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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와 물가 사이 낀 연준…"금리 '스탑 앤 홀드'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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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달 미국 물가 상승률이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정책도 중대 변곡점을 맞았다.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경기 침체 우려까지 더해져 금리 인상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다만 세부 지표에서는 여전히 물가 상승 압박이 높아, 향후 기준금리 경로를 놓고 논쟁이 예상된다.

과도 긴축 고민 시작한 연준

파월 미국연방준비제도(Fed) 의장. AP

파월 미국연방준비제도(Fed) 의장. AP

12일(현지시간) 미국 노동통계국은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 3월과 비교해 5% 상승했다고 밝혔다. 2021년 5월 이후 22개월 만에 최저다. 전년 대비 2월 CPI 상승률(6%)과 비교하면 한 달 새 1%포인트 급락했다. 물가 상승률 완화는 긴축 정책 중단에 가장 필요한 신호다.

문제는 최근 ‘경기 침체’라는 새 변수까지 더해졌다는 점이다. 금융 불안에 은행이 대출을 줄이면, Fed가 의도했던 이상으로 경기 하강이 가속화될 수 있다. 이런 고민은 12일(현지시간) 발표한 지난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도 잘 드러난다. 의사록에 따르면 “은행 사태로 대출이 후퇴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일반적인 금융 지표에는 잘 반영되지 않는다”고 했다. 최근 금융 불안에 의도했던 것보다 과도 긴축이 될 가능성을 Fed 위원들도 우려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특히 지난 FOMC에서는 경기 침체 가능성도 거론됐다. 의사록에 따르면 Fed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 하반기 완만한 경기 침체(mild recession)가 예상되며, 벗어나는데 2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했다. FOMC에서 경기 침체가 거론된 것은 지난해 금리 인상을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특히 의사록은 “몇몇(several) 위원들은 은행 사태가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더 시간이 필요하다”며 금리 인상 중단 주장을 했다고 밝혔다.

경기침체 우려에 물가 상승률 완화까지 더해지면서, 시장도 Fed가 조만간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으로 내다봤다. 13일 오후 4시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오는 5월 FOMC에서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확률이 CPI 발표 이후 72.9→66.5%로 줄고, 금리 동결 확률은 27.1→33.5%로 올랐다. 6월 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할 확률은 62.6%에 달했다.

기준금리 인상 멈춰도 내리진 않을 듯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기준금리 인상이 종료될 가능성이 커졌지만, 금리 인하까지는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물가 상승률 둔화가 여전히 핵심 분야에서는 나타나지 않고 있어서다.

실제 12일(현지시간) 발표한 지난달 미국 근원 CPI는 1년 전과 비교해 5.6% 상승하며, 2월(5.5%)보다 상승률을 0.1%포인트 오히려 키웠다. 이 영향에 지난달 근원 CPI 상승률이 전체 CPI 상승률을 역전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전체 CPI 상승률은 둔화했지만, 이를 제외한 다른 분야 물가는 여전히 높다는 의미다. 특히 ‘끈적한 물가(sticky inflation)’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주거비(8.2%)는 2021년 5월 이후 전년 대비 상승률이 단 한 번도 떨어지지 않았다.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 감산 결정에 국제유가가 재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이 때문에 확실한 물가 하락세가 나오기 전까지 5%대 높은 기준금리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Fed는 높은 물가와 경기 침체 우려 모두 고려해야 하므로, 당분간 금리를 내리지도 올리지도 못하고 그냥 기다리는 이른바 스탑 앤 홀드(stop and hold)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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