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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4개국 콕집어 가계빚 경고…한국 DSR 증가 폭 가장 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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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 경제에 대한 경보음을 연달아 울리고 있다. 한국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가능성을 최근 경고했던 IMF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제 성장 전망치를 네 차례나 거듭 낮춘 데 이어 가계부채 위험까지 경고했다.

IMF가 11일(현지시간)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4월(2.9%) 이후 4연속(2.1→2.0→1.7→1.5%) 하향 조정됐다.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성장률 전망치가 연이어 하락한 건 한국이 유일하다. 세계경기 둔화로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성장률 반등의 계기를 그만큼 찾기 어렵다는 풀이가 나온다.

더구나 IMF가 이번에 발간한 ‘세계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가계부채 취약 국가로 지목한 4개국에 한국이 포함됐다. IMF는 스웨덴·벨기에·프랑스·한국의 경우 가계빚에서 출발한 위험이 경제 전체로 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근거로 가계 부문 총부채상환비율(DSR)을 제시했다. DSR은 가계가 일정 기간 갚아야 할 대출 원리금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IMF가 국제결제은행(BIS) 방식을 토대로 산출한 한국 가계의 부채상환비율은 지난해 2분기 13.4%를 기록했다. IMF가 가계부채 건전성을 점검한 17개 주요국 가운데 호주(13.7%) 다음으로 높았다. 이 기간 한국 가계는 벌어들인 돈 가운데 13% 이상을 빚과 이자를 갚는 데 썼다는 의미다. 일본이나 미국·독일 등은 이 비율이 한국의 절반 수준인 6~7%대에 불과했다.

2007년 미국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로 세계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대부분의 선진국은 가계빚 ‘다이어트’에 나섰지만 한국은 거꾸로였다.

IMF 집계에 따르면 한국 가계의 부채상환비율은 금융위기 때인 2007년 1분기 11%에서 지난해 2분기 13.4%로 2.4%포인트 올랐다. 주요 17개국 가운데 상승 폭 1위다. 스웨덴(1.6%포인트)·벨기에(1.1%포인트)·프랑스(1.1%포인트)가 그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호주(16.7→13.7%), 미국(11.5→7.5%), 영국(12.6→8.4%), 스페인(10.2→5.9%) 등이 강도 높은 가계부채 구조조정을 펼친 것과 반대다.

IMF는 보고서에서 “(대부분의 선진국은) 2000년대 중반보다 강화된 주택담보대출 기준을 적용하면서 부실 대출 위험을 줄였고, 가계의 부채상환비율 역시 2007년 대비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벨기에·프랑스·한국·스웨덴 같은 국가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가계부채가 오히려 증가하면서 가계 부문의 취약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2007년 말 665조원이었던 가계빚(신용)은 지난해 말 1867조원으로 차올랐다. 이 기간 주택담보대출도 344조원에서 1013조원으로 3배 가까이 불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부분 신용이 아닌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이고, 비교적 소득·신용 상태가 양호한 대출자 비중이 높기 때문에 단기간에 큰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며 “대신 고금리로 인한 가처분소득 감소로 소비 등 거시적으로 경기 위축이 확대될 위험이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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