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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김은희 피끓게 한 농구실화…모두가 위로받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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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2012년 전국 고교농구대회에서 꼴찌의 반란을 일으킨 부산 중앙고 농구부의 실화를 그린 영화 ‘리바운드’(감독 장항준)가 지난 5일 개봉해 8일까지 나흘간 관객 20만 명을 동원하며 주말 흥행 순위 2위에 올랐다. [사진 바른손이앤에이]

2012년 전국 고교농구대회에서 꼴찌의 반란을 일으킨 부산 중앙고 농구부의 실화를 그린 영화 ‘리바운드’(감독 장항준)가 지난 5일 개봉해 8일까지 나흘간 관객 20만 명을 동원하며 주말 흥행 순위 2위에 올랐다. [사진 바른손이앤에이]

2012년 부산중앙고 오합지졸 농구부의 만화 같은 연승 실화를 그린 영화 ‘리바운드’(5일 개봉)가 개봉 첫 주말 흥행 2위에 올랐다. 8일까지 나흘간 관객 20만명을 동원했다. CGV 98%(100% 만점, 이하 9일 기준), 메가박스 8.9점(10점 만점) 등 극장 예매 앱마다 관람 평점이 높다.

영화 ‘리바운드’ 스틸컷. [사진 바른손이앤에이]

영화 ‘리바운드’ 스틸컷. [사진 바른손이앤에이]

“실화라 그런지 슬램덩크보다 재밌다.” “경기 자체에 집중해 긴장감을 극대화했다.” 관람평에는 코치 강양현 역의 주연 배우 안재홍과 기타 선수 역할을 한 신인배우들을 칭찬하는 내용이 많다. 영화는 해체 위기였던 부산중앙고 농구부가 선수 출신 공익근무요원인 초짜 코치 강양현(안재홍)과 함께 교체 멤버도 없이 8일간 연승행진을 기록한 과정을 실감 나게 그린다.

관람평 중엔 이런 평도 있다. “장항준은 그저 방송인, 김은희 작가의 남편이 아니라 영화감독이었다.” 연출 22년 차인 장항준(53) 감독이 최근 예능방송에 잇달아 출연하며 입담으로 더 이름을 알리고 있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장 감독은 김승우·차승원 주연 코미디 ‘라이터를 켜라’(2002)로 연출 데뷔한 이래 코미디 영화 ‘불어라 봄바람’(2003), 스릴러 영화 ‘기억의 밤’(2017), 아내인 김은희 작가와 공동 집필한 의학 드라마 ‘싸인’(2011)을 연출했다.

영화 ‘리바운드’ 스틸컷. [사진 바른손이앤에이]

영화 ‘리바운드’ 스틸컷. [사진 바른손이앤에이]

지난달 말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장 감독은 “어제 윤종신씨가 시사 후기가 좋다며 전화해 ‘소가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았다’고 하더라”며 활짝 웃었다. “5년 전 권성휘 작가의 시나리오 초고를 두고 아내는 ‘오빠 이거 꼭 해’라고, 딸은 ‘아빠가 안 해도 누군가 꼭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했던 작품”이라며 “(김)은희가 ‘이거 내가 고쳐보면 안 돼?’라고 해서 각본까지 참여했다. 당시 드라마로 바쁜 시절이었는데도 영화의 어떤 포인트가 아내의 피를 끓게 한 것 같다”고 소개했다.

최근 ‘더 퍼스트 슬램덩크’(일본) ‘에어’(미국) 등 농구 소재 해외 영화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우리 곁의 실화라 더 공감이 간다는 점과 강양현 코치라는 매력적인 인물이 나온다는 점이 해외 농구 영화와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 대개 스포츠 영화에서 코치는 완성된 상태로 등장하는데, 이 영화에선 그가 제일 많이 성장해야 하는 사람이다. 부족한 25살짜리 청년 코치가 고교 농구부 아이들과 함께 성장한다.”
영화 ‘리바운드’ 스틸컷. [사진 바른손이앤에이]

영화 ‘리바운드’ 스틸컷. [사진 바른손이앤에이]

공동 각본 작업은 어떻게 이뤄졌나.
“지분을 나눈다면 실화 부분이 전체 시나리오의 50%, 권 작가가 25%, 김은희 작가가 20%, 내가 5% 정도다. 초고는 실제와 다른 부분이 많았는데 실화와 똑같이 되돌렸다.”
실화가 워낙 극적이다.
“작가가 썼다면 말도 안 된다고 했을 거다. 그런 실화를 담백하게 보여주려고 궁리했다. 배우들한테도 ‘눈물은 관객이 흘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선수 역할에, 되도록 안 알려진 젊은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농구를 잘하고, 신장이 맞는 배우를 찾느라 500명 가까이 오디션을 봤다.”
장항준 감독

장항준 감독

실존 인물들의 실명을 그대로 썼다.
“관객이 알든 모르든 진정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포인트였다. 실제 상대 팀이었던 허훈·강상재 선수까지 흔쾌히 허락해줘서 실명을 썼다. 10년 전 모습을 되돌리기 위해 실제 부산중앙고에서 찍었고, 당시 복장도 살렸다. 강 코치는 당시 너무 어려서 무시당할까 봐 ‘짝퉁’ 명품까지 사서 노티 나게 입었다더라. 배규혁 선수 신발은 단종됐는데, (배 선수 역의 2AM 출신 배우) 정진운이 밑창이 떨어진 신발을 겨우 찾아 본드로 붙여 사용하며 촬영했다. 실제 고등학교 농구는 관중이 별로 없는 점도 그대로 살렸다.”
실제 경기 장면과 영화 속 장면을 겹쳐 보여주는 결말 장면이 화제다.
“당시 모든 경기를 20~30번씩 돌려봤다. 연출부 스태프들한테 2011~2012년 당시 부산 거리풍경까지 헷갈리면 그때랑 똑같이 만들라고 했다. 엔딩은 지금과 달랐는데 찍다 보니 지금처럼 가야겠더라. 보도사진이든, 개인 사진이든 당시 찍은 선수들 사진을 최대한 모았다. 실화의 주인공인 강양현 조선대 농구팀 코치, 선수진 등이 자문을 맡았다.”

요즘 스포츠 영화 개봉은 낯설지 않은 추세다. 26일 박서준·아이유 주연 축구 영화 ‘드림’도 개봉한다. 하지만 ‘리바운드’ 제작을 결정할 때만 해도 스포츠 영화는 투자받기 힘들었다. 장 감독은 “한국에서 스포츠 영화는 ‘국가대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등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할 정도로 인기가 없다.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하지 않나. 아직도 실제 경기를 보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이번 영화는 게임 회사 넥슨의 투자 덕에 완성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가 ‘리바운드’에 기대하는 것은 “전 세대에 위로와 위안이 되는 영화”다. “당신들은 실패한 게 아니다, 잠깐 그럴 뿐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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