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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 금액에만 가산 이자 추진…‘눈덩이 빚’ 부담 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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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앞으로 금융소비자가 연체했을 경우 원금 전체가 아닌 원금 중 연체한 부분에 대해서만 연체 이자를 물게 될 전망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이런 내용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하고 관련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향후 법 적용 대상 대출금 기준을 어떻게 정할지에 대한 논의가 남아있다.

10일 국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와 여야는 개인 대출금 분할 상환 시 원금에 대한 일부 연체 발생 시 연체한 금액에 한정해 연체 이자를 부과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국회는 정부가 지난해 12월 국회에 제출한 개인금융채권의 관리 및 개인채무보호법 제정안과 지난해 11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금융소비자법 개정안을 병합해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고금리 여파로 개인 대출의 연체 위험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일부만 연체해도 전체 원금에 대해 이자를 더 물리는 것은 채무자의 고통만 키우고 상환 의지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게 개정 취지다.

법안이 처리될 경우 3000만원을 3년에 걸쳐 매년 1000만원씩 갚는다고 할 때 첫해 원금 연체 시 1000만원에 대해서만, 2년 차에는 2000만원에 대해서 가산 이자를 매긴다. 현재는 연체 초기부터 전체 원금인 3000만원에 대해 연체 이자를 적용한다. 현재 시중은행은 대체로 3%의 연체 가산 이자율을 적용하고 있다.

쟁점은 새로운 제도를 어디까지 적용하느냐다. 금융위원회는 대출 원금 3000만원 이하에 대해 연체 대출금에만 연체 이자를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반면 야당에서는 3000만원 한도는 너무 적다고 본다. 모든 대출에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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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정부와 정치권 간 법 개정 목적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정부는 ‘취약 차주 보호’ 목적이 크다. 한도를 3000만원으로 산출한 근거에서 정부의 의도가 드러난다. 정부가 제시한 산출 이유는 ▶신용회복위원회 개인 워크아웃 신청금액 중 99%가 3000만원 이하 ▶정부에서 빌려주는 정책 자금의 한도가 대부분 3000만원 ▶법정 소액사건 심판 기준이 3000만원 등이다.

이는 연체에 대한 ‘페널티’가 줄어드는 셈이어서 금융권에선 도덕적 해이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도 이를 우려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개정안을 모든 대출에 적용할 경우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금융업계는 정부에 “금융회사가 채무자에게 상환을 독려하기 어려워 금융회사 건전성에 부담을 가져올 수 있다”고 난색을 보였다.

정부는 개정안을 전체 대출에 적용 시 금융권 전체 수입이 3000억~5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이러면서 금융회사들이 줄어드는 수입을 벌충하기 위해 대출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3000만원 한도로 개정안이 정해지면 금융권 수입 감소 규모는 350억원 수준이라고 정부는 봤다.

반면 정치권은 고금리 시기에 금융 소비자의 전체적인 이자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금융 지원이 최근 종료되며 그간 상환이 미뤄진 대출의 연체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3000만원 한도로는 법 취지를 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연체 금리는 채무자가 빚 상환을 하도록 유인하는 일종의 페널티 기능을 하는데 이를 축소할 경우 채무자는 빚 상환 의지가 줄어들 수 있고, 금융회사 입장에선 다른 종류의 페널티를 만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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