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은 교과서는 마트”…포장에 빠진 일흔의 노학자

  • 카드 발행 일시2023.04.12

식품 포장 분야의 석학인 임종환 경희대 고황명예교수는 올해 70세다. 교수 정년이 65세니까 이미 은퇴할 나이를 한참 넘었다.

그는 2016년부터 7년 연속 HCR(Highly Cited Researchers)로 선정됐다. 글로벌 학술기관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가 매년 선정하는 HCR은 각 분야에서 세계 상위 0.1%에 달하는 영향력을 가진 학자를 뜻한다. 임 교수는 농업과학(Agricultural Science) 분야에서 국내 유일한 HCR이기도 하다.

일흔의 노학자를 인터뷰하러 가면서 화려했던 젊은 날의 기억을 들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얘기는 별로 듣지 못했다. 그는 안락한 소파가 아닌 딱딱한 실험실 의자에 앉아 있었다. 지나간 업적보다는 지금 자신이 몰두하고 있는 연구에 대해 말하고자 했다. 인생 이모작·삼모작 시대라지만 그는 30년 전 뿌린 연구의 씨앗을 지금까지 키우고 있었다.

그의 연구실 한쪽에는 매트가 깔려 있다. 틈날 때마다 국선도를 수련한다고 한다. 매일 집에서 학교까지 30분 거리는 걸어서 다닌다. 체력이 다할 때까지 연구를 하기 위해서다.

이 인터뷰의 제목이 ‘0.1%를 만나다’라고 말했더니 노학자는 온화한 미소로 이렇게 답했다.

기자님이나 저나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 아닙니까. 그러면 우린 모두 70억 분의 1이지요. 0.1%라고 해봐야 1000분의 1이니 별로 대단한 것도 아니네요. 너무 대단한 것처럼 하지 말고 우리 어깨를 좀 내려놓고 얘기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