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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교 갑자기 무너진 까닭 찾았다…전문가가 지적한 이 시공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성남시 분당구 정자교 붕괴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이 교량 관리 주체인 성남시청 등에 대한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 기재 혐의는 업무상 과실치사상이다.

경기남부경찰청 전담수사팀은 7일 오후 1시35분부터 성남시청, 분당구청, 2021~2022년 정자교 점검·보수 업체 5곳 등 총 7개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전자문서를 포함해 붕괴사고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보행로가 붕괴한 성남 분당구 정자교 사고 현장. 손성배 기자

보행로가 붕괴한 성남 분당구 정자교 사고 현장. 손성배 기자

경찰은 불과 3~4초 만에 보행로가 무너져 내린 원인에 대해 2015년 설치된 지름 20㎝ 상수도관 파열을 의심했다. 하지만 이에 더해 1993년 6월 20일 준공된 정자교의 설계 당시부터 시공, 안전 점검 내역 등 유지 관리 부분까지 살피고 있다. 시설물 유지 관리 의무가 있는 현 성남시장에게 책임이 있을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 적용도 검토 중이다.

학계에선 분당신도시 조성 당시, 권장되지 않는 ‘겹침이음 방식’ 시공이 정자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고 비슷한 공법으로 설치한 교량의 추가 붕괴 위험성을 제기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철근을 맞대 이어 붙이는 겹침이음 방식은 갑자기 붕괴될 위험이 높아 권장하지 않는다”며 “철근을 이어 붙이더라도 지그재그로 엮어줘야 한꺼번에 빠지지 않는데, 갑자기 무너진 까닭은 일직선으로 줄을 세워 철근을 심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약 2시간에 걸쳐 진행된 현장 합동 감식에서 경찰은 붕괴 원인 파악에 주력했다. 교량 절단면과 콘크리트에서 이탈한 철근, 파손된 상수도관 등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감식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과학수사자문위원 등 총 22명이 투입됐다.

경찰 관계자는 “설계와 시공, 안전점검과 보수 공사까지 전문가들의 정밀 감정을 참고해 붕괴 원인을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전반적인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정자교 붕괴 이후 수내교, 불정교, 금곡교 등 인근 3개 교량에 대해 보행로 변형, 난간 파손 등 안전이 우려된다는 민원이 잇따랐다. 이에 성남시는 탄천 전체 교량 중 정자교와 같은 공법으로 건설된 교량 16개소에 대해 오는 9일까지 보행로 하중 분산을 위한 구조물(잭서포트)을 설치하기로 했다.

신상진 성남시장이 6일 오전 교량 긴급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는 탄천변 수내교, 불정교, 금곡교를 차례로 방문했다. 성남시

신상진 성남시장이 6일 오전 교량 긴급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는 탄천변 수내교, 불정교, 금곡교를 차례로 방문했다. 성남시

신상진 시장 “노후화, 일상 점검만으로 해결 못 해”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은 신상진 성남시장의 정자교 사고수습 및 향후 대책을 밝히는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이뤄졌다. 신 시장은 "그간 정기적인 안전점검과 보수를 해왔지만, 이번 일을 통해 우리 사회 기반시설의 노후화는 일상적인 점검과 보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매일 걷고 운동하던 길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린 것을 목도한 시민들의 불안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안전에 대해서만큼은 과한 것이 부족한 것보다 낫다는 심정으로 이런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기본부터 다시 점검하겠다"고 했다.

붕괴 사고로 숨진 A(40)씨의 유족들은 지난 6일 오후부터 조문객을 받고 있지만, 신 시장의 조문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붕괴 사고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까지 발인을 미루겠다는 의사를 표시했으나, 예정대로 오는 8일 장례 일정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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