 정치국상무위원이 중앙판공청 주임 신분으로 동행했다. 허리펑(何立峰) 부총리, 리잔제(李干傑) 중앙조직부장, 정산제(鄭柵潔) 국가발전개혁위 주임, 황쿤밍(黃坤明) 광둥성 서기, 왕웨이중(王偉中) 광둥성장 등 중앙과 현지 최고위급 지도자들도 대거 동행했다. 경영 애로사항이 현장에서 중국 측에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상황을 아는 소식통이 전했다.

시 주석의 이번 광둥성 시찰은 지난 7일 오후 광저우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비공식 회담으로 시작됐다. 이후 시 주석은 10일부터 13일까지 광둥성 일대를 농·어촌과 군부대 및 기업 등을 시찰했다.

중국중앙방송(CC-TV)는 이날 시 주석의 광저우 시찰을 보도하면서 첫째, 개혁개방을 확실하게 심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대외에 보여줬고 둘째 고품질 발전을 통한 이른바 ‘중국식 현대화’를 견실하게 추진하겠다는 취지를 드러냈으며 셋째로 간부를 대상으로 한 현장 시찰 강조로 모범을 보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