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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3.5% 동결…이창용 "올해 금리 인하? 시장 기대 과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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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동결했다. 지난 2월에 이은 두 번 연속 유지 결정이다. 금통위는 물가 상승세에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놨다. 시장에서 기대하는 인하 가능성에 대해 이창용 한은 총재는 “그런 생각은 너무 과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선을 그었다.

금통위원 “3.75% 인상 열어두자” 다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4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4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통위는 11일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7차례 연달아 인상하다가 지난 2월 회의에서 동결을 결정하고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지금까지의 금리 인상 효과를 더 지켜보겠다는 취지다. 이 총재는 “주요국에서 금융부문의 위험이 증대되는 등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다”며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금융안정 상황, 여타 불확실성 요인의 전개 상황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2%로, 6%를 넘었던 지난해 중순 이후 차츰 줄어드는 추세다. 다만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나타내는 식료품‧에너지 제외 지수(근원물가) 상승률은 둔화가 더딘 상태다. 3월 근원물가 상승률은 4%로 전월과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한은은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 전망치(연중 3%)를 다소 상회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금융시장에서 기준금리의 인상 기조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기대가 커지는 것과 달리, 한은은 추가 인상의 여지를 거듭 강조했다. 이날 6명의 금통위원 중 5명이 앞으로 기준금리를 3.75%까지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을 냈다. 이 총재는 “금리를 다시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금통위원이 5명인데도 시장에서 올해 금리 인하 기대가 있는 것은 미국에서 먼저 그런 기대가 형성된 데 영향을 받은 것 같다”며 “선반영된 기대로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지 않냐는 게 금통위원의 중론”이라고 밝혔다.

최근 채권시장에선 국고채 등의 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돌았다. 한은의 계속되는 긴축 지속 신호에도 시장은 이를 믿지 않고 기준금리 인하를 점치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이유는 올해 어려운 경제 상황에 긴축 기조를 고수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금통위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인 1.6%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IT 외 분야 성장률 견고…금리 인하 언급 부적절”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다만 이 총재는 “반도체 경기가 어렵지만, 정보기술(IT) 분야를 제외하고 올해 성장률을 계산하면 1.9% 정도 된다”고 밝혔다. 그는 “연말에도 IT 외 다른 분야의 성장이 견고하다면, 이는 다른 나라에 비해 나쁜 수치가 아니다”라며 “그럼 이를 금리 인하로 대응해야 할 상황인가 시장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통위는 올해 물가 상승률이 당초 예측대로 3.5% 수준을 맞출 것으로 봤다. 이 총재는 “상반기 물가의 경로는 확신이 있는데, 하반기에 불확실성이 많기 때문에 (물가안정목표인 2% 수렴 여부를) 확인하기 전까지 금리 인하에 대한 언급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물가는 차츰 안정을 찾아가고 있지만, 최근 산유국의 원유 감산 발표에 국제유가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도 변수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정책을 어떻게 운용할지도 한은의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1.5%포인트를 유지한다. 미국과 기준금리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중심이 되는 화폐)인 달러 가치가 오르고, 국내 자금은 빠져나가 원화 가치는 떨어질(환율은 상승) 수 있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입 가격 등 물가도 오른다.

중기 대출비율서 지방은행 역차별 해소…유동성 지원

이날 금통위는 현재 시중은행(45%)과 지방은행(60%)에 차등 적용하고 있는 중소기업 대출비율을 50%로 일원화해 지방은행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기로 의결했다. 중소기업 대출비율은 신용도와 담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은행 자금 이용 기회를 늘리기 위한 제도다.

또 한은의 대출 적격담보증권 등의 범위 확대 조치를 기존 이달 말까지에서 7월 말까지로 추가 연장한다. 적격담보증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에 대출할 때 인정해주는 담보물로, 금통위는 “SVB와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 이후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유동성 안전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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