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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불태풍 8시간, 비가 끝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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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강원도 강릉에서 11일 발생한 산불이 발생 8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이번 산불은 순간 최대풍속 초속 30m의 태풍급 강풍으로 순식간에 확산했다. 강원도와 산림청 중앙산불방재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22분쯤 강릉시 난곡동 한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오후 4시30분 꺼졌다. 이번 산불로 축구장 면적(0.714㏊) 530배에 이르는 산림 379㏊가 잿더미로 변했다. 평균풍속은 초속 15m, 순간 최대풍속 초속 30m(남서풍)의 강풍을 타고 산불이 확산하면서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산림 당국이 소방헬기를 긴급 투입했지만 강한 바람 탓에 운항이 쉽지 않았다.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오후 4시38분쯤 강릉시 안현동의 전소한 주택에서 전모(88)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앞서 주민 1명이 대피 중 2도 화상을 입어 치료를 받았다. 또 진화 중이던 소방대원 2명이 가슴 부근에 2도 화상을 입는 등 총 14명이 다쳤다. 주택 59동, 펜션 33동, 호텔 3동, 상가 2동, 문화재 1동 등 총 100채가 다 타거나 일부 소실됐다. 이번 불로 펜션과 주택이 많은 안현동과 저동의 피해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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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문화재청과 소방 당국은 불길이 문화재가 밀집한 경포호 인근으로 번질 기미를 보이자 문화재 사수 작전에 돌입했다. 하지만 강원도 지정 문화재 방해정은 곳곳이 소실됐고, 1886년 지어진 정자인 상영정은 전소됐다. 산불이 경포대를 위협하자 문화재청은 이날 오전 경포대 현판 7개를 떼어내 인근에 있는 오죽헌박물관으로 옮겼고, 소방 당국은 화재 예방을 위해 경포대 곳곳에 물을 뿌렸다.

강풍에 꺾인 나무, 전선 덮치며 발화…상영정 전소, 경포대 현판 옮기기도

살수 작업은 경포대에서 차로 5분 거리인 선교장(국가민속문화재로 조선 후기 상류층 전통가옥)에서도 이어졌다. 경포동과 산대월리·산포리 일대에는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아이스아레나에 528명, 사천중학교에 29명 등 총 557명의 주민이 대피했다. 인근 리조트와 호텔 등에 투숙했던 708명도 몸을 피했다.

진화의 실마리는 이날 오후 2시40분쯤 바람이 다소 잦아들며 찾아왔다. 운항 기준인 초속 20m 아래로 풍속이 떨어지면서 헬기 3대가 투입됐다. 여기에 오후 3시18분부터 강릉 지역에 비가 내리면서 큰불이 잡혔다. 이날 진화작업에는 헬기 4대와 장비 396대, 진화대원 등 2764명이 투입됐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마지막까지 불을 다 진압하고, 재산 피해를 더 확실하게 조사해 특별재난지역에 포함되도록 중앙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림청은 강릉시 난곡동에서 발생한 산불 원인을 전선 단락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산불이 발생하자 곧바로 국립산림과학원과 한국산불방지기술협회 관계자를 현장으로 급파해 발화 추정 지점을 보존하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현재까지 1차 조사 결과 강풍으로 나무가 부러지면서 전선이 끊겼고, 이때 전기 불꽃이 발생해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산림청은 조사 결과에 따라 산불 원인 제공자에게 산림보호법에 따른 형사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하지만 원인 제공자가 없는 상황에서 불이 났을 가능성도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자연 발화 등으로 결론이 나면 책임을 물을 대상이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마지막까지 잔불 정리와 뒷불 감시를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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