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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미쉐린 셰프도 극찬…아침밥 먹으러 가는 제주도 숙소 [쿠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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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밥 먹으러 가는 숙소’, 제주도 동문시장 인근에 자리한 B&B ‘이꼬이앤스테이’를 부르는 말이다. 이곳의 주인, 정지원 셰프는 매일 새벽 솥밥을 짓고 제주도의 제철 식재료로 반찬을 만든다. 시장에서 산 싱싱한 생선을 굽기도 하고, 고사리가 제철일 때는 고사리 피클을, 금귤이 제철일 때는 정과로 만들어 디저트로 낸다. 그렇게 차려낸 밥상엔 제주의 계절이 담긴다. 그래서일까. 조식을 맛본 사람들은 “한 번도 안 온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온 사람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방송인 김나영부터 개그맨 김영철, ‘한식의 대가’ 조희숙 셰프, 미쉐린 스타 셰프 김대천 등 유명인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그들은 부탁하지 않아도 홍보대사를 자처한다. 그렇게 보낸 시간이 햇수로 10년.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이 남긴 방명록만 5권이 넘는다. 그 속에선 사람들의 추억이 빼곡하게 쌓여있다. 정 셰프는 이달 초 이꼬이의 인기 메뉴를 집에서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레시피와 제주의 식재료, 제주 추천 맛집, 그리고 방명록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은 책 『이꼬이에 놀러 왔어요』를 냈다. 마음 맞는 지인을 모아 직접 책을 만들었는데, 출간 일주일 만에 요리분야 베스트 셀러 3위(교보문고)에 올랐다.

제주도에서 이꼬이앤스테이를 운영하는 정지원 셰프가 최근 책 '이꼬이에 놀러왔어요'를 냈다. 사진 이과용

제주도에서 이꼬이앤스테이를 운영하는 정지원 셰프가 최근 책 '이꼬이에 놀러왔어요'를 냈다. 사진 이과용

2014년『이꼬이에 놀러오세요』 이후 두 번째 책이다. 다시 책을 내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방명록 때문이다. 처음에 이꼬이앤스테이를 열었는데 지인이 값비싼 노트를 선물로 보냈다. ‘좋은 구두가 좋은 곳으로 데려간다’는 말처럼 좋은 노트를 보면 사람들이 정성 들여 글을 쓸 거라는 이야기를 했다. 말 그대로였다. 매일 아침 조식을 준비하고 홀로 운영하다 보면 정말 힘든 순간들이 있는데 그때 손님들이 정성껏 쓴 방명록을 보면 저절로 힘이 난다.

사람들은 방명록에 어떤 이야기를 쓰나.

여행을 온 이유부터, 여행하며 느낀 점, 자신이 다녀온 맛집이나 추천 장소 등 제주도 여행에 대한 이야기부터, 현재의 고민까지 다양하다. 여행을 시작하는 사람은 방명록에 적혀있는 제주의 가볼 만한 곳들이나 팁을 통해 정보를 얻고, 반대로 여행을 마무리하는 사람은 자신의 여행을 기록하고 이를 사진으로 찍으며 여행을 기념하기도 한다.

요리 관련 일을 하다 갑자기 숙박업에 도전했는데. 

숙박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다. 시작은 미국에 살 때였는데, 당시 지인들이 정말 많이 찾아왔다. 반가운 마음도 있지만, 갈수록 내 노동에 대한 보상이 없으니 지쳤다. 아마 타국에서 산 경험이 있다면, 대부분 이런 어려움을 겪었을 거다. 내 시간과 노력을 쏟지만, 그에 대한 노력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때 나중에 숙박업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지인들은 놀러 와서 편하게 묵고, 나는 내 노동에 대한 보상을 정당하게 받을 수 있는 방법이니까.

연고도 없는 제주도를 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   

처음엔 아버지 고향인 하동을 생각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2007년 올레길을 걷기 위해 친구와 제주도에 여행을 왔었다. 모처럼 친구와 좋은 시간을 보냈지만, 딱 한 가지 아쉬웠던 게 있는데, 숙소였다. 서귀포시장 쪽에 있는 여성 전용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었는데 한방에서 같이 잠을 자야 했다. 잠은 따로 편하게 자고 싶었는데. 그때 이런 불편함을 해결해줄 숙소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제주도에 자주 가게 됐는데, 어느 날 문득 더 늦기 전에 숙소 자리를 알아보지 않으면 시작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매주 제주에 와서 발품을 팔며 숙소 자리를 물색했다. 그렇게 8개월쯤 지났을 때 제주 민속오일장 신문에서 지금의 자리를 보고 바로 결정했다.

이꼬이앤스테이는 정지원이라는 사람과 닮았다

모든 업장을 주인을 닮는다. 작은 소품을 고를 때도 내 경험을 돌아보고, 신중하게 고르다 보니 내 취향이나 스타일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작은 옷걸이 하나도 온라인으로 대량 주문하지 않는다. 디자인이나 편리성 등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을 골라서 산다거나 여행 갔을 때 액세서리 놓을 곳이 없어 불편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바닥 면이 그릇처럼 생긴 거울을 사는 식이다. 종종 이러한 디테일을 알아보는 손님이 있는데, 그땐 무척 뿌듯하다. (웃음)

갓 지은 밥과 잘 구운 생선, 정갈한 반찬을 담은 조식. 사진 이과용

갓 지은 밥과 잘 구운 생선, 정갈한 반찬을 담은 조식. 사진 이과용

이꼬이앤스테이하면 조식을 빼놓을 수 없다. 매일 아침밥을 하는 게 힘들지 않나.  

매일 5시에 일어나야 제때 조식 서비스를 할 수 있다. 당연히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깨끗하게 비워진 그릇을 보면 힘이 절로 난다. 집에서 당근을 입에도 대지 않는 아이들이 와서 깨끗하게 그릇을 비우기도 한다. 무엇보다 여행을 즐겁게 만드는 비결 중 하나가 아침이라고 생각한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길을 나서면 힘이 나고 종일 신경 써서 식사와 내 몸을 챙기게 되지만, 반대로 아침을 부실하게 먹으면 지치고 힘들고 다음 끼니도 잘 챙겨 먹지 않게 되더라. 제대로 끼니를 챙기지 못하면 여행을 제대로 즐길 수 없다.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구운 생선을 낼 때 반응이 뜨겁다. 요즘은 집에서 생선을 잘 안 구워 먹는 데다 제주도라는 곳에 대한 기대 때문인 것 같다. 실제로 제주도는 다양한 생선이 잡히는데, 대표적인 게 제주 황돔이다. 제주와 부산 사이 바다에서 많이 잡히는데 나도 제주에 와서 처음 봤다. 모양도 이쁘고 맛도 담백하다. 물론 나만의 원칙이 있다. 고등어나 갈치, 옥돔처럼 쉽게 먹을 수 있는 생선은 피하고 황돔이나 벵에돔 등 익숙하지 않은 것을 주로 낸다.

제주의 제철 식재료 중 하나인 고사리. 사진 이과용

제주의 제철 식재료 중 하나인 고사리. 사진 이과용

그가 차려내는 음식은 이촌동 이꼬이 시절부터 유명했다. 술잔을 부르는 안주부터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찾아 먹을 수 있는 일본 가정식 등, 동네주민뿐 아니라 멀리서도 그의 음식을 맛보러 오는 사람들로 늘 북적였다, 오죽하면 2016년 문을 닫고 일 년에 한 번씩 서울의 가게를 빌려 단골 파티를 열면 여전히 한달음에 달려오는 사람들이 백명이 넘는다. 그뿐이 아니다. 이꼬이앤스테이가 쉬는 겨울엔 여의도 작업실 ‘살롱 드 이꼬이’에서 요리 수업을 여는데 SNS를 통해 일정을 알리면 금세 마감이 된다.

요리 수업은 언제 시작했나.   

미국에 살 때 사람들을 자주 초대했는데, 음식을 맛본 사람들이 “요리 수업을 해달라”고 했다. 그렇게 2002년 요리 수업을 시작했다. 당시 내가 살던 샌디에이고는 한인 요리 선생님이 드물다 보니, 금세 입소문이 났고 멀리서도 찾아왔다. 2007년 한국에 돌아온 후엔 라퀴진에서 밤낮없이 요리 수업을 했다.

숙소를 운영하기도 바쁠 텐데, 요리 수업을 하는 이유는  

B&B를 시작하고 첫 겨울을 보냈는데, 가스비가 상상 이상으로 많이 나왔다.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제주도의 특성상 육지와 난방비의 단위가 달랐다. 그렇다면 내게도 겨울 방학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12월부터 3월까지 숙소 문을 닫았다. 쉬는 동안 여행을 가기도 하고 사람들을 서울 작업실로 초대해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갈수록 이꼬이 음식이 그립다는 사람들이 요리 수업을 해달라고 해서 자연스럽게 쿠킹 클래스를 하게 됐다.

자발적으로 쿠킹클래스 후기를 올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비결은. 

수업할 때마다 ‘아낌없이 알려주겠다’는 마음이다. 누군가 물건을 사거나 정보를 얻기 위해 10의 노력을 해야 할 때 내가 알려주면 노력을 줄일 수 있으니까. 내가 쓰는 주방용품부터 제주도 시장에 있는 정육점 등 식재료 구입처까지 자세히 알려준다. 또한 이꼬이의 음식을 주로 수업하는데, 대부분 만들기 쉽고 자주 해 먹을만한 요리라서 집에서 해본 후 후기를 올린다. 실제로 수업 내내 복습을 강조한다. 아무리 요리 수업을 자주 들어도, 직접 해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복습해야 ‘내 것’이 된다.

다양한 요리 중에서 일본 가정식을 하는 이유는

일본 가정식은 어릴 때부터 먹고 자란, 내게 가장 익숙한 음식이다. 외할머니부터 어머니까지 일본 가정식을 자주 해주셨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늘 채소를 다져서 함박스테이크를 만드셨고, 집 냉장고엔 늘 우엉조림이 있었다. 이꼬이앤스테이의 음식은 제주에서 나는 제철 식재료를 주로 쓰는데 계절이나 식재료가 교토와 비슷하다. 그래서 실제로 교토의 가정식 오반자이와 조식이 더 비슷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교토는 외할아버지께서 은퇴하시기 전에 교환교수로 계셨던 곳이라 익숙하고 추억도 많다.

바쁜 와중에도 소문난 맛집부터 예약이 힘든 호텔까지 꼭 가보는 이유는.

내가 서비스업을 하고 있으니까 유명한 곳은 찾아가서 보고, 나에게 부족한 부분을 체크하기도 하는데 특히 디테일한 부분을 보려고 노력한다.

남들보다 일 년을 두배, 아니 세배는 바쁘게 사는 원동력이 궁금하다.    

호기심인 거 같다. 어릴 때부터 궁금한 게 많았고 직접 보고 해본 후에야 만족했다. 오죽하면 아버지가 "지원인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가고 싶은 곳도 많고 먹고 싶은 것도 많아서 일찍 못 죽을 거다"라고 하셨다. (웃음) 예를 들어 요즘도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새로운 소스가 보이면 꼭 사서 맛을 본다. 새로운 곳에 가고 수업을 듣고 사람을 만나면 그 시간에 배우는 게 있다. 그래서 다른 호텔이나 숙소, 레스토랑들을 열심히 찾아다니게 된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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