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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 정상출근이 효율적” vs “집에서 일해도 차질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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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그간 집에서 일해도 업무에 차질이 없었는데, 다시 ‘지옥철’(출퇴근 시간대 밀집도가 심한 지하철)을 타야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 숨이 막힙니다.”

한 정보기술(IT) 기업에 재직 중인 A(34)씨는 10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비대면 근무에 충분히 적응했는데, 직원들을 눈앞에 두고 ‘감시’하려는 것 같아 씁쓸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비대면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기업들이 코로나19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에 따라 재택근무 정책을 속속 축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이달 1일부터 재택근무 횟수를 주 2→1회로 축소했다. 앞서 롯데홈쇼핑은 지난달 20일부터 재택근무를 종료했고, SK텔레콤은 지난 2월부터 조직 특성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하던 재택근무 횟수를 주 1회로 축소했다.

테크 기업도 마찬가지다. 모빌리티 공유 플랫폼 쏘카는 주 2회였던 재택근무 제도를 이달 초 폐지했다. 쏘카 관계자는 “대면 근무가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전면 정상 출근으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카카오·티빙·야놀자 등도 최근 사무실 전면 출근을 원칙으로 하는 새 근무제도를 도입했다.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등 게임 3사는 지난해 6월부터 재택근무를 접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대기업들도 자율적으로 재택근무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사실상 멸종 상태’라고 전한다. 이 회사 직원들은 “재택근무 제도가 유지된다고는 하지만, 눈치가 보여 선뜻 쓰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재택근무자 수는 9만5000명에 불과했지만, 2021년 114만 명까지 증가했다가 지난해 96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이런 현상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미 노동부 설문조사 결과 ‘지난해 재택근무를 전혀 또는 거의 하지 않았다’는 기업이 72.5%에 달했다.

기업들은 재택근무 제도 축소·폐지 이유로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 ▶업무 생산성 하락 ▶실적 악화에 따른 비상 경영 필요성 등을 꼽는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으로 ‘효율성 제고를 위해선 출근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당수 기업의 직원들은 “비대면 근무도 거뜬한 플랫폼이나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자랑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대면 근무가 더 효율적이라고 하느냐”는 반응을 보인다. 카카오 등에선 재택근무 축소를 두고 노사 간 갈등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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