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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장 '도장깨기' 하더니…은행들 '이자 장사' 꺾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은행권의 최고 실적을 이끌었던 ‘이자 장사’가 움츠러들고 있다. 그동안 은행은 높은 대출금리로 이익을 올리며 ‘돈 잔치’를 벌였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정부의 금리 인하 압박이 이어지며 은행업의 수익성이 약화하는 양상이다.

우선 9분기 연속 이어졌던 주요 은행의 순이자마진(NIM) 증가세가 꺾일 전망이다. 순이자마진은 금융회사의 운용자산 총액 중 조달비용을 뺀 운용 수익을 의미해 금융사의 수익성을 볼 수 있는 지표다.

6일 대신증권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올 1분기 순이자마진을 평균 1.65% 수준으로 추정했다. 직전 분기(1.72%)보다 0.07%포인트 낮은 수치다. 신한은행은 1.54%로 전 분기 대비 0.13%포인트 떨어지고, 하나은행은 1.74%로 0.04%포인트 하락, 국민·우리은행은 0.04%포인트 내려 각각 1.74%·1.64%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들 은행의 순이자마진은 기준금리 인상과 맞물려 9분기째 오름세를 기록하던 중이었다.

“은행권 상생금융, 이자이익 감소 요인”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가운데)이 6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은행장 간담회를 열고 참석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가운데)이 6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은행장 간담회를 열고 참석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빠르게 하락한 데다 이자 부담으로 가계대출이 줄어든 탓에 은행의 이자 장사는 발목을 잡힌 상황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대출금리를 더 낮추라고 압박하는 중이다. 지난 2~3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대 은행의 영업점을 연달아 찾아갈 때마다 해당 은행은 그 자리에서 대출금리 인하 등 수천억원대의 ‘상생 금융’ 지원책을 발표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선 금감원장의 방문이 은행을 하나씩 굴복시키는 ‘도장 깨기’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금융당국이 상생금융을 강조하면서 모든 은행이 가계대출 전 상품 금리 인하, 소상공인 연체 원금 상환과 고금리 제2금융권 대환대출 지원 등의 상생금융 종합 지원 패키지를 속속 발표했다”며 “이 같은 금융지원 규모는 은행의 연간 NIM을 약 0.04~0.05%포인트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은행의 순이자마진이 줄어들 요인은 더 남아 있다. 금융당국은 오는 5월 온라인에서 소비자가 더 낮은 금리의 대출로 쉽게 갈아탈 수 있도록 하는 대환대출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6월에는 온라인에서 더 높은 금리의 예금상품을 찾아 바로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한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은행이 이자이익에 의존하는 구조를 해소하라고 계속 주문하고 있다.

4대 금융지주, 1분기 순이익 4조7210억원 예상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자마진은 전보다 못하지만, 은행권은 여전히 높은 실적을 유지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이날 기준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1분기 당기순이익 추정치를 4조7210억원으로 집계했다. 직전 분기 대비 490억원 증가한 규모로, 1분기 기준으로는 최고 실적이다. 단 신한지주의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 줄고, KB금융도 1.4%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은행 NIM의 절대적 수준이 지난해보다 높고, 주요 금융지주의 자본 여력은 규제 기준을 강화해도 여유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매출 성장은 꺾였고 거시 불확실성이 해소된 국면이 아니기 때문에 업황 약화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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