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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대만 대선…민진당 ‘對中 강경파’ 라이칭더 부총통 공천

중앙일보

입력

12일 대만 집권 여당인 민진당이 라이칭더 현 부총통을 내년 1월 13일 치러지는 총통 선거 후보로 추대했다. AP=연합뉴스

12일 대만 집권 여당인 민진당이 라이칭더 현 부총통을 내년 1월 13일 치러지는 총통 선거 후보로 추대했다. AP=연합뉴스

오는 2024년 1월 13일 치러지는 대만 차기 총통 선거를 향한 여야의 레이스가 막을 올렸다. 대중 강경노선을 고수하는 집권 민주진보당이 현 부총통인 라이칭더(賴清德·64) 당 주석을 총통 후보로 선출하면서다. 중국에 가까운 제1야당인 국민당은 이르면 6월께 총통 후보를 선출할 전망이다. 대만 총통 선거는 미국이 민진당을, 중국이 국민당을 각각 지원하는 등 미·중 대립의 최전선이자 대리전으로 꼽힌다.

민진당은 12일 오후 타이베이(臺北) 시내 당사에서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지난 1월 당 주석에 취임한 라이 부총통을 차기 총통선거 후보로 추대했다. 라이 부총통은 지난 2020년 대선에서 차이잉원(蔡英文·67)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했다. 4년 임기의 대만 총통은 연임을 통해 최대 8년 집권 가능하다. 3연임 제한에 걸린 차이잉원 정부는 내년 5월 임기를 마친다.

라이 부총통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선거는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어느 쪽인가를 선택하는 선거”라고 말했다. 그는 “대만에는 통일·독립 문제는 없다. 민주가 대만의 가장 큰 공동인식”이라며 이번 선거를 전쟁이냐 평화냐가 아닌 민주와 독재 구도임을 강조했다. 중국이 강조하는 민진당의 ‘대만독립론’을 봉인하려는 의도로 읽히는 대목이다.

지난해 11월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국민당에 참패한 민진당으로서는 라이 부총통에게 굳어진 ‘대만독립론자’라는 이미지를 어떻게 불식하느냐가 이번 선거전의 최대 과제다. 이를 위해선 30~40%에 이르는 무당파층을 파고들어야 한다. 무당파 중도층은 ‘대만 독립’이나 ‘중국·대만 통일’과 같은 극단적인 주장을 혐오하고 현상유지를 선호한다.

대만 차기 총통선거의 국민당 후보로 유력한 허우유이 신베이시장이 지난 9일 열린 패션행사에 무대에 올라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대만 차기 총통선거의 국민당 후보로 유력한 허우유이 신베이시장이 지난 9일 열린 패션행사에 무대에 올라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8년 만에 정권 탈환을 노리는 친중 성향의 국민당에선 허우유이(侯友宜·66) 현 신베이(新北) 시장이 후보군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선거에서 62.42% 득표율로 시장 재선에 성공했다. 허우유이는 사상 최연소인 49세에 경정서장(한국의 경찰청장)에 취임했고, 경찰대 총장을 거쳐 지난 2010년 정계에 투신했다. 한국의 경기도와 비슷하게 타이베이를 둘러싼 대만 최대 도시 신베이시에서 ‘깨끗하고 선진전인 거리 만들기’를 추진해 인기 정치인으로 부상했다. 그동안 총통 선거 출마 여부에 말을 아끼던 허우 시장은 12일 자신의 후보 추대 대회를 방불케 하는 당내 행사에 참석해 “모든 도전에 맞서 극복할 수 있고 언제라도 무대에 오를 수 있다”고 출마를 선언했다고 대만 연합보가 13일 보도했다.

폭스콘 창업자 궈타이밍(郭台銘·73)도 국민당 후보로 총통 선거 출마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대만의 제3정당인 대만민중당의 커원저(柯文哲·64) 전 타이베이 시장도 젊은 층과 무당파층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국민당은 과거엔 여론조사와 당원투표를 병행하는 ‘예비선거’를 통해 후보자를 결정했다. 이번에는 당내 분열을 피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참고하면서 최종적으로 당 지도부가 후보자를 지명하는 형태를 취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9개월 가량 남은 대선의 최대 변수는 ‘중국발 바람(中風)’이다. 중국이 대만을 향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면 대만 유권자가 반발하면서 민진당이 유리해지는 구도다. 지난 2019년 홍콩 시위와 탄압을 지켜본 대만 유권자의 반발심이 작용해 당시 세가 불리하던 민진당이 재집권에 성공했다. 중국은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의 재집권을 막기 위한 ‘인지전(認知戰)’과 통일전선 공세를 강화할 전망이다. 이에 맞서 미국은 차이잉원 총통의 4년 만의 미국 경유를 환영하면서 간접적으로 민진당을 지원하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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