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실익 없어 입 닫았다" 트럼프 기소한 이 제도 꺼낸 檢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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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4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기소인부절차를 밟기 위해 미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 출석했다. 기소인부절차란 공소사실에 대해 인정·부인 의사를 밝히는 것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06년 포르노 배우와 혼외정사를 갖고 2016년 미 대선 직전 해당 배우에게 회삿돈 13만달러를 주며 입막음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2023년 4월 4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기소인부절차를 밟기 위해 미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 출석했다. 기소인부절차란 공소사실에 대해 인정·부인 의사를 밝히는 것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06년 포르노 배우와 혼외정사를 갖고 2016년 미 대선 직전 해당 배우에게 회삿돈 13만달러를 주며 입막음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플리 바게닝(Plea bargaining·사법 협조자 형벌 제재 감면 제도)’에 대한 공론화에 나섰다. 대검찰청은 지난달 31일 서초동 청사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중단했던 ‘형사법 아카데미’를 4년 만에 열면서 ‘플리 바게닝’을 주제로 택했다. 플리 바게닝은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가 유죄를 인정하거나 다른 사람의 범죄 사실을 진술할 경우, 검찰이 형량을 낮춰주거나 가벼운 혐의로 기소하는 제도다.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들의 진술 거부로 수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인 만큼, 검찰 안팎에선 타이밍이 공교롭다는 평가도 나온다.

플리 바게닝 제도는 그간 반대 여론이 높아 도입이 지지부진했지만, 문재인정부가 주도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 이후 다시 조명받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개정 형사소송법(312조)에 따라 검찰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증거능력이 제한돼, 피의자들이 검찰에서는 혐의를 인정했다가 법정에서 진술을 뒤집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희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사법 아카데미에서 영미권 국가가 아닌 대륙법계인 프랑스에도 플리 바게닝 제도가 도입된 사실을 소개했다. “2000년대에 들어 프랑스는 ‘너무 느린 사법 제도’에 대한 사회적 불만이 극에 달해, 공범 검거에 기여한 경우 등에 형을 감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는 설명이다. 구재연 대구지검 검사는 이 자리에서 “검사는 피의자·피고인 협력을 조건으로 불기소 또는 공소취소, 처벌 조항 변경, 구형 감경 등 유리한 처분을 제공하기로 합의할 수 있다”는 일본 사례를 소개했다.

검찰은 플리 바게닝 제도의 성공적 운용 국가로 미국을 꼽고 있다. 포르노 배우와 혼외정사를 맺고 2016년 미국 대선 회삿돈 13만 달러를 주며 입막음한 혐의로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미국 검찰은 기소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코언과 플리 바게닝을 통해 얻은 증언을 유죄의 증거로 삼았다고 한다.

2023년 4월 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1년 반 넘게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2023년 4월 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1년 반 넘게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플리바게닝 제도 있었으면 이재명 수사 진작 끝났을까

제도가 정식 도입된 건 아니지만, 그간 우리나라 검찰은 암묵적으로 플리 바게닝 기법을 사용한 면이 있다. 기소에 대한 검사의 재량을 폭넓게 인정하는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를 적극 활용해, 검사가 협조자에 한해 선택적으로 약한 죄명으로 기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정에서 벌어지는 예상밖의 상황은 플리 바게닝 제도가 도입된 나라에선 잘 일어나지 않는 변수다. 2017년 국정농단 사건 수사 당시, 검찰은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의 수사 협조를 감안해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구형량 보다 높은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검찰 내에선 대장동 개발비리 수사를 두고도 “플리 바게닝 제도가 있었으면 달라졌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검찰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나 정진상·김용 등 이 대표 최측근이 관련 진술을 거부함에 따라, 이 대표에게 천화동인 1호 지분이 있다는 이른바 ‘428억원 약정’ 의혹을 공소장에 담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플리 바게닝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 형사법 구조상 김만배씨 등은 진술을 해봤자 자신의 형량만 늘어나고 재산도 다 잃게 돼 진술의 실익이 없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플리 바게닝을 무분별하게 도입하자는 건 아니다”라며 조심스럽게 접근하고있다. 서강원 서울중앙지검 검사는 형사법 아카데미 발표장에서 “폭행·상해·절도·사기 등 개인적 법익을 침해하는 범죄엔 제도를 극히 제한적으로 운영하거나 배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싼 변호사를 선임해야 협상력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점과 관련해서도, 구재연 검사는 “플리 바게닝이 부유층만을 위한 제도라고 인식될 위험이 있다. 시스템을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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