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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강남 살해 배후 지목된 부부, 2년전엔 "저X 내가 죽일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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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주택가에서 40대 여성을 납치해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이모 씨 등 3명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강남 주택가에서 40대 여성을 납치해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이모 씨 등 3명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서울 강남구 납치ㆍ살인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강도살인 교사 혐의로 5일 체포된 유모씨와 부인 황모씨가 과거 피해자에 대해 “죽여버리겠다. 10년만 젊었어도 불태워 버렸다” 등의 말을 주변에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유씨나 변호인 등은 “범행을 지시할 동기가 전혀 없다”고 해왔지만, 2년 전 무렵부터 이미 강한 적개심을 드러내 온 것이다. 유씨 체포 당시 함께 있었던 황씨는 경찰서에 임의동행해 휴대전화 등을 제출했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유씨 부부와 사건의 발단이 된 코인 투자자 사이의 대화 녹음 파일에는 황씨가 이번 사건 피해자인 A씨에 대해 과격한 표현을 사용하며 수차례 경고성 발언을 하는 내용이 담겼다. 2021년 3월 유씨와 황씨 부부는 코인 투자 손실을 따지려 자신들의 호텔로 찾아온 A씨를 감금ㆍ강요 등 혐의로 고소했고, 또 9억원을 달라며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하는 등 각종 코인 관련 송사로 얽혀 있는 관계다. 황씨의 발언이 녹음된 건 해당 감금ㆍ강요 사건이 벌어지기 얼마 전이다.

황씨는 당시 A씨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A씨가 이간질을 해 코인 업체 대표 등을 못만나게 했다. 죽여버리겠다. 언제든지 죽일 수 있다니까?”라고 말했고, 이어 “10년만 젊었어도 A씨를 불태워버렸다”는 말도 덧붙였다. 또 납치ㆍ살인 주범 이경우(35)와 피해자, 유씨와 황씨 부부 관계의 연결고리인 퓨리에버코인 투자 손실에 대해 설명하던 과정에서 “생돈 투자한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A씨는 자신이) 도둑질 한 거 못 찾아 먹을까봐 전화가 왔다”며 “XXX, 내가 죽일 것”이라거나, “(사람) 죽이는 건 원래 내 전문이다. 내가 지금 중요한 일이 있기 때문에 저런 거는 신경을 (못 쓰고 있는데), 저 X는 이제 도를 넘어버렸다. 죽여버릴 것”과 같이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거듭했다.

유씨 역시 A씨를 수차례 비난했다. 유씨는 코인 투자 관련자에게 “A씨가 완전 뒤에서 뒤통수를 까는 거, 이렇게 저렇게 녹음하고 사람들을 모아서 막 XX을 한다. 자신을 고소한 사람한테 역으로 없는 죄까지 만들어서 넣는다고 하는데 그게 되겠나”라고 말했다.

앞서 유씨와 부부 측 관계자는 A씨와 부부 간에 살인에 이를 만한 원한 관계는 없으며, 범행 동기도 없다고 주장해왔다. 유씨는 3일 통화에서 A씨와의 관계에 대해 “무시했다. 사람이 통달하면 그런 거 신경도 안쓴다”고 말했다. 납치ㆍ살인을 지시할 만한 사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녹음된 내용은 앞선 해명과 달랐다.

한편 유씨는 범행 발생 이후인 지난달 30일과 31일 두차례에 걸쳐 주범 이경우를 만난 사실이 경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또한 부부가 이씨에게 3500만원, 500만원으로 나눠 4000만원을 준 사실도 확인됐다.

그러나 유씨는 체포 전까지 이경우와의 만남을 강하게 부인해 왔다. 그는 지난 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추석 때 안부인사나 왔을 뿐 만난 적 없는 사이다”라고 말했다. 불과 3일 전 만난 사실을 숨긴 것이다.

이에 대해 유씨 측 관계자는 “기억이 그렇게 뚜렷하지가 않고, 명확하게 답변하고 그런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 명확하게 육하원칙에 따라서 이야기하고 이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경우에게 준 4000만원에 대해선 “3500만원은 차용증을 쓰고 빌려준 것이고, 500만원은 이경우가 하도 도와달라고 쫓아다니니 마음이 약한 유씨가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형사3부장을 팀장으로 하는 전담수사팀(검사 4명)을 구성했다. 검찰 관계자는 “전담수사팀은 경찰과 더 긴밀히 협력하면서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구속사건이 송치되면 철저한 보완수사를 통해 범행 배경과 동기를 포함한 사건의 전모를 명확히 규명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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