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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을 끄집어내는 지휘…이영애 언니도 가르쳤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오는 25일 이탈리아 체임버 오케스트라 라파시오나타를 지휘하는 진솔. 게임음악 전문 지휘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오는 25일 이탈리아 체임버 오케스트라 라파시오나타를 지휘하는 진솔. 게임음악 전문 지휘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이)영애 언니가 지휘를 잘 배우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거장 여성 지휘자의 몰락을 그린 영화 ‘타르’를 함께 보고 얘기도 나눴어요.”

드라마 ‘마에스트라’의 지휘 코치를 맡은 지휘자 진솔(35)은 배우 이영애의 지휘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tvN에서 방송 예정인 ‘마에스트라’는 여성 지휘자를 다룬 드라마로, 이영애가 주인공을 연기한다.

클래식음악 전문예술단체 아르티제의 예술감독인 진솔은 오는 25일 서울 신천동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지휘자로 선다. 이탈리아의 체임버 오케스트라인 라파시오나타와 연합 오케스트라를 구성해 안드레아 바티스토니의 플루트 협주곡 ‘기쁨의 정원’을 국내 초연한다. 이에 앞서 19일에는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라파시오나타의 첫 내한공연도 열린다. 두 공연 모두 아르티제 초청 공연이다. 지난달 30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에서 만난 진솔은 “리더인 플루티스트 토마소 벤치올리니의 남다른 해석과 이탈리아 연주자들의 신선한 연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진솔은 통영 출신 작곡가 진규영(75)의 외동딸이다. 아버지는 진솔이 음악을 업으로 삼는 걸 반대했다. 일반 중고교에 다니던 10대 시절을 진솔은 “이방인 같았다”고 했다. 확실하지 않은 진로에 방황하던 그는 따돌림을 당하거나 학폭의 피해자가 됐다. 혼자 책을 읽거나 게임에 빠져드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러던 어느 날 접한 영상 하나가 진솔의 인생을 바꿨다. 오자와 세이지가 지휘하는 카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 연주였다.

“몸을 불사르듯 단원들 각자의 열정을 끄집어내는 게 멋있었어요. 10대 후반에 지휘자가 되고 싶어졌죠.”

지휘를 하겠다고 했더니 아버지의 반대가 더욱 커졌다. 집을 나가고 방황도 하다 몰래 입시를 준비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합창지휘과에 입학한 뒤 김성기 교수의 대위법과 고급화성 수업을 만났고, 진솔은 그 수업이 너무 재미있어 “꽂혔다”고 표현했다. 한예종 이후 만하임 국립음대 지휘과에서 유학하며 독일 뿐 아니라 불가리아·폴란드 등을 다니며 오케스트라를 지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지휘는 시간 안에 스케줄을 분배해서 단원들이 자기 음악을 따라오게 만드는 일입니다. 결국 사람 다루는 기술이라 많은 훈련을 거쳐야 하죠.”

2017년 귀국한 뒤에는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등 지휘 자리가 있으면 닥치는 대로 임했다. 보수가 없을 때가 많았고 행사 연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다 대구국제방송교향악단 단원들과 합이 맞아 2018년 전임지휘자를 맡게 됐다.

진솔은 게임음악 전문 지휘자로도 통한다. 게임음악 전문 플랫폼 ‘플래직’의 대표이사이자 예술감독이다. 진솔은 5~10년 뒤에는 게임음악계의 신세계가 열릴거라 예견했다. “이미 한스 짐머 같은 거장도 게임음악에 투입되기 시작했다”면서다.

정통 오페라 가운데 지휘하고 싶은 곡도 많다. 그 중에서 “몸에 어울리는 옷처럼 꼭 맞는다”는 모차르트 ‘마술피리’가 1순위다. 6월에는 빈 무지크페라인잘에서 슬로바키아 방송교향악단을 지휘하고 돌아온다. 7월 22일에는 한예종 영재원 오케스트라 정기공연을 지휘한다.

“훌륭한 단체, 아티스트와 협업할 수 있는 기회를 꾸준히 얻어서 활동하겠습니다. 여성 지휘자를 넘어 이전에 없던 새로운 지휘자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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