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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야구단이 센터로 모셨다, 해외진출 1호 '치어리더 아이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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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대만프로야구 단장님이 직접 한국으로 찾아와 스카우트 제의를 했어요. 저를 이렇게까지 필요로 하는 곳에서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대만프로야구 라쿠텐 몽키스에 합류해 국내 치어리더 ‘해외진출 1호’가 된 이다혜(24)가 웃으며 말했다. 이다혜는 “2020년에 이하윤 치어리더가 대만에 갈 뻔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무산됐다. 제가 ‘1호’가 된 만큼 더 열심히 매력을 뽐내고 오겠다”며 웃었다. 오는 14일 타오위안의 라쿠텐 홈 개막전을 앞둔 이다혜를 대만 출국 전에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에서 만났다.

 대만프로야구 라쿠텐 몽키스에 합류해 국내 치어리더 해외 진출 1호가 된 이다혜. 대만 출국 전인 지난달 29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대만프로야구 라쿠텐 몽키스에 합류해 국내 치어리더 해외 진출 1호가 된 이다혜. 대만 출국 전인 지난달 29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2019년부터 4년간 국내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치어리더로 활약했던 이다혜는 팬들 사이에서 걸그룹 레드벨벳의 아이린을 닮았다며 ‘치어리더 아이린’이라 불린다. 라쿠텐 몽키스 치어리더 단장도 아닌 구단 단장이 작년 12월부터 “대만에서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러브콜을 보냈다. 대학에서 관광중국어를 전공한 이다혜는 “치어리더를 하면서 4년간 중국어를 손에서 놓았지만 단장님을 만났을 때 들리는 단어가 몇 개 있었다. 최근 학원을 다니며 열심히 배우고 있다”고 했다.

라쿠텐 걸스는 대만 내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는데, 라쿠텐 몽키스 구단은 홍보 사진 센터에 이다혜를 내세웠다. 사진 이다혜

라쿠텐 걸스는 대만 내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는데, 라쿠텐 몽키스 구단은 홍보 사진 센터에 이다혜를 내세웠다. 사진 이다혜

‘라쿠텐 걸스’는 대만 내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는데, 라쿠텐 몽키스 구단은 홍보 사진 ‘센터’에 이다혜를 내세웠다. 이다혜는 “대만행  확정 후 소셜미디어(인스타그램) 팔로어가 50만대에서 77만(현재는 83만)가 됐고, ‘좋아요’는 20만(현재 28만)이 넘었다. 새로고침할 때마다 늘어나는데, 살면서 언제 이런 경험을 해보겠나”라며 웃었다. 유니폼에 등번호 ‘82번’을 단 이다혜는 “한국인 최초인 걸 어떻게 각인 시킬까 고민하다가 ‘한국 국가번호’를 골랐다. 인기가 많은 케이팝 안무를 대만에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유니폼 등번호로 한국 국가번호인 82번을 고른 이다혜. 사진 이다혜

유니폼 등번호로 한국 국가번호인 82번을 고른 이다혜. 사진 이다혜

올 시즌 국내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리포터도 맡고 있는 이다혜는 “라쿠텐 모든 홈 경기에 가는 게 아니라, 한국을 오가며 전북 리포터로 경기장 밖에서 보이는 라디오와 토크쇼를 한다”고 했다. 이어 “고등학생 때 이동국 등 전북 선수들이 학교로 팬사인회를 왔다. 전주 집에서 경기장까지 버스로 15분 거리라서 시즌권을 구매했고 요즘도 매 경기 간절하게 응원하고 있다”고 했다. 이다혜는 작년 3월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시축을 하며 ‘코카인 댄스’를 춘 뒤 치어리더 팔로어 1등에 등극해 ‘국치 원탑(국내 치어리더 원톱)’이라 불린다. 이다혜는 “팬들이 여동생처럼 친근하고 밝은 웃음과 에너지를 좋아해주며 ‘이다콩’이라 불러 주신다”고 했다.

대만프로야구 라쿠텐 몽키스에 합류해 국내 치어리더 해외 진출 1호가 된 이다혜. 대만 출국 전인 지난달 29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대만프로야구 라쿠텐 몽키스에 합류해 국내 치어리더 해외 진출 1호가 된 이다혜. 대만 출국 전인 지난달 29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이다혜는 스무살이던 2019년 가족과 프로야구 기아 홈 경기를 보러 갔다가 치어리더에 입문했다. 그는 “전광판에 뜬 치어리더 언니들을 보고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7살 때 소심함을 극복하려고 벨리 댄스를 시작했고, 전주시연합동아리 소속으로 대회에서 상도 탄 적이 있다. 그날 SNS에 ‘치어리더 모집’을 찾아봤는데 마침 KIA가 있어 지원했다. 오디션과 면접을 보고 ITZY의 ‘달라달라’를 췄는데 그날 바로 붙었다”고 했다.

이다혜는 대만행 비행기 승무원이 될 수도 있었는데, 대만에서 치어리딩을 하게 됐다. 이다혜는 “원래 외항사 승무원을 하고 싶었고 대학에서 성적도 좋았다. 처음에 ‘무슨 치어리더냐’고 하셨던 아버지는 요즘 제 SNS에 ‘좋아요’를 누르며 자랑스러워 한다.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웃었다.

이다혜는 치어리더를 꿈꾸는 어린 친구들에게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그는 “치어리딩은 4시간 동안 계속 유산소 운동을 하는 느낌이며 ‘와~ 나 살 빠지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경기장에 최대 8시간~10시간 정도 있고, 연장전에 갈 경우 집에 도착하면 새벽 3시”라며 “겉모습만 보고 지원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웬만한 열정 아니면 연습도 힘들다. 본인이 주인공이 아닌 선수와 팬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는 마음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치어리더는 연차에 따라 다르지만 일당은 10~15만원 선이다. 대만은 항공권과 숙소 등 좋은 대우도 약속했다. 이다혜는 “한국보다는 조금은 더 나은 대우를 받는다. 돈을 보고 대만에 간 게 아니다. 해외에서 활동해보고 싶기도 했고, 라쿠텐이라는 좋은 구단을 만나 해보고 싶은 마음도 컸다”고 했다.

작년에는 이다혜의 주차 된 차량의 앞 유리에 적어둔 전화 번호를 알아내려고 극성팬들이 몰린 적이 있다.이다혜 인스타그램 캡처

작년에는 이다혜의 주차 된 차량의 앞 유리에 적어둔 전화 번호를 알아내려고 극성팬들이 몰린 적이 있다.이다혜 인스타그램 캡처

작년에는 이다혜의 주차 된 차량의 앞 유리에 적어둔 전화 번호를 알아내려고 극성팬들이 몰린 적이 있다. 이다혜는 “보여지는 직업이다 보니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라며 “다행히 요즘은 많이 개선돼 그런 일은 없다”고 말했다. KIA 치어리더 시절에 ‘연예인병 걸린 거 아니냐’는 오해도 받았지만, 사실이 아닌 게 밝혀졌고 사과도 받았다. 1순위는 치어리더 스케줄이었고 지각을 한 적도 없었다. 이다혜는 “사람마다 보는 게 다르니까 다 이해한다. 전 어른이 됐기 때문에 그냥 지나간 일이라고 생각한다. KIA는 제가 처음 치어리더를 시작한 팀이라서 지금도 응원하고 있다”며 “대만 야구팀에 갔지만 한국 활동도 병행하니 쭉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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