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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도 안 했던 '윷놀이 방화살해'…수상한 2억 사망보험 가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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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전남 고흥에서 발생한 내기 윷놀이 방화 사망 사건 피의자가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지만, 피해자가 가입한 보험금 받는 사람이 피의자로 지정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경찰은 계획범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폴리스 라인. [중앙포토]

폴리스 라인. [중앙포토]

2억원 보험금 타기 위해? 

13일 전남 고흥경찰서에 따르면 60대 피의자 A씨가 숨진 B씨(60대) 앞으로 생명보험에 가입했다. A씨는 지난해 4월부터 매달 보험금으로 23만8000원을 내왔다. A씨는 보험을 직접 계약, 수령인을 자신으로 지정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해당 보험은 상해사고로 인한 사망 시 2억원과 후유장해 1억원, 질병 사망 시 5000만원 등을 받게 돼 있다. 의료 실비 등 다른 보장 항목은 없었다. 다만 A씨는 가족만이 발급받을 수 있는 서류를 보험사에 제출하지 못해 보험금은 받지 못하고 있다.

가족이 아닌데도 생명보험에 계약한 이유에 대해 A씨는 “가족을 대신해 돌봐주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B씨는 이혼한 전처와 자녀 등 가족과 오랫동안 왕래 없이 생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건과 사망보험금 간 인과관계를 단정할 상황은 아니지만, 상식적이지 않은 계약을 한 것은 틀림 없다”며 “의문점이 남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화재 이미지. [중앙일보]

화재 이미지. [중앙일보]

내기 윷놀이 “돈 따고 어디를 가”

이 사건은 지난해 11월 4일 오후 6시쯤 고흥군 한 어촌마을 컨테이너 가건물에서 발생했다. 마을 사랑방 구실을 하는 이곳에서 주민 6명이 모여 돈 내기 윷놀이를 했다. A씨가 생명보험에 가입하기 7개월 전이었다. 경찰은 "윷놀이 판돈이 얼마인지는 수사 대상이 아니어서 파악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A씨는 B씨가 내기에서 돈을 따고 자리에서 뜨려 하자 격분해 휘발유를 B씨에게 끼얹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이 휘발유는 컨테이너 주인이 오토바이에 넣을려고 페트병에 담아뒀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와 함께 있던 주민은 황급히 담요 등으로 불을 껐고, B씨는 한 주민 승용차에 실려 인근 병원에 옮겨졌다. B씨는 광주광역시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는 등 병원을 전전하다가 사건 발생 약 4개월 만인 지난달 20일 숨졌다.

휴대용 라이터. [중앙포토]

휴대용 라이터. [중앙포토]

진술 번복에 “실수였다” 주장

이번 사건은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을뿐더러 사건 당시 119 구급대도 부르지 않아 조용히 덮어질 뻔했다. A씨는 병원에서 ‘B씨가 사고를 당했다’고 말했다. B씨 자녀에게 사망 신고를 받은 경찰은 탐문·첩보수집을 통해 단순 사고사가 아닌 것을 파악했다.

A씨는 경찰에 체포된 직후 말다툼을 하다 B씨에게 휘발유를 뿌린 사실은 인정했지만, 실수로 난로를 넘어뜨려 불이 났다고 진술했다. 경찰이 추궁하자 A씨는 진술을 번복했다. 난로가 아닌 라이터로 “담뱃불을 붙이려는 순간 유증기에서 ‘펑’하고 폭발했다”고 주장했다.

전남 고흥경찰서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TV]

전남 고흥경찰서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TV]

과거 전과 이력 밝혀져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전과 이력이 있지만, 개인 정보라서 자세한 내용은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 A씨는 실수로 인한 사고라며 ‘과실치사’를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보강 수사를 통해 A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할 방침이다. 사건 당시 경찰은 살인 혐의로 A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반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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