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간호사 '극한 대치' 끝이 없다…간호법 대체 어떻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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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상정이 예정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찬성과 반대하는 단체의 집회가 열렸다.  대한간호협회 회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가진 집회에서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고(왼쪽),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을 비롯한 보건복지의료연대 회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간호법 본회의 상정을 반대하고 있다. 뉴스1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상정이 예정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찬성과 반대하는 단체의 집회가 열렸다. 대한간호협회 회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가진 집회에서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고(왼쪽),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을 비롯한 보건복지의료연대 회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간호법 본회의 상정을 반대하고 있다. 뉴스1

여야가 극한 대치를 벌이는 간호법이 일단 27일 본회의로 연기됐다. 간호법을 반대해온 대한의사협회·대한방사선사협회 등 보건복지의료연대 소속 13개 단체도, 대한간호협회도 강경한 입장을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도대체 간호법이 뭐길래 이런 혼란이 벌어지는 걸까.

간호법은 내용만 뜯어보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듯한 법안이다. 의료법·보건의료인력지원법 등에서 거의 그대로 옮겨왔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이 '간호사의 업무'인데, 이것도 의료법 조항을 그대로 가져왔다. 다만 제5장(간호사 등의 권리 및 처우 개선 등)은 지금까지 못 보던 것이다. 국가와 지자체가 간호사 확보, 근무 환경과 처우 개선을 위해 병원에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담았다. 또 간호사의 권리, 책무, 인권침해 금지, 일 가정 양립지원, 교육전담간호사 배치 등이 들어있다.

법안만 보면 논란이 될만한 게 별로 없다. 기를 쓰고 통과시킬 만한 것도 아니지만, 기를 쓰고 반대할 만한 것도 아니다. 간호법은 2005년부터 추진돼 온 해묵은 이슈이다. 2005년 열린우리당 김선미 의원, 한나라당 박찬숙 의원이, 2019년에는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 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각각 발의했지만 제대로 진도를 내지 못하고 폐기됐다.

이번 21대 국회 들어 2021년 3월 민주당 김민석 의원,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이 각각 발의했고, 지난해 5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여야 합의로 3개 법안을 합쳐 '위원회 대안'을 만들어 통과시켰다. 그 법안이 묵혀 있다가 올 2월 민주당 주도로 국회 패스트트랙에 따라 본회의에 직회부하면서 싸움이 커졌다.

다만 간호사의 업무 범위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당초 김민석 의원의 법안에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규정했고, 서정숙 의원 안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지도하에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서정숙 의원 안)라고 담았다. 이 조항이 간호사의 '단독 개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거센 반발에 부닥쳤다. 법안 논의 과정에서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바뀌었다. 본회의 직회부된 법안에도 그대로 유지됐다. 이 조항은 지금의 의료법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그런데도 의사협회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얼마 전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간호법에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는 부분이 있다. '지역사회' 문구가 의심스럽다. 이를 근거로 의사의 지도·감독에서 벗어나서 별도의 의료행위(무면허 의료)를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 조항을 근거로 향후 방문간호센터 같은 걸 만들어 독자적인 의료행위를 할 것이라고 의심한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가운데)을 비롯한 보건복지의료연대 회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간호법 본회의 상정을 반대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13개 보건의료 유관 단체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더불어민주당이 직회부한 간호법을 본회의에 상정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에서 간호사 관련 조항을 따로 떼어내 법제화한 법으로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고 처우와 역할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뉴스1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가운데)을 비롯한 보건복지의료연대 회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간호법 본회의 상정을 반대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13개 보건의료 유관 단체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더불어민주당이 직회부한 간호법을 본회의에 상정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에서 간호사 관련 조항을 따로 떼어내 법제화한 법으로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고 처우와 역할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뉴스1

이 회장은 13일 "간호법은 간호사의 처우를 개선한다는 미명 아래 간호사에게만 특혜를 주고, 다른 보건의료 직역들의 헌신과 희생을 철저히 무시하고 짓밟는 불공정한 악법"이라며 "간호협회가 외치는 ‘부모돌봄법’ 타령은 국민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천만한 도박과 같은 시도"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건복지부는 지난 11일 관련 단체와 회의를 열어 '지역사회' 조항을 삭제하고, 간호사 업무 관련 내용은 간호법에서 제외하고 기존 의료법에 존치하는 중재안을 만들었다. 하지만 간호협회가 반발해 회의장에서 뛰쳐나갔고, 민주당도 중재안을 거부한 바 있다.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간호법제정특위 위원장는 지난 2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의료기관 개설을 담은 법률이 의료법이고, 거기에 간호사에게는 개설권이 없다. 그런데 간호법안을 내니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는 것이 아니냐'고 뒤집어씌운다. 앞으로 간호법에 개설권이 생기겠느냐"고 말했다. 신 위원장 말대로 간호법안 어디를 봐도 간호사 단독 개업 관련 조항이 없다.

간호협회는 열악한 간호사 근무환경을 개선하려면 간호법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김영경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간호법은 결코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보건의료정보관리사, 응급구조사 등 타 직역의 업무를 침해, 침탈하지 않는다”며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과 동일하게 간호사 면허 범위 내 업무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기에 타 직역 업무 침해, 침탈은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현재 타 직역의 업무를 침탈하는 일이 병원 내에서 발생하고 있다면, 이는 병원의 경영자이자 병원장인 의사가 불법적으로 타 직역의 업무 수행을 간호사에게 지시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대한간호사협회 회원 등이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대한간호사협회 회원 등이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부 전문가는 간호사의 부분적인 독자적 의료행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초고령화 시대에 돌봄을 활성화하려면 간호사의 방문간호 단독 개업도 고려해 봄 직하다"고 말한다. 간호사의 업무 부문을 의료법에 두기보다 간호법에 두는 것이 법률 개정이 더 수월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간호법에 반대한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 2월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간호법은 의료법 체계를 완전히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조금 더 협의했으면 한다"라고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도 "간호사 단독개업은 안 된다. 간호법의 궁극적 목적지가 단독개업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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