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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IB "韓 성장률 1% 위태"...'0.6%P 더 올려라' 묘수 찾는 정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올해 한국 경제가 1%대 성장에 턱걸이할 거라는 해외 투자은행(IB)의 전망이 나왔다. 내년에도 잠재성장률(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는 최대 성장률) 수준인 2%대 복귀를 장담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유럽 은행 불안 여파가 실물로 전이되며 글로벌 경기 회복 속도가 더뎌져서다.

 SVB사태 여파로 글로벌 경기 부진이 이어지며 한국 수출 회복도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모습. 뉴스1

SVB사태 여파로 글로벌 경기 부진이 이어지며 한국 수출 회복도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모습. 뉴스1

6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8개 IB가 지난달 말 보고서를 통해 예상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1.1%로 집계됐다. 6개 IB가 올해 한국 성장률을 1%대로 예상했고, 씨티는 한국 경제가 올해 0.7%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경제가 올해 뒷걸음질(노무라·-0.4%) 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달 말 기준 평균 2%다. 2월 말(2.1%) 대비 0.1%포인트 낮아졌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2월 말과 같다. 경기 회복 속도가 느려진다고 본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내년도 성장률 예상치를 2월 말 기준 2.8%에서 지난달 말 2.7%로, HSBC는 같은 기간 1.9%에서 1.6%로 각각 내려 잡았다.

해외 IB의 전망은 한국 정부 및 중앙은행의 예상과 차이가 난다. 한은은 지난 2월 올해와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각각 1.6%와 2.4%를 제시했다. 정부는 한국 경제가 올해 1.6%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IB의 전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올해 1.6%, 내년 2.3%), 국제통화기금(IMF·올해 1.7%, 내년 2.6%)보다도 비관적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해외 IB의 경우 수시로 성장률을 조정하는 가운데, 특히 기관 특성상 금융 위기 가능성에 더 예민하게 반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황인선 국제금융센터 부원장은 “해외 IB들은 최근 미국의 고용률 호조,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과 같은 긍정적 요인보다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여파에 더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해석했다. 그는 “은행권 위기에 따른 신용 경색이 글로벌 실물 경기 부진으로 이어지면 한국 수출도 회복이 쉽지 않다고 IB들이 내다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수출액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감소했다.

전반적인 회복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아지면서 한국 경제의 ‘상저하고(上低下高)’ 기대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경제의 다른 한 축인 내수 역시 전망이 흐릿하다. 강성진 한국국제경제학회장(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은 “하반기에는 실물 경제에 고금리 여파가 본격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가계부채 규모가 큰 상황에서 고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은 소비를 위축을 시킬 가능성이 크다”라고 짚었다.

그나마 고물가 기조가 수그러드는 건 위안거리다. 해외 IB들은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5.1%에서 올해 3.2%로 낮아진 뒤 내년 1.9%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에는 한은의 물가 목표인 2%를 밑돈다는 것이다. 이러면 물가 안정을 위한 긴축 필요성이 줄어든다. 강 회장은 “현재 물가 수준에선 물가 자극 우려로 정부가 적극적인 소비 진작책을 펴기가 어려워 내년에나 정책 여력이 생길 것”이라며 “중국의 리오프닝 등의 호재를 잘 활용해 물가가 안정될 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반도체 등의 수출에서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라며 “민간투자 활성화 등을 통해 한국 경제의 빠르고 강한 회복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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