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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박성제가 소리내다

유럽을 보라, 이민은 해결책 아니다…섣부른 확대는 국가 재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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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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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 문제 해결을 위해 이민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무분별한 이민 확대 정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인구 감소 문제 해결을 위해 이민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무분별한 이민 확대 정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0.78명이란 합계출산율(2022년)이 공개되자 정부가 지난 15년간 ‘저출산’ 대책에 280조원을 쏟아부었지만 효과가 없었다는 비판적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일부 관료들은 여러 가지 저출산 해법 중 하나로 이민 확대를 제시하며 이민자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무부는 2022년 10월부터 ‘지역 특화형 비자’를 신설하여 지방의 인구소멸지역에 외국인이 장기체류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시범적 실시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도 3월 7일 ‘이주배경인과의 동행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고, 가칭 ‘출입국ㆍ이민관리청(이민청)’설립을 추진 중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선진국의 선례를 참고하기 위해 프랑스ㆍ네덜란드ㆍ독일을 방문했다. 출장의 이유를 묻는 유럽의 이민정책 전문가들에게 한 장관은 “이민·이주 정책을 완벽하게 성공한 나라는 지구 상에 없지만, 앞으로 체계적인 이민, 이주 정책이 없이 국가 운영에 성공할 수 있는 나라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이에 따르면 ‘이민 확대’ 정책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처럼 보인다.

국내 불법체류 외국인 현황. [자료 법무부]

국내 불법체류 외국인 현황. [자료 법무부]

하지만 이민 확대 정책을 하기 위해선 우리보다 앞서 적극적으로 이민을 받아들였던 서구 국가들의 현재 상황을 살펴야 한다. 경제적 성과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사회적 갈등 비용과 자국민의 역차별 등의 부작용도 냉정하게 분석하여 그에 대한 대응책이 선제적으로 논의돼야 한다. 적극적 이민 확대 정책으로 경제적 혜택을 잠시 누리는 것처럼 보일 순 있으나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비용 지불이 더 크게 요구되어 오히려 대한민국의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 안보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민자 유입’이 인구 정책 포트폴리오 안에는 들어가 있더라도 가장 마지막에 사용해야 하는 카드임을 김세나 박사(경북연구원 인구정책센터)도 같은 취지에서 지적하였다. 왜냐하면 이민 확대 정책은 국가의 정체성을 바꿀 결심을 하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을 때 실효적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미 이민 확대 정책(다문화주의)의 실패를 인정한 유럽 정상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 보며 문제점을 살펴본다.

이민 확대 정책 실패를 인정한 유럽 

2010년 10월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는 집권 기독민주당(CDU) 청년 당원 모임에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의 사람들이 더불어 사는 ‘멀티 컬티(다문화) 구상’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다문화사회 건설 시도는 완전히 실패했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011년 2월 “서로 다른 문화가 독립해서 공존하는 영국식의 다문화주의는 영국의 가치 안에서 발전하지 못했다”라고 선언했다. 영국이 2016년 6월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를 선택한 데에는 외국인 이민자들에 대한 불만이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2011년 2월 방송에서 “프랑스에서 다문화주의 정책은 실패했다.”라고 공언하며, “우리는 그동안 우리나라에 이주하는 사람들의 정체성에 대해 신경을 썼지만, 정작 이들을 받아들이는 우리들의 정체성에 대해서 충분히 고민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2023년 3월 7일 영국 정부는 사전 허가(비자) 없이 불법 이민을 시도한 모든 외국인에 대해 영국 체류를 허용하지 않고, 영국 도착 후 4주(28일) 이내에 본국으로 송환하거나 제3국으로 추방하는 것을 골자로 한 ‘불법 이주민법’ 제정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발표한 리시 수낙 총리는 인도계 이민자 후손으로 취임하자마자 국경을 통제한다고 나선 것이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지난해 9월 30일 오전 대구 북구청 앞에서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축허가 반대 비상대책위원회'가 준비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 30일 오전 대구 북구청 앞에서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축허가 반대 비상대책위원회'가 준비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위와 같이 저출산으로 인해 부족한 노동력을 보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이민 확대 정책(다문화주의 정책)을 추진하였던 유럽 주요 국가의 수장들이 ‘다문화주의 정책에 실패했다’고 선언한 이유는 이민정책으로 인한 사회 갈등의 후유증이 커지고, 극단적인 이슬람주의자들로 인한 테러 위협이 높아졌기 때문인데 그 배경에는 이슬람에 대한 몰이해가 있다.

프랑스 정치인인 에릭 제무르가 2014년 10월에 출간한 『프랑스의 자살』에서 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이슬람을 연구하는 서양의 저명한 역사학자인 막심 로댕송이 이슬람을 “신과 함께하는 공산주의”라고 평가한 것을 언급하며, ‘이슬람은 공공의 영역과 사생활 사이의 분리를 알지 못하고, 신도들의 일상 생활을 명령으로 촘촘하게 엮어서 구속한다. 그것은 국가나 정부도 알지 못한다. 공산주의자들이 프롤레타리아의 국제주의 깃발 아래 인류 전체를 끌어들이려고 하는 것처럼 칼리파(최고 종교지도자)의 지배 아래 전 세계의 통합을 꿈꾼다’라고 평가했다. 프랑스는 똘레랑스(Tolerence·관용)로 무슬림을 포용하였지만, 무슬림들은 그들만의 문화와 샤리아법을 고수하면서 프랑스에 동화되지 못하였으며 오히려 프랑스를 이슬람화하면서 문화 간 갈등이 폭발하였고, 소외된 무슬림들이 사회 문제화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21일 국내 이주 노동자들이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행동의 날' 집회에서 인종차별 중단과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이들은 이민 확대를 요구하기도 했다. 뉴스1

지난해 8월 21일 국내 이주 노동자들이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행동의 날' 집회에서 인종차별 중단과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이들은 이민 확대를 요구하기도 했다. 뉴스1

아직 이민 확대 정책이 본격화되지 않은 대한민국에서도 무슬림과 우리 국민과의 문화적 갈등은 적지 않게 발생하였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2020년부터 대구 대현동에 주택가 한가운데에 무리하게 이슬람 사원을 건설하려고 하면서 촉발된 마을 주민과 무슬림 건축주들과의 갈등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에서 이슬람 사원 부지를 매입하고 대체 장소를 제공하려고 하였으나 무슬림 건축주들이 거부하자, 오히려 사원 주변 주민들의 주택을 매입하여 공용 주차장으로 만들어 이슬람 사원 건설을 지원하려고 하였다. 대한민국 국민이 무슬림 공동체를 위해 자신의 삶의 터전을 뺏겨야 하는 역차별이 벌써 발생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민 확대가 본격화되면 사회적 갈등으로 치러야 할 비용은 결국 그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소시민들의 몫일 것인데 한국의 외국인 정책은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외국인·이민 정책 이원화 필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부터 법무부에서 수립해 온 외국인정책기본계획에 따르면 외국인 정책을 이민 정책, 이주민 사회 통합 정책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이에 따라 단순 외국인 체류자와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정착할 이민자와의 구분이 모호해 정책적·행정적 혼란이 생겼다. 지방자치법상 주민의 개념에 외국인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되고, 일정 기간 거주 외국인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주게 되는 것도 이러한 혼란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9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이민정책 주무 부처인 법무안전부 딜란 예실괴즈 제거리우스 장관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법무부 제공=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9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이민정책 주무 부처인 법무안전부 딜란 예실괴즈 제거리우스 장관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법무부 제공=연합뉴스]

이민청을 신설하기 전에 외국인 정책과 이민 정책의 분리부터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분리 없이 이민자 수의 확대만을 위한 이민청이 되어버린다면 현재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여러 외국인 출입국 관련 문제들이 더욱 굳어질 뿐이다. 정부는 41만 명이 넘어가고 있는 불법 체류자에 대한 대책, 편법적인 국내 거주 수단으로 남용되고 있는 무분별한 난민 신청 접수, 매매혼이나 다름없는 중개업체나 브로커를 통한 국제결혼, 지나치게 외국인 의존적인 농어촌 계절노동ㆍ3D업종 생산 현장의 문제 등 현재도 산적해 있는 외국인 정책 관련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부터 낸 후에 이민청 설립을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 없이 이민 확대 정책이 시행된다면 이는 대한민국에 재앙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민 정책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바꿀 수도 있는 정책임을 정부는 반드시 인식하고 숙고해 주길 요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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