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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다 탔는데, 그을린 흔적도 없다…강릉산불 '기적의 집' 비밀 [르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2일 오전 찾은 강원 강릉시 저동. 화마가 집어삼킨 주택 사이로 그을린 흔적조차 없이 깨끗한 집 한 채가 눈에 들어왔다. 박진호 기자

12일 오전 찾은 강원 강릉시 저동. 화마가 집어삼킨 주택 사이로 그을린 흔적조차 없이 깨끗한 집 한 채가 눈에 들어왔다. 박진호 기자

폐허로 변한 강릉시 저동 마을 

지난 11일 발생한 산불로 강원 강릉시 저동 일대는 폭격을 맞은 것처럼 폐허로 변했다. 수많은 펜션과 주택이 화마(火魔)에 휩싸여 뼈대만 앙상하게 남았다. 목조 건물은 모두 불에 탔다.

12일 오전 찾은 저동에선 화마가 집어삼킨 주택 사이로 그을린 흔적조차 없이 깨끗한 집 한 채가 눈에 들어왔다. 158.4㎡(48평) 규모 신모(62)씨 2층짜리 집이다. 신씨 집 뒤편에 있는 소나무숲은 이번 산불로 잿더미가 됐다. 불과 3~4m 떨어진 소나무에 불이 붙으면서 불씨가 집 쪽으로도 날아들었다. 하지만 유리창이 몇장 깨졌을 뿐 집은 멀쩡했다.

그렇다면 신씨 집이 화마에 휩싸이지 않은 이유는 뭘까. 신씨는 열에 강한 내외장재가 큰 역할을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건설회사에서 일했던 신씨는 4년 전 집을 지으면서 불을 잘 견디는 자재를 썼다고 한다.

12일 오전 찾은 강원 강릉시 저동. 화마가 집어삼킨 주택 사이로 그을린 흔적조차 없이 깨끗한 집 한 채가 눈에 들어왔다. 집 뒤편 송림이 모두 불에 탔지만 집은 멀쩡했다. 박진호 기자

12일 오전 찾은 강원 강릉시 저동. 화마가 집어삼킨 주택 사이로 그을린 흔적조차 없이 깨끗한 집 한 채가 눈에 들어왔다. 집 뒤편 송림이 모두 불에 탔지만 집은 멀쩡했다. 박진호 기자

12일 오전 찾은 강원 강릉시 저동. 화마가 집어삼킨 주택 사이로 그을린 흔적조차 없이 깨끗한 집 한 채가 눈에 들어왔다. 이번 산불은 해당 주택 잔디에 까지 옮겨 붙었지만 집은 타지 않았다. 박진호 기자

12일 오전 찾은 강원 강릉시 저동. 화마가 집어삼킨 주택 사이로 그을린 흔적조차 없이 깨끗한 집 한 채가 눈에 들어왔다. 이번 산불은 해당 주택 잔디에 까지 옮겨 붙었지만 집은 타지 않았다. 박진호 기자

열에 강한 내외장재 써야 피해 줄어 

신씨는 콘크리트로 집을 짓고 외장재로 열에 강한 라임스톤을 썼다. 외부 문은 모두 방화문을, 창문도 삼중창으로 시공했다. 신씨는 “주변에 소나무가 많은 것이 마음에 들어 이곳에 터를 잡았지만, 한편으론 이같은 환경이 화재에 취약할 것으로 생각해 비싸지만 열에 강한 자재를 썼다”고 말했다.

부인 홍모(60ㆍ여)씨는 “불이 나면 대피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시간을 벌기 위해 좋은 자재를 쓴 것이 피해를 막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신씨 마당 잔디에 불이 붙어 집 벽으로 옮겨갔지만, 주택 화재로 이어지진 않았다. 반면 신씨 집과 30m가량 떨어진 앞집은 기둥까지 다 탔고, 50m 떨어진 옆집도 전소했다.

산림이 많은 강원 지역에서 매년 산불이 끊이지 않으면서 주택 보호 방법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비슷한 위치에 불씨가 날아들었지만 다 타는 주택이 있는가 하면 불이 전혀 옮겨붙지 않은 집도 있다.

12일 오전 찾은 강원 강릉시 저동. 화마가 집어삼킨 주택 모습. 박진호 기자

12일 오전 찾은 강원 강릉시 저동. 화마가 집어삼킨 주택 모습. 박진호 기자

창문도 열풍 못 들어오는 삼중구조로 

국립산림과학원은 산불로부터 내 집을 지키려면 집안과 밖 위험요소를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지붕은 불연성 소재 등으로 교체한다. 집안에 설치한 문과 창고 문은 방염처리가 중요한 만큼 되도록 방화문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창은 이중창 유리로 바꾸고, 데크는 내화성 자재를 사용해야 화재위험을 줄일 수 있다.

이 밖에도 집 주변 반경 10m 거리엔 가연(可燃) 물질을 정리하는 등 산불이 쉽게 번지는 물질이 없어야 한다. 10~30m 거리엔 땅에 쌓인 나뭇가지·낙엽 등을 정기적으로 청소하고, 30~100m 거리엔 가지치기·솎아베기를 통해 나무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시영 강원대 방재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고성ㆍ속초 산불 당시에도 콘크리트로 지은 건축물이 살아남았다. 내화성(耐火性) 구조를 기본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산불 온도가 1100~1200도에 달하는 만큼 방화문을 쓰고 열풍이 들어오지 않게 창문도 삼중 구조로 하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했다

지난 11일 오후 찾은 강원 강릉시 저동. 화마가 집어삼킨 펜션 모습. 박진호 기자

지난 11일 오후 찾은 강원 강릉시 저동. 화마가 집어삼킨 펜션 모습. 박진호 기자

정부, 강릉시 특별재난지역 선포

강원도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피해를 본 주택과 펜션 등은 125곳으로 늘었다. 주택 68곳, 펜션 26곳, 호텔 등 숙박시설 7곳, 문화재 1곳, 기타 23곳이다. 소방 당국은 현재 광역화재조사관 23명을 투입해 정확한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산불로 큰 피해를 본 강릉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재난지역으로 신속히 선포된 것은 산불을 끄기 위해 전국에서 달려와 고생하신 산불진화대원 2000명과 강원 도민 염원이 전달된 결과”라며 “이재민이 최단기간 안에 생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강원도와 18개 시ㆍ군 행정력을 총동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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