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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메타버스 직진하는 에픽게임즈 "창작자에 순수익 40% 주겠다"

중앙일보

입력

에픽게임즈코리아 박성철 대표. 사진 에픽게임즈

에픽게임즈코리아 박성철 대표. 사진 에픽게임즈

게임 ‘포트나이트’ 개발사 에픽게임즈가 창작자를 위한 제작 도구를 내놓고, 새로운 보상책도 공개했다. 게임·비(非)게임을 아우르는 메타버스 생태계를 넓히겠다는 빅 픽처다.

무슨 일이야

7일 에픽게임즈코리아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달 미국 ‘게임개발자회의(GDC)2023’에서 공개한 언리얼 엔진 5.2, 포트나이트 언리얼 에디터(UEFN) 베타 버전, 메타휴먼 애니메이터 등을 국내에 소개했다. 에픽게임즈는 게임·영상 등의 3D 제작 도구인 언리얼 엔진을 만든 회사이자, 전 세계 5억명이 이용하는 3인칭 슈팅(총쏘기) 게임 포트나이트 개발사다.

에픽게임즈는 메타버스 선두주자로도 불린다. 박성철 에픽게임즈코리아 대표는 “포트나이트에서 아리아나 그란데 등의 가상 콘서트를 연 게 메타버스의 첫 걸음이었다”며 “두 번째 걸음은 누구나 쉽게 (콘텐트를) 창작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수가 참여하는 열린 메타버스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겠다”는 것. 에픽게임즈에 따르면 포트나이트 이용자는 전체 체류시간 중 40% 이상을 사용자 창작 콘텐트(UGC)에서 보낸다.

UEFN 에디터 시연 화면. 사진 에픽게임즈

UEFN 에디터 시연 화면. 사진 에픽게임즈

뭘 발표했는데?

에픽게임즈가 개발한 UEFN은 포트나이트 콘텐트를 전보다 쉽게 제작·배포할 수 있는 일종의 편집기다. 박성철 대표는 “UEFN을 통해 언리얼 엔진으로 만든 콘텐트를 포트나이트에 자유롭게 배포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자체 제작물을 포함해 다양한 애셋(asset·개발이나 디자인 등 제작에 쓰일 수 있는 각종 참고 작업물)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 실시간 협업이 가능하고, PC·콘솔·모바일 등을 오가면서 작업할 수도 있다.

창작자를 위한 보상 카드도 꺼냈다. ‘참여 기반 수익금 분배제’인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2.0’로, 포트나이트 안에 사용자가 만든 포트나이트 섬 같은 UGC에 대해, 창작자에게 게임 순수익의 40%를 나눠주는 제도다. ‘창작자가 콘텐트를 직접 판매하고 대금을 받는 게 아니라, 매달 기여에 따른 수익을 현금으로 받게 된다’는 것. 당장 이번 달부터 수익 분배가 이뤄진다고.

신광섭 에픽게임즈 사업본부장은 “다수가 이용하고 체류 시간이 긴 콘텐트에 수익을 배분하는 등의 자체 기준이 있다”이라며 “창작자들이 수익에 신경 쓰기보단 게임 플레이 자체에 집중하게끔 하고자 이같이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새로 나온 버전의 언리얼 엔진 5.2에서는 광활한 오픈월드(열린 공간)를 쉽게 만들 수 있다. 이날 공개한 ‘프로시저럴 콘텐트 생성 툴(PCG)’을 쓰면, 가로·세로 200m 공간만 만들어도 4㎢의 오픈월드를 금세 구현할 수 있다.

이게 왜 중요해

◦ 여전히 메타버스!: 에픽게임즈는 메타버스를 ‘3D화 인터넷’으로 본다, 이용자가 창작자 겸 개발자가 되는 구조를 만들고, 이를 통해 수익도 얻는 경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메타버스가 정착할 수 있다는 것. 이 때문에 에픽게임즈는 개발·창작의 허들을 낮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앞서 애셋 공유 플랫폼인 ‘스케치팹’, ‘아트스테이션’ 등과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밴드캠프’를 인수한 것도 메타버스 생태계를 위한 포석이다.

◦ 아직도 메타버스?: 최근 메타버스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식었다. 사업부를 정리한 기업들도 여럿. 당장 돈 벌 길이 안 보인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이에 대해 박성철 대표는 “우리가 말하는 메타버스는 다른 회사들과 아주 다르다”며 사업방향 고수를 선언했다. “(다른 회사들은) 수익 배분에 있어 창작자 친화적이지 않거나, 비 개발자도 쉽게 창작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 그는 “이용자에게 현실 이상의 재미를 안겨줘서, 메타버스가 왜 필요하냐는 질문에 기업이 아니라 이용자가 답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더 알면 좋은 것

에픽게임즈는 메타버스를 위한 기반을 차곡차곡 다지는 중. 메타버스 프로그래밍 언어 ‘벌스(Verse)’, 애셋 마켓 ‘팹(FAB)’ 등이 대표적이 예다. 신 본부장은 “메타버스에선 수백만, 어쩌면 수억명의 개발자가 참여할 수 있기에 이 환경을 지원할 프로그래밍 언어를 직접 개발했다”며 “애셋 마켓 팹도 추후에는 다른 게임 엔진, 메타버스에서 쓸 수 있는 애셋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확장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벌스는 UEFN 베타 버전에서 제공된다. 팹은 올해 말 정식 출시 전까지 UEFN 에디터 안에서 알파 버전을 사용해볼 수 있다.

에픽게임즈가 공개한 메타휴먼 애니메이터 테크 데모 장면. 사진 에픽게임즈

에픽게임즈가 공개한 메타휴먼 애니메이터 테크 데모 장면. 사진 에픽게임즈

앞으로는

박 대표는 “2023년은 에픽게임즈에게 의미 있는 해가 될 것”이라며 “팀 스위니 대표가 늘 말해온 오픈 메타버스의 퍼즐 조각이 여럿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여름에는 디지털 휴먼의 얼굴 표정을 애니메이션으로 재현할 수 있는 ‘메타휴먼 애니메이터’를 출시할 예정이다. 아이폰이나 헬멧 카메라로 얼굴 표정을 찍으면, 언리얼 에디터로 바로 연동되도록 하는 기술이다. 1분 안에 로컬 PC에서 처리가 완료된다고. 신광섭 본부장은 “메타휴먼이 사실적인 표정을 짓게 하는 건 전문 스튜디오도 최대 수개월이 걸리던 작업”이라며 “이젠 아이폰 1대만 있으면 할리우드 영화 수준의 ‘고퀄’ 애니메이션 제작이 가능해진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