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출금리 뛰는데 영업익은 감소…기업 26곳 돈 벌어 이자도 못 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2면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고금리와 경기 침체 ‘이중고’에 기업의 이자 부담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런 상황은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번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 취약기업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는 지난해 500대 기업 중 이자보상배율이 1에 못 미치는 취약기업이 26곳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500대 기업 중 최근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377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다.

이자보상배율이란 기업의 영업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기업이 번 돈에 비해 이자 부담이 클수록 이자보상배율이 낮아진다. 특히 이 수치가 1보다도 낮으면 번 돈을 전부 이자 상환에 써도 모자란다는 의미다. 리더스인덱스는 분석 대상 377개 기업의 지난해 평균 이자보상배율(4.3)도 2021년(7.8)과 비교해 큰 폭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분석 대상을 전체 기업으로 늘린다면, 취약기업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이자 상환 능력이 더 취약해서다. 실제 한국은행이 국내 2520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2020년 기준 이자보상배율이 1이 안 되는 취약기업은 1001개(39.7%)에 달했다. 지난해부터 기준금리 상승에 이자 부담이 본격적으로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취약기업의 수는 최근 이보다 더 상승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이익 감소와 금리 상승이 동시에 찾아와 기업 부담이 더 커졌다. 물가 상승 여파로 기업 비용에 해당하는 원자재 가격은 올랐는데, 비대면 경제 축소로 정보통신(IT) 등 주요 수출품에 대한 수요는 줄었다. 반면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물가 상승세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며 이자 부담을 크게 높였다.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분석 377개 기업의 영업이익은 2021년 207조4683억원에서 지난해 170조3208억원으로 약 17.9%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이들 기업의 총 이자 비용은 26조5773억원에서 39조9166억원으로 약 50.2% 급증했다.

문제는 한 번 부채의 늪에 빠진 기업이 다시 정상 기업으로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은이 국내 2520개 기업 중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취약기업을 분석한 결과, 4년 이상 취약상태가 지속한 기업의 비중은 2010년 9.4%에서 2020년 13.5%로 상승했다.

취약상태가 오래될수록 다시 정상기업으로 회복할 가능성도 줄었다. 처음 취약기업이 된 기업(지속기간 1년)의 37.6%는 다음 해 정상기업으로 회복됐지만, 8년간 장기간 취약상태가 지속한 기업의 경우 12.6%만 정상기업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한 번 빠진 부채의 늪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부족한 이자 비용을 메우기 위해 원래 갖고 있던 자산을 매각하면서 오히려 경영 상황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10년간 저금리 상황에 익숙했던 기업은 올해부터 높아진 이자 부담에 본격적으로 자산 매각 등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장기적으로 경영 활동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는 완전히 잡히지 않고(고금리), 경기 하강은 심화하는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어 취약기업의 상황은 더 안 좋아진다고 봐야 한다”며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은 정부가 적극 구제해주되, 그렇지 않은 취약기업은 빨리 정리하는 방식으로 선별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