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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전원위, 비례대표 충돌…"특정세력 유지용" "지역구 줄여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회가 10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선거제 개혁 논의를 시작했다. 이날 하루만 국회의원 28명이 연단에 올라 선거제를 바꿔 승자독식 정치 문화를 타파하자고 외쳤다. 국회의원 전원이 참여해 토론하는 전원위원회 가동은 2003년 이라크 파병 동의안 논의 이후 20년 만이다.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 개편안(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전원위)가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개최됐다. 김성룡 기자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 개편안(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전원위)가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개최됐다. 김성룡 기자

첫 주자로 연단에 선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세상에 이렇게 쉬운 정치가 없다. 남의 말을 조롱하고 반문하고 모욕주면 끝이다”라며 선거제 개편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도 “막장까지 온 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데 모두가 공감한다”고 힘을 보탰다. 좌석에 앉은 의원들이 수첩을 펼쳐 상대 당 의원 발언에 끄덕이며 메모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다만 회의 시작 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20여분만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1시간이 지나지 않아 자리를 떴다. 회의 시작 때는 219명 의원이 출석했으나, 양당 지도부가 빠져나가자 70여명만이 회의장에 남았다. 전원위는 이날부터 13일까지 나흘간 열릴 예정이다. 이날 논의된 내용을 쟁점별로 묶어 Q&A 형태로 정리했다.

①왜 소선거구제를 바꾸려 하나.

현행 소선거구제는 253개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을 한명씩 선출한다. 한표라도 더 얻으면 당선되고, 낙선 후보가 얻은 표는 사표(死票)가 된다. 여러 후보가 난립하면 30%대 득표율로도 당선돼, 나머지 60% 이상의 표는 사라지게 된다. 유권자 표심과 실제 의석수 배분에 차이가 발생하는 구조다.

특히 2020년 21대 총선은 그 차이가 가장 심했다. 민주당과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의 지역구 득표율은 각각 49.9%, 41.5%로 8.4% 포인트 차에 불과했지만, 지역구 의석수는 민주당 163명, 통합당 84석으로 2배가량 차이 났다. 수도권은 양당 득표율 격차가 12.5% 포인트(민주 53.7%, 통합 41.2%)였는데, 민주당이 수도권 의석 119석 가운데 103석(86.6%)을 독식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선거제 관련 전원위원회의에서 중대선거구제 도입 및 비례대표제 폐지 주장을 펼치고 있다. 뉴스1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선거제 관련 전원위원회의에서 중대선거구제 도입 및 비례대표제 폐지 주장을 펼치고 있다. 뉴스1

이날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소선거구제의 역사는 한마디로 거대 양당제 싸움판의 역사”라며 “문제가 많다면 과감하게 방향을 트는 게 순리”라고 말했다. 박재호 민주당 의원도 “(소선거구제에선) 낙선자가 다음 4년을 위해 당선자의 잘못만 찾아낸다. 고소·고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거들었다.

다만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여론조사에서는 소선거구제 유지 의견이 훨씬 높다. 내각 책임제라면 모를까 현행 대통령 직선제하에서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해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②중대선거구제는 무엇인가.

지역구별로 2명 이상의 의원을 선출하는 제도다. 정치학계에선 통상 한 선거구에서 2~5인을 뽑으면 중선거구제, 6명 이상 뽑으면 대선거구제로 분류한다. 현재 국회의원·광역의원 선거는 지역구별로 1명씩 뽑는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으나, 기초의원(시·군·구의원) 선거는 중선거구제(2~4인)를 채택하고 있다. 기초의원 선거에선 정당별로 후보를 2~4명씩 공천할 수 있는데, 이 때문에 기초의원 후보는 ‘1-가’, ‘1-나’, ‘1-다’ 같은 기호를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초 언론 인터뷰에서 “(국회의원을) 지역 특성에 따라 2명, 3명, 4명을 선출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하며 중선거구제의 운을 띄웠다. 국회 정개특위 결의안에는 ▶지역 선거구마다 4~7인을 뽑되 유권자가 정당과 정당 추천 후보를 각각 선택하도록 하는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 ▶도시에선 3~5인을 뽑고, 농촌에선 1인을 뽑는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 등 두 가지 방안이 포함됐다.

③중대선거구제 한계는.

중대선거구제의 문제는 농어촌 지역 대표성 확보다. 현재 인구 100만명이 넘는 경기 수원시만 해도 선거구는 갑·을·병·정·무로 쪼개 무려 5개나 된다. 수원시 국회의원이 5명이란 얘기다. 반면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지역은 4개 시·군에서 국회의원 1명만 나온다. 전북 남원-임실-순창의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이 이날 “농촌은 인구 감소로 4개의 시군이 한 선거구인 곳이 많아서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기는 좀 어렵다”고 말한 이유다.

그래서 행정구역 구분이 무의미한 도시는 중(대)선거구, 농어촌은 현행 소선거구제로 하는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과거엔 수도권에서 우위를 보였던 민주당이 이를 반대했는데, 이날은 민주당에서도 “소선거구제 또는 도농복합제를 검토할 수 있다”(전해철), “중대선거구제를 골자로 하는 도농복합 선거구제의 도입이 필요하다”(박재호) 등 찬성 발언이 이어졌다.

④비례대표 확대 여부는.

현재 국회의원 의석은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으로 구성된다. 당초 비례대표는 직능 대표자의 국회 진입을 장려하는 취지로 도입됐다. 지난 2020년 총선에서는 준(準)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했으나, 꼼수 위성정당 사태가 이어지면서 준연동형 비례제는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이날 양당이 크게 갈린 건 비례대표 정수 문제였다. 국민의힘은 “비례대표제가 중앙당 공천권을 강화하고 특정 정치세력의 권력을 유지해주는 수단으로 전락했다”(이헌승), “비례대표 의원 자격 논란과 입법 과정에서의 악용 사례를 봤을 때 비례대표제는 입법 민주주의 편법지대로 전락했다”(김승수)며 축소 의견을 냈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전원위원회의에서 비례대표 정수 확대를 통한 권역별 비례제 도입 주장을 펼치고 있다. 뉴스1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전원위원회의에서 비례대표 정수 확대를 통한 권역별 비례제 도입 주장을 펼치고 있다. 뉴스1

반면 민주당은 비례대표 확대를 주장했다. 김영배 의원은 “비례대표 의석수를 최소한 60석 이상 확보해야 한다”며 “이를 전제로 권역별 비례제로의 전환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윤호중 의원도 “비례대표는 최소 75석은 되어야 국회의 대표성·비례성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지역구 의원수를 28석 삭감하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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