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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복역 사형수 석방?…정부, 법 고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사형이 확정된 뒤 교도소에 30년간 수감됐을 경우 형 집행을 면제하는 규정을 법무부가 손질하기로 했다. 1997년 이후 사형 집행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 조항에 따라 사형수들이 30년 복역 기간을 채우고 석방될 수 있다는 해석이 법조계 일각에서 제기돼 왔다. 법무부는 사형의 경우 형 집행 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13일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으로 당장 영향을 받는 것은 국내 최장기 복역 사형수 원언식씨다. 원씨는 1992년 강원도 원주 여호와의 증인 왕국회관에 불을 질러 15명을 숨지게 했다. 사형이 확정된 지 30년이 지나는 시점이 올해 11월이다.

형법은 범죄자가 선고받은 형이 일정 기간 집행되지 않으면 집행이 면제된다고 보는데(제77조), 사형의 경우 판결 확정일로부터 30년이 ‘집행 시효’가 된다(제78조). 이 조항에 따라 사형 집행을 면제한다면 원씨를 풀어줘야 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법원의 사형 판결을 행정부가 집행하지 않은 것이라서 사형수를 더 가둬놓을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형법이 만들어질 당시에는 한국이 사실상 사형폐지국이 될 거라는 걸 예상하지 못해 일어나는 일이다.

그동안 법무부는 사형수를 가둬놓고 있으니, 사형 절차가 일부 시작된 것으로 봐서 시효를 세지 않아도 된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법에 명시적인 규정이 없어 해석이 엇갈리자 사형의 집행 시효를 폐지하는 방안을 택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현재 수감 중인 사형 확정자는 총 59명으로, 향후 5년간 30년의 형 집행 시효를 채우게 되는 사형수들은 10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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