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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지옥 코믹 탈출기…“어른들을 위한 동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이선균·이하늬 주연의 ‘킬링 로맨스’는 코미디·로맨스·공포 등 장르를 오가는 영화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이선균·이하늬 주연의 ‘킬링 로맨스’는 코미디·로맨스·공포 등 장르를 오가는 영화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먹다 보면 중독되는 민트 초코같은 영화죠.”(이하늬)

코미디 영화 ‘킬링 로맨스’(14일 개봉)의 주연 배우 이하늬는 지난 10일 열린 언론시사 후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공동 주연 이선균은 “처음 20분은 관객들도 당황할 것 같다”고 했다. 그간 한국에서 쉽게 보지 못했던 영화란 것이다. 동화 같은 화면은 ‘색감의 마법사’ 웨스 앤더슨 감독을 떠올리게 하고, 내용도 판타지 같다.

한국의 톱배우 여래(이하늬)가 남국의 섬 콸라에서 부동산 재벌 조나단(이선균)과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 알고 보니 조나단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선 살인도 마다않는 폭군이다. 감옥같은 결혼에서 탈출하려는 여래의 고군분투가 시작된다. 여래의 팬클럽 출신의 이웃집 4수생 범우(공명), 조나단으로 인해 모든 걸 잃은 아프리카 타조도 역습에 가세한다.

10년 전 데뷔작 ‘남자사용설명서’에서 캐릭터 코미디의 재미를 선보인 이원석 감독이 코미디·로맨스·서스펜스·공포 등 장르를 오가며 전작 스타일을 극대화했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2015)의 시나리오 작가 박정예가 각본을 썼다.

이선균·이하늬 주연의 ‘킬링 로맨스’는 코미디·로맨스·공포 등 장르를 오가는 영화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이선균·이하늬 주연의 ‘킬링 로맨스’는 코미디·로맨스·공포 등 장르를 오가는 영화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중견 배우 이하늬·이선균도 과감한 연기 변신을 했다. 이선균은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드문 코믹 악역이다.

여래는 디즈니 영화 속 마법의 성에 갇힌 공주처럼 묘사된다. 극 중 그가 연예계를 떠나는 계기가 되는 ‘발연기’ 논란 장면에선 발뒤꿈치에 이하늬의 얼굴이 합성된 ‘짤’이 나온다. 영화 초반부에 배치된 이 장면은 이 영화의 적나라한 웃음 코드를 예고하는 선전포고이기도 하다. 이후 H.O.T.의 ‘행복’, 비의 ‘레이니즘’ 등 히트 가요를 부르며 춤추는 과장된 뮤지컬 장면이 수시로 등장한다. 낯 간지러운 가사들이 인물들의 속내를 담아낸다. 이런 장면들을 즐길 수 있느냐, 당황하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극과 극으로 나뉠 수밖에 없는 영화다.

여래는 범우에게 가정폭력 순간을 들키면서 현실을 직시하고 남편 곁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이런 심리 변화를 드러내는 것도 뮤지컬 장면이다. 그룹 들국화의 노래 ‘제발’(“제발 그만 해둬/나는 너의 인형은 아니잖니~.”)을 남편 몰래 읊조렸던 그는 ‘레이니즘’을 개사해  “I’m gonna be a bad girl(난 나쁜 여자가 될거야)”을 외치며 남편에게 당당히 맞선다.

‘알라딘’ ‘라푼젤’ ‘마법에 걸린 사랑’등 여성 캐릭터의 해방을 그린 디즈니 영화들부터 ‘스타트렉’의 외계인 손인사, 공명의 어수룩한 캐릭터에 묻어나는 주성치 식 유머까지 다양한 오마주, 장르 변주가 등장한다. 뮤지컬 안무에는 댄스그룹 ‘프라우드먼’의 모니카가 참여했다.

스타일은 발랄하지만, 주제는 묵직하다. 평생 매니저의 관리와 대중의 인기에 흔들리며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살아온 톱스타가 남편의 가정 폭력에 시달리다가 이런 생활을 끝장내기로 결심하는 이야기다. 이 영화를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 소개한 이원석 감독은 “스스로 못났다고 생각해도 누군가 작은 용기를 줌으로써 나를 둘러싼 두려움의 벽이 무너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상업영화 극장 개봉은 수·목요일이 일반적이지만 ‘킬링 로맨스’는 금요일 개봉한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신작의 금요일 출시에 익숙해진 관객 습관을 겨냥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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