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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2월 동결' 물가 자극 없었다...기준금리 연 3.5% 또 동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동결해 연 3.5%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2월 동결 이후에도 예상대로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다고 보고 그간 금리 인상의 효과를 좀 더 지켜보기로 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1일 오전9시부터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현재 연 3.5%인 기준금리를 조정 없이 동결했다. 2021년 8월 이후 지난 1월까지 이어진 금리 인상 레이스가 최근 두 차례 동결로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물가 상승 흐름이 둔화하고 있고 하반기로 갈수록 안정될 거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간 물가 상승률(5.1%)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였다. 지난해 7월엔 6.3%까지 치솟아 정점을 찍고 이후 완만하게 둔화하다 2월부터는 4%대로 떨어졌다. 지난 4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2%로 전월(4.8%)보다 0.6%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3월(4.1%) 이후 1년 만에 최소 상승 폭이다.

한은은 이 흐름대로라면 올해 말에는 물가 상승률이 3%대 초반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의 물가안정 목표(2%)와 거리가 있는데다 국제 유가 변수에 따라 물가가 또 한번 요동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 최근 물가 상승률 둔화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격하게 치솟았던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기저효과’가 나타난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에는 국민의 빚 부담과 경기 침체 우려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금리를 올리면 물가는 안정화하는 효과가 있지만, 가계ㆍ기업의 대출 이자 부담 등은 커지며 소비가 감소한다. 금리가 오르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등 시장 위축이 심해질 수도 있다. 한은은 지난 3월 발간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2021년 8월 이후 10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3%포인트(0.50%→3.50%) 올린 결과 올해까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4%포인트,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1.3%포인트 떨어뜨릴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연내 최종 금리가 3.5% 수준으로 유지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미국의 물가ㆍ고용 상황 등을 고려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ㆍFed)가 5월에 한 번 더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Fed가 지난 3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4.75~5%로 결정하면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1.5%포인트로 벌어졌다. 5월 이후엔 역대 최대 수준인 1.75%포인트 이상까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달러가 기축통화(국제 결제ㆍ금융거래의 중심이 되는 화폐)라는 점에서 미국과 기준금리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 국내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는 떨어지는(환율은 상승) 위험이 있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입 가격을 비롯한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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