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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삼국지](26) 조조에게 패해 뿔뿔이 흩어진 유비 삼형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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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는 참모들에게 헌제가 쓴 의대조(衣帶詔)와 주모자들이 쓴 의장(義狀)을 보여주며 지금의 천자를 폐하고 덕 있는 사람을 골라 새로운 천자로 세우려고 했습니다. 정욱이 천하를 평정하지 못한 때에 황제를 갈아치우는 것은 전쟁을 일으킬 뿐이라고 간언했습니다. 조조는 폐립(廢立)에 대해서는 논의를 중지하고 동승을 비롯한 네 명의 주모자와 그들의 전 식솔들을 처단했습니다. 그 수가 무려 7백여 명이나 됐습니다.

조조는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았습니다. 칼을 찬 채로 궁전으로 들어갔습니다. 헌제는 복황후와 함께 동승의 일이 어찌 되어 가고 있는지 궁금해하던 중이었습니다. 조조가 들이닥치자 얼굴빛이 사색이 됐습니다. 조조가 의대조 사건을 말하자 대답도 할 수 없었습니다. 조조는 즉시 동승의 딸인 동귀비를 잡아들였습니다. 헌제는 귀비가 임신한 몸이니 불쌍히 여겨달라고 했지만 조조에게 통할 리 없었습니다. 동귀비가 온전하게 죽기를 원하자 명주 한 필을 가져다줬습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헌제가 울면서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어리고 힘없는 마지막 황제 헌제. [출처=예슝(葉雄) 화백]

어리고 힘없는 마지막 황제 헌제. [출처=예슝(葉雄) 화백]

구천(九泉)에 가더라도 짐을 원망하지 마오.

조조는 무사들을 호통쳐 동귀비를 목 졸라 죽였습니다. 그리고 궁문을 지키는 관리들에게 명령했습니다.

이제부터는 외척이나 종친을 막론하고 나의 허락 없이 멋대로 궁문을 들어오는 자는 모조리 목을 베겠다. 엄하게 지키지 않는 자도 똑같이 처벌하겠다.

헌제는 이제 수족도 부리지 못한 채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됐습니다. 조조는 주모자 중 도망친 유비와 마등을 제거해야 했습니다. 유비를 먼저 제거하고 싶지만 원소가 쳐들어올 것이 걱정됐습니다. 그러자 곽가가 의견을 냈습니다.

원소는 성품이 느린 데다 의심이 많고 그의 모사들은 서로 시기하고 있으니 걱정할 것이 못됩니다. 유비는 군사를 편성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그들의 마음을 잡지 못했을 터이니 승상께서 군사를 이끌고 정벌하시면 한 번 싸워서 평정하실 수 있습니다.

조조는 기뻐하며 20만 대군을 거느리고 서주로 쳐들어갔습니다. 소식을 들은 유비는 즉시 원소에게 편지를 보내 구원을 요청했습니다. 전풍은 조조를 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음을 알고 원소가 결단을 내려주길 바랐습니다. 그런데 원소는 어처구니없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아들 다섯 가운데 오직 막내만이 내 마음을 즐겁게 해주고 가장 특이하게 생겼는데 그 아이가 지금 옴이 옳아 목숨이 위태롭게 되었네. 만약 막내가 잘못된다면 나는 더 이상 살지 못할 것이야.

결단력 없이 우유부단한 원소. [출처=예슝(葉雄) 화백]

결단력 없이 우유부단한 원소. [출처=예슝(葉雄) 화백]

원소는 군사를 일으키지 않기로 결정하고 유비에게 만약 일이 뜻대로 되지 않거든 자신을 찾아오라고 했습니다. 전풍은 애석한 마음에 땅을 치며 한탄했습니다. 모종강은 동귀비의 죽음을 막지 못한 헌제와 유비를 구원하지 않은 원소에 대해 평하길,

천자는 빈비(嬪妃)도 보호하지 못하는데 제후라는 자는 그저 자기 가족만 생각하고 대단찮은 병에 걸린 어린 자식에게 정신이 팔려 뱃속에 든 임금의 씨가 해침을 받는데도 전혀 마음의 동요를 못 느낀다. 원소는 4대에 걸쳐 삼공(三公)을 지내며 대대로 한나라의 녹을 먹었다는 자가 충절을 다 바치는 의원(길태)만도 못하니 어찌 개탄스러운 일이 아니겠는가.

그는 이어 모사 전풍과 원소의 잘못을 각각 아래와 같이 말했습니다.

전풍은 지난번엔 싸움을 늦추려 하더니 이번에는 서둘러 싸우려고 한다. 그러나 곽도와 심배는 전풍과 사이가 좋지 않기 때문에 원소가 전풍의 계책을 받아들이도록 돕지 않는다. 모두가 자기들의 문호(門戶)만을 위해 도모할 뿐 국가대사를 위해 도모하지 않는다. 예부터 붕당(朋黨)의 해악이 이러했다.

원소는 천자의 명을 받들지 않고 기주(冀州)를 빼앗았으며 한복을 속이고 또 공손찬을 배반했으니 그 죄가 하나요. 이각과 곽사의 난리 때 들어와 임금을 돕지 않았으니 그 죄가 둘이요. 원술이 천자를 참칭하는데도 토벌하지 않고 원술이 제호(帝號)를 자신에게 돌리려 하자 또 받으려 했으니 그 죄가 셋이다.

유비는 어쩔 수 없이 혼자서 조조를 막아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조조의 대군을 상대할 수는 없었습니다. 장비의 기습 공격은 오히려 조조의 매복 작전에 말려들어 크게 패하고 말았습니다. 장비는 망탕산으로 달아났습니다. 유비도 갈 곳이 없었습니다. 혼자서 하루 3백리를 달려 원소의 장남인 원담이 있는 청주성으로 달아났습니다. 이어 원소가 있는 업성으로 갔습니다.

유비는 또다시 남에게 의탁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모종강도 유비의 이런 나그네 신세를 인정했습니다.

‘원소는 처음에는 거만했지만, 뒤에는 공손했고, 유비 역시 예전에는 성글었지만, 지금은 친밀하다. 그러나 원소가 어질어서 유비를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유비가 급하게 되어 원소에게 의탁한 것뿐이다. 이보다 앞서서는 여포에게 의탁했고 또 조조에게 의탁했으며, 이보다 뒤에는 유표에게 의탁하고 또 손권에게 의탁해 외로운 한 몸은 언제나 나그네 신세를 면하지 못한다. 유비는 군(君)이 된 이후 6, 7할의 세월을 거의 나그네로 보냈다고 할 수 있다.’

가족과 의형제도 버린 채 도망치는 유비. [출처=예슝(葉雄) 화백]

가족과 의형제도 버린 채 도망치는 유비. [출처=예슝(葉雄) 화백]

조조는 서주를 차지하고 백성을 안정시켰습니다. 이제 관우가 있는 하비성을 함락시키는 일만 남았습니다. 순욱은 유비의 가족을 보호하고 있는 관우가 죽기로 버틸 것이므로 속히 함락시킬 것을 주문했습니다. 조조는 관우의 무예와 인품을 아껴 그를 수하에 두고 싶었습니다. 관우와 일면식(一面識)이 있는 장료가 관우를 만나 설득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러자 정욱이 말했습니다.

장료가 비록 관우를 아는 사람이라고는 하나 내가 보기에 관우는 말로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그가 나가지도 물러가지도 못하게 만들어 놓은 후에 장료를 보내어 달래면 그는 반드시 승상께 귀의할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조조는 귀가 번쩍 뜨였습니다. 정욱은 어떻게 관우를 항복시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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