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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도 아직도 벚꽃 살아있네…꽃만큼 사람 끈다, 봄 별미 실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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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 봄 여행 

 충남 태안 안면도 정당리 해안 끝에 자리한 안면암. 간조 때면 물 빠진 바닷길을 거닐며 사찰의 정취를 누릴 수 있다. 지난 7일 절정을 맞은 벚꽃이 사찰 주변을 온통 휘감고 있는 모습이다. 백종현 기자

충남 태안 안면도 정당리 해안 끝에 자리한 안면암. 간조 때면 물 빠진 바닷길을 거닐며 사찰의 정취를 누릴 수 있다. 지난 7일 절정을 맞은 벚꽃이 사찰 주변을 온통 휘감고 있는 모습이다. 백종현 기자

봄 여행은 타이밍 싸움이다. 이상고온에 서울은 보름가량 벚꽃이 일찍 찾아왔다가 벌써 사라졌다. 봄비에 목련도 다 떨어졌다. 해서 충남 태안으로 꽃놀이에 나섰다. 바다로 둘러싸인 태안반도는 해양성 기후의 영향으로 내륙보다 꽃소식이 늦은 편이다. 벚꽃과 동백‧수선화가 아직 남아있고, 4월 말까지 목련과 튤립도 원 없이 볼 수 있다.

봄꽃에 파묻힌 사찰

안면암에는 전날(6일) 내린 봄비가 내렸다. 복전함 가는 오솔길 곳곳에 벚꽃이 내려 앉았다.

안면암에는 전날(6일) 내린 봄비가 내렸다. 복전함 가는 오솔길 곳곳에 벚꽃이 내려 앉았다.

태안 안면도 동쪽, 정당리 해안 끄트머리에 ‘안면암’이라는 이름의 사찰이 있다. 조계종 금산사의 말사로 1998년 창건한 작은 절이다. 역사도 짧고 규모도 작지만, 전국 각지에 명성이 뻗어 있다. 걸출한 전망과 풍경 덕분이다. 안면암의 앞마당이 바로 천수만이다. 안면암 앞바다 바위섬에도 암자가 있는데, 충남 서산의 간월암처럼 갯벌이 드러나는 간조 때만 드나들 수 있는 신비의 장소다. 천수만을 내다보는 탁 트인 전망도 훌륭하고, 물 위에 뜬 부상탑위로 해가 떠오르는 장면 등을 담을 수 있어 사진 동호인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풀밭에 내려앉은 동백과 벚꽃. 안면도는 해양성 기후의 영향으로 대부분의 봄꽃이 내륙보다 늦고 또 오랫동안 피어 있는 편이다.

풀밭에 내려앉은 동백과 벚꽃. 안면도는 해양성 기후의 영향으로 대부분의 봄꽃이 내륙보다 늦고 또 오랫동안 피어 있는 편이다.

안면암은 안면도에서 가장 이름난 봄꽃 명소기도 하다. 이맘때 봄날이면 사찰을 사방으로 포위하고 있는 벚나무와 동백 덕분에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온다. 젊은 층에도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인스타그램에 ‘안면암’을 검색하면 1만 개 이상의 인증 사진이 쏟아진다.

서울은 벚꽃이 졌지만, 안면암에는 벚꽃이 남아있었다. 7일 오전 찾았을 때는 전날 쏟아진 비로 벚꽃과 동백이 땅 위에도 내려앉아 되레 더 멋스러웠다. 사찰 관계자는 “벚꽃은 봄비에 곧 사라지겠지만, 동백은 아직 단단히 붙어 있다”고 귀띔했다. 벚꽃이 터널이 이룬 복전함 가는 길, 동백이 한 줄로 도열한 대웅전 앞 등 곳곳이 인증 사진 포인트였다.

목련이냐 튤립이냐

태안 천리포수목원의 목련원. 목련축제를 여는 한 달간만 개방하는 비밀의 장소다. 지금은 갖가지 목련과 수선화가 한창 멋을 부리고 있다.

태안 천리포수목원의 목련원. 목련축제를 여는 한 달간만 개방하는 비밀의 장소다. 지금은 갖가지 목련과 수선화가 한창 멋을 부리고 있다.

태안의 4월은 축제의 계절이다. 7일 오후 태안반도 서북쪽 천리포 해안에 자리한 천리포수목원을 찾으니, 목련축제(4월 30일까지)가 한창이었다. 57만㎡(약 17만2000평) 규모에 달하는 천리포수목원에는 연구를 목적으로 출입을 통제한 구역이 여럿 있다. 그 비밀 구역 중 목련원과 목련산을 축제 기간에만 한시 개방한다.

목련원에 들어가봤다. “전 세계 1000여 개 목련 분류군 중 871개가 천리포수목원에 있다”는 안내자의 설명대로 갖가지 목련꽃이 하늘거리고 있었다. 활화산처럼 꽃잎이 붉은 ‘불칸’, 발레리나의 치마처럼 꽃잎이 풍성한 ‘매그스 피루엣’, 하늘을 향해 고개를 빳빳이 든 ‘선라이즈’ 등 저마다 앙증맞은 이름을 달고 있었다. 조막만 한 것부터 어른 얼굴 크기만 한 것까지 모양도 다르고 색도 다양했다. 인위적으로 가지치기를 하지 않는 덕에 나무 하나하나 기골이 장대하고 건장했다. 집 앞이나 출근길에서 보던 목련은 늘 머리 높이 위에 꽃이 달려 있었는데, 여기에서는 아예 땅에 붙어 꽃을 피운 목련도 있었다.

'선라이즈'라는 이름의 목련. 태양을 향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선라이즈'라는 이름의 목련. 태양을 향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천리포수목원은 국내 최초의 사립 수목원으로, 설립자인 민병갈(1921~2002) 박사가 평생을 일군 꿈의 낙원이다. 목련산 초입 민 박사가 머물렀던 후박나무집 앞에도, 그의 동상 앞에도 붉은 목련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목련원과 목련산은 축제 기간 하루 최대 120명(30명씩 4차례 입장)만 출입할 수 있다. 경쟁이 치열해 인터넷 예약이 필수다.

2023 태안 세계튤립꽃박람회가 열리는 안면도 꽂지해안공원. 200만 송이 튤립의 장관이 펼쳐지는 장소다.

2023 태안 세계튤립꽃박람회가 열리는 안면도 꽂지해안공원. 200만 송이 튤립의 장관이 펼쳐지는 장소다.

안면도 꽃지 해수욕장 인근 꽃지해안공원에서 열리는 튤립축제(태안 세계튤립꽃박람회)도 5월 7일까지 이어진다. 매년 30만 명 이상이 다녀가는 대표적인 봄꽃 축제다. 코로나가 닥친 2021년에도 12만 명이 다녀갔다. 축제를 운영하는 코리아플라워파크 김원일 팀장은 “지난 가을에 심은 튤립 200만 송이가 4월 초부터 순차적으로 봉오리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튤립 개화율은 60% 정도. 절정은 4월 20일이다.

6일 오후 꽃지해안공원의 모습. 12일 현재 현재 튤립 개화율은 60%에 이른다. 절정은 20일로 예측된다.

6일 오후 꽃지해안공원의 모습. 12일 현재 현재 튤립 개화율은 60%에 이른다. 절정은 20일로 예측된다.

꽃보다 실치

갓 잡아 손질을 마친 실치. 가늘고 투명한 빛이 특징이다.

갓 잡아 손질을 마친 실치. 가늘고 투명한 빛이 특징이다.

고장마다 봄을 알리는 별미가 있다. 안면도에서는 가늘고 잘고 살결이 투명한 생선 '실치(베도라치의 새끼)'가 그 주인공이다. 시중에서 파는 뱅어포 대부분을 실치로 만든다. 실치는 성미가 급해 그물에 딸려 나오기가 무섭게 죽어버리는데, 덕분에 산지에서만 회로 즐길 수 있다. 대표적인 장소가 안면도 마검포항이다. 부둣가에서 36년을 버틴 ‘선창횟집’의 김수지 사장은 “안면도 뱃사람은 실치가 밥상 위에 올라와야 비로소 봄이 온 것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실치회는 산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갖은 야채와 고추장 양념에 버무려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치회는 산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갖은 야채와 고추장 양념에 버무려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치가 제맛을 내는 시기가 바로 4월 이맘때다. 5월 초순만 지나도 뼈가 억세지고 맛이 떨어져 회로 먹지 못한다. 선창횟집에서 실치 작업 풍경을 엿봤다. 길이가 3~5㎝로 작은 데다, 서로 엉켜 붙어 있어 손질이 쉽지 않았다. 소쿠리에 담아 여러 번 물로 헹구고, 까나리‧새우 같은 것을 손으로 일일이 골라냈다. 바다에서 그물로 한꺼번에 거둬들이는 방식이라 선별과 세척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20여 분이 지나자 희고 맑은 실치만 소쿠리에 남았다.

실치는 한 점 한 점이 아니라, 한 무더기씩 입 안 가득 넣고 씹어야 제맛이 난다고 했다. 그냥 초장에 찍어 먹어도 좋지만, 의외로 조리법도 다양했다. 전으로도 부치고, 된장국에도 넣고 끓인다. 가장 대중적인 조리 방식은 무침이다. 오이‧당근‧깻잎‧배 등을 곁들인 고추장 양념에 버무려 먹는데, 씹을수록 담백하고 향긋한 것이 계속 입맛을 당겼다.

안면도 마검포항 선창횟집 실치회(2만원) 상차림. 회무침뿐 아니라. 된장국과 전에도 실치가 듬뿍 들어 있다.

안면도 마검포항 선창횟집 실치회(2만원) 상차림. 회무침뿐 아니라. 된장국과 전에도 실치가 듬뿍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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