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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성남시청 회의실서 정진상 옷에 돈봉투 넣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유동규(54)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의형제’ 정진상(55)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정면으로 겨눴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 조병구) 심리로 열린 두 사람의 뇌물수수 혐의 사건 재판에서다. 유 전 본부장은 스크린에 띄워진 당시 성남시청 사무실 배치도를 짚어가며 2013~2014년 정 전 실장에게 현금 4000만원을 어떻게 건넸는지 폭로했다.

유 전 본부장은 사무실에 직원이 없을 땐 “정진상 자리 우측에 서랍장이 있는데 거기다 넣어줬다”고 말했다. 직원이 있을 땐 회의실로 자리를 옮긴 뒤 “(정진상) 옆자리에 앉아서 주머니 같은 데에 넣어줬다”며 “보통 정진상이 주머니 있는 재킷을 입었는데, 오른쪽 주머니였을 가능성이 크다. 정진상이 그걸 빼서 안쪽에 넣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스크린의 성남시청 배치도를 보며 정 전 실장 자리가 “회의실이 아닌 복도 방면으로 향해 있었고, 높은 파티션이 쳐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밖에서 잘 안 보였다는 취지다. 그는 “좌석이 각도상 폐쇄회로(CC)TV로도 찍히지 않는 위치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유 전 본부장은 “당시 시장실과 회의실 사이 CCTV가 정상작동 됐느냐”는 검찰 질문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일화를 소환했다. “시장실에 갔는데 이재명이 테이블에 다리를 올려놓고 누워서 쉬고 있었다. 제가 오니 ‘어 왔어?’ 하면서 슬슬 걸어와 회의 탁자에 앉아서 얘기를 들었다”며 “그다음에 정진상에게 ‘CCTV 있는데 저렇게 앉아도 되냐’고 했더니, 정진상이 ‘안에서도 아는 사람 몇 명 없는데, 저거 가짜다’ 했다”고 전했다. “소리까지 녹음되는 CCTV가 있고, 직원들에게 포위된 시청 사무실에서 뇌물을 받았다는 것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던 지난달 정 전 실장 변호인 주장과 상반된다.

검찰이 공소장에 ‘2013년 설 명절 무렵’ 줬다고 쓴 돈의 전달 시점을 유 전 본부장은 ‘1월 25일 이후, 연휴 전’이라고 주장했다. 남욱 변호사에게 현금으로 받아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 전 실장에게 1000만원씩 줬다는 돈이다. 그는 “남욱과 스크린골프를 쳤는데, ‘실력이 좋다’고 했더니 ‘태국에서 전지훈련 하고 왔다’고 이야기했던 게 기억난다”며 시점을 특정했다.

유 전 본부장은 2010년 정 전 실장, 김 전 부원장과 “이재명이 성남시장이 되면 10억원을 마련해 같이 쓰자”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 대표가) 시장에 당선되면 개발 사업 혹은 건설 분야 쪽에서 제가 일하기로 했고, 그쪽에서 10억원 정도 만들자고 이야기가 됐다”며 “국회의원에 당선되지 않은 지역 위원장을 포섭하는 데 쓰려고 했다”고 말했다. 다만 “서로 얘기했을 뿐, 실제로 만들지는 않았다”는 게 유 전 본부장의 법정 밖 설명이다.

정 전 실장을 “이재명의 최후 보루”라고 지칭한 유 전 본부장은 “모든 건 정진상을 거쳐서 올라가는 구조였다”며 “항상 이재명과 본인을 동격시했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에 따르면,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 밑에서 부시장을 지낸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영입하자, 이 대표가 “저건 나한테서 정진상을 데려간 것”이라고 비유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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