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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골프 예약 싹쓸이…‘매크로 암표상’ 죗값은

중앙일보

입력

온라인으로 티켓·상품 사재기

당신의 법정

당신의 법정

아버지로부터 유명 골프장 부킹을 부탁받은 아들 효영(가명)씨. 온 가족이 온라인 예약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합니다. 부킹 대란 때문이었죠. 그때 효영씨 눈에 들어온 ‘어둠의 유혹’, 골프장 부킹 전문 매크로 프로그램을 30만원에 판매한다는 누군가 인터넷에 올린 광고였습니다. 이렇게 해도 문제는 없는 걸까요?

효영씨 사례는 인터넷 쇼핑몰과 공연·열차 등 각종 구매·예약 사이트에서 ‘매크로 암표상’ 범죄가 골프장까지 번진 겁니다. 매크로 부킹이 심각한 나머지 지난 1월 국회에 매크로를 이용해 예약한 골프장 이용권의 부정 판매를 금지한 ‘골프장 매크로 예약 방지법’(체육시설법 개정안)까지 발의됐을 정도입니다.

☞관련 법령은

매크로 자체는 인터넷이나 앱 기반 사업에서 포스팅이나 답글 달기 같은 단순 업무를 대신해줄 수 있는 유용한 프로그램입니다. 문제는 2017년 대선 당시 네이버 댓글 순위 조작에 악용한 ‘킹크랩’처럼 범죄에 악용하는 경우죠. 이는 대표적으로 형법 314조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정보통신망법상 무단 침입 등 침해행위로도 볼 수 있습니다.

☞당신의 법정

‘골프장 예약 매크로’ 사건이 판결까지 받은 일은 아직 없습니다. 대신 다른 매크로 사건 판례들에서 처벌 가능성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먼저 ‘마스크 매크로’입니다. 2020년 코로나19 마스크 대란으로 구매 수량 제한이 있던 당시 매크로를 돌려 마스크를 사재기한 뒤 되팔아 업무방해죄로 처벌받은 사람이 수십 명에 달합니다. 이 중 A씨는 온라인쇼핑몰 쿠팡을 상대로 여러 사람 계정과 주소를 바꿔가며 511차례에 걸쳐 1만2700여 장을 사재기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200만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이에 법원은 “전국적으로 마스크 품귀현상이 발생해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당시 마스크를 공정하고 저렴하게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려는 피해자 회사(쿠팡)의 업무를 지능적으로 방해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마스크뿐만이 아닙니다. 추석 명절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승차권 예매 사이트에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597만여 회나 접속해 599건의 승차권을 예약한 B씨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는 이 중 5장만 발권해 지인들에게 선물하는 데 쓴 경우여서 처벌 수위가 낮았죠.

2017~2019년 유명 아이돌 그룹 공연이나 팬 미팅 행사 티켓 9000여 장을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사재기한 암표상 C씨의 경우 업무방해죄뿐만 아니라 정보통신망 무단 침입죄까지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습니다.

매크로를 통해 구한 암표를 판다고 해놓고 돈만 챙기는 매크로 사기도 덩달아 기승을 부립니다. 지난 2월 서울남부지법은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에 “임영웅 콘서트 티켓 2장을 판다”는 글을 올리고 57명에게 2646만원을 받아 챙긴 뒤 약속을 지키지 않은 D씨에게 징역 1년10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초과근무 매크로 조작도

예약·구매에만 매크로가 악용되는 건 아닙니다. 초과근무수당을 타려고 매크로로 근무시간을 조작했다가 해임된 공무원이 징계취소 소송을 냈다가 지난해 패소한 사례도 있구요. 조달청 나라장터에 발주한 구청 담당자 컴퓨터에 매크로를 심어 입찰업체들의 정보를 빼낸 일당이 2019년 징역 1년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이를 “정보통신망에 허락 없이 침입해 장애를 초래한 악성 프로그램”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결국 골프장 부킹 매크로 프로그램을 판매한 업체도 처벌할 수 있을까요. 전문가들은 “골프장이 홈페이지 예약창을 공개적으로 열어뒀다고 해서 누군가에게 독점의 기회를 준 것은 아니다”라는 점에 주목합니다. 골프장이 입은 구체적인 피해나 매크로 이용자가 얻은 수익의 규모 역시 쟁점이 되겠네요. ‘당신의 변호사’ 코너에서 자세히 내용을 만날 수 있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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